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먼저 남은 말
핸투핸을 운영하면서
나는 한동안 광고와 홍보에 대해 계속 고민했다.
돈을 쓰지 않고 알리는 방법.
스타트업에게 그 질문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에 가까웠다.
그러다 문득,
광고보다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게 생겼다.
사람들의 진짜 말.
보낸손(업체)과 전달손(일반인 배송 참여자)들이
이 서비스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숫자가 아닌 얼굴로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직접 전달손이 되기로 했다.
주중 하루, 혹은 주말 하루.
가능한 한 직접 배송에 참여했다.
꽃집, 케이크 공방, 떡집, 도시락 업체 등등
픽업을 기다리며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불편한 점도, 고마운 점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그날도 그런 하루였다.
강남의 한 플라워샵.
마무리 작업이 조금 남았다고 해서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중장년의 인상 좋은 남자분이 들어오셨다.
“핸투핸 전달손입니다.”
아마 다른 배송 건을 픽업하러 오신 모양이었다.
꽃집 사장님은 우리 둘에게 캔커피를
하나씩 건네주셨고,
그분이 나를 보며 말을 걸었다.
“핸투핸 하시는 분이시죠?”
민망해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분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와이프랑 나들이 나올 때 종종 해요.
요즘은 핸투핸에 단골손님들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처음엔 별로 없었거든요.”
꽃집 사장님도 웃으며 말을 보탰다.
“전달손 분들이 다들 친절하세요.
받는 손님들도 그 얘기 많이 하세요.”
그 순간, 머릿속에 있던 단어들이 잠시 멀어졌다.
MAU, CAC, Retention, KPI.
IR 자료에 늘 들어가던 단어들보다
그날은 ‘단골’이라는 말이 더 크게 남았다.
그 이후로 나는 IR 자료의 마지막 장에
항상 같은 문장을 남겼다.
“참여자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물류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문장은 전략이 아니라 그날의 장면에서
나온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