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함께 하는 나만의 서재
스타트업 탐구생활에서는 스얼 매니저가 관심 있는, 좋아하는 또는 '진짜로' 사용하고 있는 스타트업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열일곱 번째 스타트업 탐구생활은 어디서든 함께 할 수 있는 내 서재, 리디북스입니다.
어느덧 열일곱 번째 스타트업 탐구생활이네요! 이번 탐구생활을 쓰는 저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승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스타트업은 아마 스타트업 씬에 큰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아, 거기도 스타트업이었어?'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 이미 많이 알려진 큰 회사인데요. 바로 '전자책 전문 서점'입니다.
저는 2016년 하반기에 '리디페이퍼' 라는, 리디북스에서 자체 출시한 이북 리더(e-book reader, 김정은 아님)를 사면서 본격적으로 리디북스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저는 가방이 무거워도 어딜 가나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비록 읽지 않더라도... 허세일지라도...) 종이책 애호가인데요.
갑자기
저 많은 종이책들을 다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이 정말 좋아서 사는 경우도 있지만, 책의 편집이나 디자인이 좋아서 레퍼런스 삼아 산 책도 있고, 어떤 부분들이 필요해서 사긴 했는데 책 전체가 다 필요하거나 좋은 것은 아닌 경우도 있고요. 그런 책들이 제 책장을 잠식하고 있는 걸 보니 갑자기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미니멀리스트와는 거리가 한참 멀고, 오히려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운 저인데도요.
그래서 전자책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리디북스를 이용하게 된 거죠.
전자책을 읽자고 생각했더니, 그렇다면 제 전자책 주력 서점이 있어야 하잖아요. 책을 많이 사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주력 서점이 있을 텐데요. 한 곳에서 자주 책을 구입할 경우 각종 포인트나 굿즈 등 여러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서입니다.
이전에 다른 사이트에서 구매했던 전자책이 많았다면 제가 리디북스를 이렇게 리뷰할 일도 없었겠죠. 다행히 저는 딱히 전자책을 많이 구매해본 이력이 없었고요. 그저 필요하지만 절판된 책이 전자책으로 있는 이곳저곳에서 구입했던 지라 열린 마음으로 주력 서점을 고를 수 있었어요.
사실 그때 리디북스로 '정해버린' 이유가 리디페이퍼였습니다. 이전에 몇 번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읽어봤지만 책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오는 푸시들을 다 확인하고, 어느새 삼천포로 빠지는 저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왕 전자책으로 넘어갈 거라면 종이책 집중해서 읽을 때 폰을 멀리하는 것처럼 아예 책 읽는 기능만 있는 이북 리더를 쓰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중에 나와있는 이북 리더가 대체로 비슷한 가격대에 비슷한 스펙을 자랑하기 때문에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주력 서점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취향껏 고르면 되는 상황인데요. 제 눈엔 리디페이퍼가 제일 예뻤거든요. (정말 다른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리디페이퍼를 사고, 리디북스를 내 전자책 주력 서점으로 하자'고 '정해버린'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정부 산하 연구원에 다니는, 리디북스가 이렇게 멋진 스타트업인지 잘 모르던 평범한 종이책 애호가였으니까요.
사실 가격 면에서 크게 부담이 있었다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겠지만, 당시 리디페이퍼는 10만 원 전후의 가격이었고 여러 이벤트 등 (리더와 결합으로 책 장기 대여하는 이벤트 등)을 생각하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당시엔 리디페이퍼라이트와 제가 구매한 리디페이퍼 두 종류가 있었는데, 저는 난시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화질이 좋은 리디페이퍼를 구매했고요.
그렇게 2016년 겨울부터 저는 종이책을 사기 전에 전자책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정말 이 책을 종이책으로 사고 싶은가? 그게 아니라면 전자책으로 사보자,고 구매 패턴을 조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독자가 됐습니다. 그런데 리디페이퍼와 리디북스가 생각보다 너무 좋더라고요.
어깨가 빠질 것 같이 무거웠던 가방의 무게를 덜어준 것도 신세계였는데, 특히 여행 갈 때 그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여행 가면 사실 생각보다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은데도, 그 도시에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욕심으로 꾸역꾸역 몇 권씩 책을 들고 가고, 여행지에서도 책을 사서 올 때 한 짐을 들고 오는 저 같은 여행자에게 리디페이퍼와 함께 하는 여행은 그 모든 짐을 줄여주는 신세계였어요.
그렇게 리디와 조금씩 친해지고 나니 이것저것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전자책 커뮤니티에서 '연쇄할인마'라고 부를 정도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이를테면 저 같은 전작주의자들이 안 사고 못 배기도록 특정 작가의 전작을 묶어서 사면 어마어마한 할인! 이라든가, 분명 다 못 읽을 게 뻔하지만 가지고 있고 싶은 고전 문학 세트를 20년 대여! 같은 방식으로 굉장한 가격에 가질 수 있게 하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 '세트 판매'가 굉장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전자책 시장의 매력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보거든요.
