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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준영 Aug 16. 2020

업무 보고의 기술

최상의 상황, 최악의 상황 어떤 걸 고려해야 할까?

  상사의 스타일은 일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성과에만 집착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원만한 관계와 절차를 강조하는 상사도 있다.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개개인의 스타일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차이는 업무를 보고할 때도 차이가 난다. 내가 격은 상사들 중에는 스타일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허풍쟁이'고 다른 한 사람은 '뺀질이'다.


  허풍쟁이는 무엇이듯 부풀려 보고하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항상 최상의 상황을 가정하고 윗분들께 보고를 한다. 불확실성, 가능성 이런 단어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모든 일이 순리대로 풀렸을 때 나올 수 있는 결과가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생각한다.


  뺀질이는 최대한 방어 논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윗분들께 보고를 한다. 조금이라도 확실치 않으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한다. 무엇보다 외부 요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를 우려하고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허풍쟁이는 일단 윗 분들을 설득하고 힘을 받아서 일을 하려면 일정 수준의 과장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때 설명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반면 뺀질이는 일단 확실한 것만 보고하는 것이 안전하며 나중에 일이 잘 풀린다면 오히려 칭찬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허풍쟁이 밑에서 일을 하면 뒷감당을 해야 하니 머리와 몸이 엄청나게 바빠진다. 반면 뺀질이 밑에서는 머리와 몸은 좀 편해지지만 너무 몸을 사리는 것 같아 답답하기 이를 데가 없다.


  뭐가 옳은지는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지금의 내가 허풍쟁이인지 뺀질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표지 사진 Photo by Dylan Gill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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