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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Jul 10. 2023

한여름 밤의 꿀

뒷마당에 앉아 글 읽는 시간

지난 5월은 통장으로 미니멀리즘을 몸소 실천했던 달이었다.

예상치 못한 세금 고지서와 가족행사,

강아지 스케일링 비용이 나가야 했다.


일단 나의 작고 소중한 비상금을 털어 서둘러 세금을 내고,

입양 전까지 한 번도 이빨치료를 받지 못한 듯한 우리 집 강아지가 스케일링을 통해 드디어 하얀 치아를 얻었다.

남편은 새벽 4시부터 저녁 7시까지 피땀눈물 섞인 오버 타임 근무로 축하금도 마련했다.


그리고 대망의 마당 공사를 시작했다.


주택을 구매할 때 뒷마당도 공사가 다 되어있는 것인 줄로만 알았던 나는 마당공사가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지  몰랐었다.

집을 계약할 당시엔 빚을 내서 마당공사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매년 올라가는 콘크리트 비용을 보니 차라리 빚을 내서라도 더 빨리 할걸 그랬나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하여 2년간 모은 자금으로 약 한 달간의 공사 끝에  앞마당과 뒷마당 공사를 마쳤다.

 신나게 라틴 음악을 크게 틀고 일을 하는  아저씨들에게  공사 예쁘게 해 주십사 얼음채운 음료수들을  가져다 드리기도 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도 했다.  


 다 맘에 드는데  뒷마당 들어오는 문을 살짝 비뚤게 달아준 점, 스프링클러 설치까지 다 해주는 줄 알았는데 지하 물 빠지는 작업만 하고 위엔 다시 우리가 사서 꽂아야 하는 점이 좀 아쉬웠다.

공사 사장님에게 이 부분만 봐달라고 했지만 아직도 안 오는 중이다. 공사를 하는 중에  꼼꼼히 다 물어보고 수정을 해야 나중에 편하단걸 알게 되었다.


여러 소음들 속에서 한 달간  진행된 공사로 많이 예민해져 있던 기분이 초록초록한 인공잔디와 깔끔하게 정돈된 콘크리트 바닥을 보니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남편이 좋아하는 360도 회전의자와 내가 원했던 파티오 소파세트, 파라솔을 주문했다.

분위기의 완성은 바로 조명이기에  담벼락에 붙이는 태양열 램프들도 주문했다.

어두워지면 스스로 켜지고 아침이 되면 꺼지는 게 참 신기하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본 태양열 분수를 보고  바로 큰 화분통과 분수를 구매했다.

태양열을 받으면 바로 작동하고 빛이 없는 저녁엔 작동을 멈춘다.

귀여운 나의 작은 분수대!

졸졸졸 물소리가 맘을 편하게 해 준다.

태양열 램프와 분수는 전기세 걱정 없이 알아서 작동을 해주니 참 편리하구나 너희들!


요즘은 해가 지고 선선해지는 7시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 랩탑이랑 무선램프를 들고

뒷마당에 나와 에세이를 읽는다. 나의 최애 아지트가 된 이 공간..!


제일 재밌게 읽은 글은 브런치스토리의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과

‘백화점으로 출근합니다 ‘.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은

일상에서 겪는 일들에 하나씩 명화들을 연결해 위로해 주는 글들인데 너무 감동적이고 재밌어서 두 번째 읽는 중이다.


‘백화점으로 출근합니다’는

적성과 전혀 맞지 않는 백화점에서 우연히 일을 하게 된 작가가  경험하고 느낀 솔직한 일상의 이야기다. 나도 예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해본 내향인으로서 공감이 참 많이 돼서 재밌다;p


그동안 흙더미만 쌓여있어 쓰지 못하던 뒷마당을 공사하고 난 후

이 공간에서 새로운 에세이와 새로운 작가들을 찾아보는 이 시간이 요즘 나에겐 한여름 밤의 꿀 같은 시간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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