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시장은 왜 ‘퀄리티’로 경쟁하지 않을까?

by 김정훈

최근 1년간 입찰사업을 경험하면서 총 11억 원 정도의 수주 실적이 쌓였습니다.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중소중견기업 고용 협력, 해외 파트너 초청 행사, 임직원 4박 5일 워크숍, 프로스포츠 포럼까지, 현장에서 직접 설계하고 실행한 프로젝트만 5건이고, 지금도 3건이 심사 중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 경험을 개인역량·사회적자본·조직적 자본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돌아보게 되더군요.

1. 개인적으로는 빠르게 산업군을 이해하고 제안 구조를 설계하는 역량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사회적 자본 측면에서는 저와 함께 기회를 만들어내는 커뮤니티와 동료들 그리고 유명 강연자 들의 존재가 컸습니다.
3. 그리고 조직적 자본, 즉 법인과 서비스 자체의 힘이 있었습니다. 제안에서는 늘 ‘레퍼런스’가 중요합니다. 이건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저는 이 인프라를 잘 꺼내 쓸 수 있었고요.

이 과정에서 느낀 건, 입찰사업을 통해 ‘성장’을 꿈꾸는 법인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곳은 제품의 시장성 검증을 원하고, 어떤 곳은 조직의 외연을 넓히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잘 모릅니다. 그때 제 경험이 역할을 합니다.

RFP를 분석하고, 수요기관이 그동안 어떤 시도를 했는지 읽어내고, 보유한 자원 안에서 실행이 가능한 구조를 짜 드리는 거죠. 어떤 법인은 운영중인 서비스만으로도 낙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고, 어떤 곳은 강점이 무엇인지도 몰랐기에 함께 정리하며 풀었습니다.

낙찰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사업이 되면 사람을 새로 채용하고, 그동안 미뤄왔던 도전도 시작됩니다. 투자 여력이 생기면서 조직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걸 여럿 목격했습니다.

동시에 저는 ‘이미 입찰사업의 자리를 잡은 법인’들에서 생기는 한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익을 남겨야 한다는 목표가 우선되다 보면, 결과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경우도 있었죠. 이건 산업 전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가격 경쟁이 치킨게임이 되면, 결과는 시장의 붕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입찰사업 안에서 퀄리티 기반의 경쟁 구조가 좀 더 분명해지길 바랍니다.

시장 전체가 단가만이 아니라 실행의 설계력과 팀의 구성, 제안의 맥락까지 보는 기준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입찰사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요즘 자주 떠올리는 고민입니다.

입찰이라는 건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보고 움직이는 사람들과 함께 실질적인 실행을 만드는 일, 앞으로도 계속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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