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왜 중요한 것 일까?
스타트어퍼로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팀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동창업자가 있던 상태로 창업을 했었고, 그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 일도 경험해 봤다.
그러면서 투자유치를 극적으로 하게 되었고, 새로운 팀을 꾸리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에, TEAM에 대한 고민이 항상 존재해왔다.
이런 팀에 대한 나의 생각을 형성해준 한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작년에 있었던 U-20 축구대표팀이다. 내가 축구 덕후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이 팀은 한 명이 빛난 게 아닌 팀이 빛났기 때문에 더욱 특별했던 것 같다.
세계적인 유망주 이강인 선수가 포함되어있어서가 아닌, 즉 한 명의 에이스가 팀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닌, 팀적으로 완성되었던 모습을 보였던 20세 이하 축구대표팀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성적을 잘 내서가 아닌, 그 성적을 내기까지 그 과정이 너무 아름다웠던 팀이기에 그 이야기로 스타트업의 팀에 대한 나의 생각을 풀어가고자 한다.
Team은 1+1 = 2가 아닌, 1+1 > 2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즉, 함께 했을 때 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런 개인들이 모인 집단이 팀인 것 같다.
비단 그 결과물이 꼭 원하는 성과가 아니고, 가령 정신력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축구하면 11명이 하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니었다.
축구를 조금 아는 분들은 축구가 출전하는 11명의 선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들도 존재한다.
보통 우리가 흔히 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25명의 선수가 로스터 등록이 가능하고 월드컵의 경우 23명의 선수가 등록이 가능하다.
U-20 월드컵의 경우 21명의 선수가 등록이 가능했었는데, 이번 대회의 준우승은 1명의 선수도 아닌, 11명의 선수들도 아닌 21명의 선수들이 만들어낸 과정이었기에 빛이 났다.
내가 이 선수들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외부에서 뿐 아니라 선수들 개개인들도 팀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내부에서 외부에서 보여주는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걸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준 예시가 선수들의 인터뷰였다.
다른걸 다 떠나서, 경기 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법 한 선수들이, 그리고 어린 나이에 자기가 드러나고 싶은 욕심이 있음에도, 경기를 뛴 선수나, 안 띈 선수 모두. 그리고 코칭스태프분들까지 생각하는 인터뷰는 정말 이 친구들이 20세 이하가 맞는지 의심하게 할 정도의 성숙도였다.
가끔은, ~~ 답게라는 말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그리고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내가 돋보이고 싶고, 내 성과를 자랑하고 싶은 행동들이 충분히 받아들여질 나이었기에 더욱 놀라웠던 것 같다.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도, 누구 하나가 돋보이고자 함이 없었던 것이 형으로서(?) 참 기특한 동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모든 겸손이 미덕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를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진정 수훈감인 것은 모두가 인정하게 된다.
이 대회에서 골든볼을 차지한 대한민국 최고의 유망주 이강인 선수 또한, 다른 선수들이 없었다면 돋보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슈퍼 개발자이기 때문에, 내가 이 팀을 멱살 잡고 캐리해” 혹은 “내 이전 경력이 관련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기에 나 없으면 이 회사가 안 돌아가” 혹은 “나는 대표니까 결국 내가 모든 걸 하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은 팀을 1+1 > 2 가 아닌, 1 + 1 < 2 가 되게 만드는 병폐이다.
뛰어난 사람은 내가 드러내지 않아도 알아주기 마련이기에, 어떻게 하면 우리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팀이 하나가 돼서 팀으로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팀원 개개인이 다른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 모든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팀으로서 역할을 하는구나 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핵심은 ‘팀은 개인보다 위대하다’ 인 것 같다.
개인이 위대했다면, U-20 월드컵에서도, 최정예 유망주들을 모아둔 포르투갈이 우승을 했어야 맞지 않나 싶다.
돌고 돌아서, 스타트업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팀’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U-20 축구대표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많은 스타트업 초기 투자사들(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이 팀을 강조하는데, 과연 그 팀은 어떤 팀을 말하는 것일까?
외부적으로 봤을 때는, 이 팀은 ‘무엇을 하더라도 잘할 수 있는 팀 같다’라는 칭찬이 최고의 극찬인 것 같고, 내부적으로 봤을 땐 ‘우리 팀은 뭘 해도 해나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초기 스타트업들이 최고의 팀으로 인정받는 또는 스스로를 인정하는 포인트일 것 같다. 사실 현재만 하더라도, 나는 우리 팀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소비의 미학’이 아닌 다른 아이템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하더라도, 충분히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우리 팀은 지금 레벨에서의 최고의 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읽고 있던 책 중, 익스트림 팀이라는 책이 있어서, 참고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익스트림 팀이라고 하는 책을 살펴보면, “팀 내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서 성과와 인간관계가 생산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팀의 수준을 한층 더 높이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익스트림 팀은 아래와 같은 운영방식을 취한다.
