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6.24. 스얼레터 #422
비오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모처럼 혼자서 조용한 주말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비오는 날 저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하루종일 고전 로맨스소설 읽기입니다.
브론테 자매의 “제인 에어”나 “폭풍의 언덕” 같은 격정 로맨스도 좋아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제 취향은 제인 오스틴입니다. 요즘말로 혐관(혐오관계) 로맨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오만과 편견”, 후회물의 클리셰를 보여주는 “설득”, 가난하지만 착한 소녀의 성장기를 담은 “맨스필드 파크”는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는 하나의 특징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맨스필드 파크”의 주인공 패니 프라이스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소녀에서 원칙과 신념을 가진 심지 굳은 성인으로 성장합니다. 또한 충동과 편견에 매몰되었던 주변 사람들도 패니의 영향을 받아, 전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통속소설에서 인간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보았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하지만 주말이 지나간 지금, ‘이런 시간’이 필요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감성도 인류애도 충전하는 즐거운 시간 말이죠. 여러분에게 지금 필요한 ‘이런 시간’은 무엇인가요?
- 조금 덜 guilty한, 민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