아직 해외에 비해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전자책 시장에 이미 들어와 전자책을 열심히 읽고 구입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 어느 정도 책을 좋아하거나, 책을 많이 읽거나, 최소한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 대한 선호가 분명한 만큼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 혹은 어떤 주제나 취향으로 묶인 책들을 다 읽고 싶다는 욕망이 많죠. 그런데 다 종이책으로 사서 꽂아둘 공간이 부족하거나, 혹은 해외 거주 등의 이유로 그러지 못할 경우 국내 전자책 서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러니 이렇게 '취향을 저격'하는 세트 이벤트를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사실... 아시잖아요.
1+1, 2+1 해도 한 개만 쓰는 거...
쓰는 것만 쓰는 거...
아니나 다를까, 세트로 사도 다 읽지는 않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제 생각엔) (저 같은) 리디의 타깃 고객층이기 때문에, 이 '세트 판매' 전략이 더없이 똑똑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어떤 기준으로 세트 판매를 할지, 이벤트를 만들지를 잘 생각할 수 있는 게 리디 판매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뿐만 아니라 트렌드나, 경영 경제 전략과 관련된, '읽고/정보를 습득하고/책을 소장할 필요는 없을' 설명서 류의 책들은 무료 이벤트도 많이 해줘서 시의적이고 깊은 독서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리디는 지난 7월부터 월정액 멤버십으로 베스트셀러를 무제한 이용 가능한 '리디셀렉트'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마치 도서계의 넷플릭스, 왓챠플레이를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본인의 리디북스 아이디를 이용해 리디셀렉트에 가입하면 첫 한 달은 무료, (처음 런칭했던 여름엔 두 달 무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월 6,500원의 정액제를 통해 베스트셀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책을 읽는 목적과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라,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만으로 책을 읽지는 않는 사람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여러모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읽는 다면 읽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혹시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괜찮은 책이 아니라면 출판사의 기깔나는 마케팅이든, 저자 개인의 유명세든 무엇이든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있을테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비즈니스 시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무조건 '난 베스트셀러는 안 읽어!'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리디셀렉트 서비스는 꽤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내 기준으로는 절대 안 읽겠지만 베스트셀러니까 궁금하기는 한 책들을 볼 수 있거든요. 소장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지만, 한 번쯤 읽어야 사회생활과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 책들도 많고, 책이 너무 마음에 안 드는데 오버 밸류에이션인 책들은 우선 읽어야 아는 척하면서 까기도 좋고(?), 오히려 이런 서비스가 아니라면 절대 안 읽었을 만한 좋은 책들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아시죠? 놀라운 알고리즘 때문에 점점 더 취향과 가까운 책만 읽게 된다는 걸요. 이런 서비스가 아니면 저는 맨날 제가 읽는 책, 제 관심 분야의 책,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이 책 읽고 산 저 책만 읽을 텐데 '멤버십'을 통해 전혀 관심 없던 책들을 읽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지금도 많은 할인 이벤트들이 있지만, 리디북스를 더 야무지게, 알뜰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매달 1,2,3일을 기억하는 겁니다.
그때그때 한 권씩 결제해도 되지만, 리디캐시로 미리 몇만 원을 긁어놓고 그 캐시로 책을 구매해도 되는데요. (스타벅스 카드 충전하는 거랑 비슷합니다.) 이 경우 장점은 충전한 캐시에 비례해 역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리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는 거예요. (스타벅스도 본받았으면...)
특히 매달 1~3일에는 캐시 충전할 때 적립해주는 리디포인트가 두 배거든요. 오늘 제가 5만 원어치 캐시를 충전하면 총 53,500원을 쓸 수 있지만, 1~3일에 5만 원을 충전하면 57,000원을 쓸 수 있다는 것!
더 알뜰한 분들은 문화상품권, 해피머니 등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뒤(여기서 한 1~2천 원의 절약), 그 상품권으로 1~3일에 캐시를 충전해 더블 포인트 받는 방법으로 많이 절약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해서 (1~3일 충전도 매달 놓치고 4일에 기억하는 사람....) 그렇게까지는 못 합니다만 참고하시라고 써봅니다.
그래서 그 다이어트는 성공했냐고요?
솔직히 '반 반'입니다
네, 사실 책장 다이어트는 어떤 면에서는 성공했고, 어떤 면에서는 실패했습니다. 저도 리디를, 전자책을 이용하기 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요.
책 내용은 궁금한데 도저히 내 책장에 꽂아두기에 미학적으로 문제가 많은 호러블한 겉표지의 책, 너무 무거운 양장본 책들을 사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책장 다이어트는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저는 책의 기능 중 하나가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전자책을 먼저 접하고 좋은 책들은 결국 또 종이책으로 사는 저를 발견했고요. 오히려 책은 전자책으로 읽고 편집이나 디자인 면에서 레퍼런스 삼을 만한 예쁜 책들은 더 사게 되어 어떤 면에서는 책장 다이어트에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책을 구매하는 패턴이 완벽히 바뀌었다고 할까요.
확실한 건, 종이책만 읽을 때보다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더 많은 책을 읽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북 리더를 살 지 말 지 고민하는 분들께, 리디 페이퍼 이용자로서 몇 마디 보탰던 블로터 기사 링크를 보여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