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선택
핸투핸을 시작할 때,
나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서비스 론칭 직후,
기관장 표창이나 각종 지원금 등의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표 급여도 무급으로 설정해 두었다.
그렇게 버티고 있던 시기,
Post-BI를 통해서 사무공간을
무료로 사용하게 된 지
며칠쯤 지났을 때였던 것 같다.
법인 계좌를 다시 들여다봤다.
숫자로 보니 분명했다.
이건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실제 자금 고갈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멈출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내가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상상했던 그림은 아니었지만,
이미 책임질 일들은 벌여놓은 상태였다.
앱 추가 개발은 조금 늦출 수 있어도,
내 급여는 미루더라도,
직원 인건비는 줘야 했다.
게다가 핸투핸은 매주 전달손(배송원)
인건비가 나가는 구조였다.
주급 기반 BM이라는 사실이
그때는 꽤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잠깐 고민했다.
사비를 넣되
회사에 빌려주는 형태,
즉 가수금으로 처리할까.
하지만 곧 의미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비즈니스를 더 키우지 못하면
그 돈을 다시 회수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은 단순했다.
사비를 쏟아붓고,
곧바로 자본금 증자를 진행했다.
아쉬움이나 망설임은
이 시점에서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핸투핸의 마지막 장을
굳이 떠올리지는 않았다.
사업이 마무리되던 시기를 떠올리면,
자본금은 처음 설정했던 금액의
몇 배가 되어 있었다.
물론 전부 내 사비만은 아니었다.
투자 유치로 희석되며 늘어난 부분도 있었다.
그만큼 판이 커졌다는 뜻이었다.
달력을 보니 연말이었다.
나는 두 가지를 마음속으로 정리했다.
연초에 나오는 정부지원사업 중
메이저급 하나는 반드시 가져올 것.
그리고, 투자 유치를 반드시 성사시킬 것.
'배수진을 친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확실히 이때의 마음가짐이
그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그 두 가지 목표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 Self Question
나는 어디까지를 ‘도전’이 아니라
‘책임’으로 감당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