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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얼라이언스 Oct 14. 2019

[스얼레터#197] 파격이 고전이 되기까지

19.10.14 스얼레터#197

사진출처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100702

 이번 주말에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라는 공연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2001년 개봉한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 것으로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무대 위 주인공의 압도적인 점프는 빌리 엘리어트의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를 차치하고도 그 자체로 매우 강렬했었습니다. 영화를 본 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에도, 남성 백조들을 직접 보는 건 역시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가녀린 여성 무용수들이 대열을 맞춰 질서정연하게 춤추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동일했지만, 등장하는 백조들이 근육질의 남성 무용수들로 바뀌었고, 가냘픈 날갯짓 대신 힘찬 도약으로 야성성을 뿜어냅니다. 

 성별의 치환에, 현대적인 서사까지 담아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던 이 작품은 어느 새 고전이 되었습니다. ‘무용계를 발칵 뒤집는다’는 수식어는 과거형으로 쓰인 지 오래입니다. 어느 덧 예순이 된 작품의 안무가는 기사작위를 받았고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내한공연 횟수로만 벌써 다섯 번째인 이 ‘모던 클래식’의 초연 때 ‘일부 관객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야유를 보내며 극장을 떠났다’는 일화로 당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꽤 세월이 흘렀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표준'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게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당시 아무도 하지 않던 시도를 하던 이단아는 거장이 되었고, 당시의 파격은 현재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저게 가능할까, 하고 의문과 의심을 자아내는 것들이 결국 우리의 삶과 생각에 서서히 스며들어 어느 새 당연하고 지당한 것으로 자리하는 건, 생각보다 순식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들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되나 봅니다. 이들이 언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정확히 예측하는 건 무리겠지만, 그 과정을 직접 보고 변화를 체감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니까요.


-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공연을 보고 행복한 동은 드림 -



스얼레터 197호 다시 읽기: https://mailchi.mp/startupall/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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