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현대 사회에 혐오가 넘쳐나는 가장 큰 이유는 알고리즘의 구조에 있다.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접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쉬워졌지만, 이와 동시에 정보 수집 자체에 대한 피로감 역시 커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적극적으로 정보를 검열하거나 비판적으로 분석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지쳐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이런 현대인의 특성을 파고든다.
내가 한 번이라도 특정 주제에 관심을 보이면, 알고리즘은 곧바로 내가 관심 가졌던 것과 유사한 콘텐츠를 반복해서 제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의 관심사가 점점 편향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더 자극적인 콘텐츠로 채워진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중립적이거나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보다는, 내가 더 오랜 시간 화면에 머물게 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보여준다. 주로 자극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을 일으키는 콘텐츠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형성된 정보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된다.
알고리즘은 편견과 혐오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며, 내가 그 정보들을 검증하거나 비판적으로 접근할 여유와 의지를 없애버린다. 우리는 끝내 내 앞에 나타난 콘텐츠가 팩트인지 아닌지 의심하는 일을 귀찮아하고, 결국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결과적으로 혐오는 더욱 강력하고 널리 퍼진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관심을 편협한 방향으로 고정시키고, 그 결과 우리가 원치 않게 혐오와 편견의 확산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혐오로 넘쳐나는 것은 사람들이 악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편리하지만 치명적인 알고리즘의 구조가 우리를 그렇게 몰아가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정보 너머를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혐오의 파도에 쉽게 휩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이미 야기된 현대 사회의 문제점 앞에서 알고리즘은 변화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도, 편향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알고리즘은 가능할까?
마치 흑과 백이 공존하는 것처럼 알고리즘에도 '좋은' 알고리즘과 '나쁜' 알고리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술의 발전 속에는 우리가 오랫동안 기피해 온 가치와 정의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쉬운 길'이나 '편리함'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태도를 경계해 왔다. 노력과 끈기, 깊이 있는 사고와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지만, 기술은 우리의 행동 방식을 단순화하고, 깊이 있는 성찰 없이 즉각적인 결과를 추구하도록 이끌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가 되어 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알고리즘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는 단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결국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개선하려면, 기술의 발전과 인간적 성숙이라는 두 가지 축이 균형을 이루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우리는 과연 기술이 만들어낸 편리함 속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의지를 가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