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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얼라이언스 Aug 05. 2024

[스얼레터#428] 17년 6월 27일에 뭐 하셨어요?

2024.8.5 스얼레터 #428


누군가는 제목의 날짜를 보고 ‘저게 무슨 날인데?’ 하신 분도 계실 테고, 누군가는 바로 어떤 사건 또는 장면이 떠오르는 분도 계실 듯합니다. 실제로 잘못을 저지르거나 사건의 목격자가 아닌 이상 특정 날짜의 행적에 대해 질문 받을일은 살면서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 날이 무슨 날 이냐고요? 사실 저도 모릅니다. 그냥 난수생성을 통해 임의로 정한 날짜거든요. 프로그램이 점지(?)해 준 날짜를 웹에 검색해 보니 이러저러한 사건들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 어떤 날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저 날짜를 본 순간에는 아무런 기억도 추억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날을 기억합니다. 그날 대화를 나눴을 법한 사람들과의 단톡방, 사진첩, 온갖 파일이 있는 클라우드에 해당 날짜를 검색해 봤거든요.


그날 저는 카톡방에 친구들과 그 주 주말에 가기로 한 제주도 여행에 대한 계획을 독백처럼 각자 떠들었습니다. 업무적으로는 프로그램 준비로 야근을 했습니다. xx_최종_170627.pptx 의 운영 매뉴얼 파일이 존재하는군요. 사진첩을 보니 야근 감성 가득한 셀카도 있습니다. 또 그날은 LG와 롯데가 무박 2일 경기를 한 역사적인 날이었네요. 친구와 5시간 넘게 주고받은 카톡이 가득합니다.(무려 위키에 별도의 문서가 있는 나름 빅매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지 않은 것 치고는 꽤 소소한 사건이 많았네요. 심지어 슬랙을 통해 제가 입사하기 7년 전인 17년 6월 27일의 스얼 식구들이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글은 지난 주말 친구가 ‘너무 정신없어 당장 지난주에 뭐 했는지도 헷갈린다’라는 말을 했던 것이 불현듯 떠올라 ‘몇 년 전은 진짜 기억에 흔적조차 없겠다’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글입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기록을 남기며 사는 사회이니 제 뇌가 좀 태업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까먹으면 찾아보면 되니까요. 그와 동시에 수많은 기록과 함께 지내느라 뇌가 일을 하지 않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나중에 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써둔 수많은 메모를 다시 찾아보지 않는 것처럼요.


그래서 말입니다. 여러분도 (바쁘지 않으시다면)메신저/사진첩/클라우드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다시 질문드립니다.

2017년 6월 27일. 뭐 하셨나요?


- 월요일 아침, 지난주 끄적여 둔 수많은 메모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는 혜림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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