1. 열정을 공유하는 분위기 조성
2. 팀의 화합을 가치 있게 여김
3. 선택과 집중
4. 더 강하게, 더 부드럽게
5. 불편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임
이런 운영방식을 취했을 때 얻게 되는 성과는 최상의 결과와 최고의 인간관계라고 한다.
리스트를 보면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막상 해보면 어려운 그런 리스트들 같다.
결국은 ‘동기부여’ 인 것 같다.
동기부여라 함은, 개개인을 팀으로 묶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개인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과연 동기부여를 적절히 잘하는 팀원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CEO이자, 한 명의 팀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동기부여인데, 늘 고민은 하지만 막상 잘 못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어떤 이들은 동기부여가 높은 연봉일 수 있지만, 어떤 이들은 가치일 수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성장일 수 있다.
때로는 리더가 모두를 동기 부여하고,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동기부여하며 팀은 성장한다.
한 스타트업의 대표가 팀의 CTO를 실리콘벨리 유니콘 스타트업의 CTO강연에 데려가서 한 말 한마디가 “내가 너 저 사람만큼 유명한 CTO가 되게 해 줄게” 였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CTO분은 저 한마디에 동기부여가 돼서 열심히 개발하고 프로덕트를 고도화시키며 팀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아마도 아직까지)
위의 사례를 봤을 때, 나는 초기 co-founder들이 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동기부여를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닌 사람 같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아직 우리 팀원들 개개인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매일 노력하고 있다. 팀원들을 알아가기 위한 노력, 또한 우리 회사와 팀원들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해당되는 것 같다.
아마도, U-20팀의 감독님이셨던 정정용 감독님(현재 이랜드 감독)은 팀원들 개개인을 동기부여했을 것 같고, 그리고 더욱이 우리가 이 대회에서 하고자 하는 축구에 대한 모습을 잘 그려줬을 것 같다.
CEO라 하는 역할을 맡은 팀원으로서, 나 또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을 때로는 크고 굵게, 때로는 세세하게 그려가면서 이 방향이 맞는지 팀원들과 논의하며 단단한 팀을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돌이켜보면, 창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 팀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몰랐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도 ‘뭘 하고 있는지’ 확신도 없었고, 뿐만 아니라 나의 부족했던 역량으로 팀원들을 동기부여시킬 수 없었던 것이 큰 문제였던 것 같다.
즉, 다시 말하자면, 내가 이 배를 타고 우리 팀의 목적지까지 갔을 때의 나의 모습과 우리 팀의 모습 그리고 우리 서비스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 최고의 동기부여인 것 같다는 말이다.
리더로서는 스케치를 잘하고 무슨 색으로 칠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팀원들과 나누며 그들을 동기부여해야 하는 것을 잘해야 할 것 같다.
리더가 정답은 아니기에, 의견은 “경청” 하며 듣고, 자신의 시야 안에서만 사고하는 것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또한, 그 그림은 단지 비즈니스에 대한 청사진만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 팀원들에게 우리 팀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고, 우리가 그 길을 갔을 때, 금을 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매개체로도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해당 청사진을 그릴 때는 우리 팀의 상황을 판단해서 마일스톤을 고민해가며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팀원으로서는, 수동적인 게 아닌 능동적으로 우리 배가 가는 방향에 대해 맞는지를 고민하고 제안하고 그리고 팀원으로서 우리가 그 길을 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명동에 가서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하자. 리더가 명동에 가자 라고 했을 때, "오, 명동 좋아요!"라고 할 수 있지만, "왜 명동이죠?" , "가면 뭐가 좋아요?""지금 지하철로 가고 있는데, 여기부터 내려서 버스 타는 게 빠를 것 같은데요?", "칼국수는 명동보다 을지로인데 을지로는 왜 고려 안 하세요?" 등 비판적이되 건설적인 질문들과 고민들을 하면서 팀, 팀원, 그리고 개인 모두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글을 쓰다 보니 나 또한 팀원으로서 부족한 점을 많이 발견한 것 같다.
늘 스스로 고민하는 것은 많지만 나누지 못한 것들도 많고, 팀원들 한 명 한 명을 잘 알고, 동기부여하는 부분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단 한 가지 내가 가장 잘하고 있는 부분은, 그래도 우리 팀원들을 많이 아끼고 애정 하는 그 마음 하나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소중히 여기는 팀원들인 만큼, 더 좋은 팀원이자 리더로서 우리 개개인이 그리고 우리 서비스가, 그리고 우리 팀이 성장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갔으면 좋겠다.
2020년 8월 2일 밤 스타트어퍼 Daniel이 남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