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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얼라이언스 Sep 02. 2019

[스얼레터#191] 지금이 그리울지도 몰라요.

19.09.02 스얼레터#191

아침에 유치원생인 딸아이 수지(가명)의 가방을 정리하다가 ‘스지 누나 사랑해~’라고 삐뚤빼뚤 적힌 재미있는 쪽지를 발견했습니다.
“수지야, 이게 뭐야?” 
“아, 그거 기린반 서준이가 준 거야”
“서준이가 수지가 좋아서 준 거라고? 하하  그럼 수지는 서준이가 어때? 쪽지 받으면 뭐라고 그래?”
“에이, 걘 내 이름도 맨날 틀리게 쓴다구~! 서준이가 '누나, 사랑해' 하면 난 그냥 ‘알았어’ 하고 지나가”
요즘은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로맨스가 있나 봅니다. 한 학년 아래인 서준이는 어린이집도 같은 곳에 다녔던 동생인데, 수지가 유치원 진학하고 난 후에도 “수지 누나는 왜 안 와요?”하고 내내 찾는다고 들었던 그 아이였습니다.
 문득 제 딸아이는 좋아하는 아이가 없는지 궁금해졌어요.
“수지는 누구 좋아하는 사람 없어?”
“있는데, 비밀이야.”
와… 서준이 이야기 들을 때까지만 해도 마냥 귀엽고 웃기기만 했는데, 가슴이 철렁합니다.
“하하, 그래. 알았어. ” 하고 내심 태연한 척 아침을 먹고 있으니 10초쯤 지났나, 입이 근질근질한 듯 먼저 입을 뗍니다.
“나는 하준이가 좋아. 하준이도 내가 좋대. 우린 서로 좋아하니까 딱 맞아!” 하면서 신이 나서 말하네요.
이런 상황이 놀랍기도 하지만, 과연 진짜 사춘기가 되면 내게 이런 말들을 신나게 재잘거리며 말해 줄까 생각해 보니 솔직하게 말해 준 아이에게 문득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귀여운 모습을 곧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서 어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린 모습을 볼 때면 소중한 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지는 때가 많아지네요.
어른들도 종종 그런 말씀을 하시지요. 옛날에 가난하던 시절에 한 방에 여럿이 오글오글 붙어서 지내던 당시에는 정말 지긋지긋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힘들긴 했지만 또 그립다고요.
혹시 지금 스타트업의 성장통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어려움 겪고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지금 이 순간이 그리운 때가 올 거라고, 조금만 더 힘 내시라고 위로해 드리고 싶네요.
 

-아이의 아기 때 모습을 떠올리며 명진 올림-



스얼레터 191호 다시 읽기:  https://mailchi.mp/startupall/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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