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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Aug 10. 2023

마당 나무속 귀여운 새알들

 우리집 나무속에 새들이 작은 둥지를 틀었다

어젠  바람이 불고 시원해서 오랜만에 앞마당 나무를 자르기로 했다.

바체어를 들고나가 그동안 자르지 못한 높은 곳도 톱칼로 잘라주었다.


열심히 자르다가 나무가지들 속을 봤는데 조그만 새알 두 개가 담긴 둥지가 보이는거다.

어쩐지 평소에도 나무에 가까이 가면 작은새가 나무 안에서 푸드덕 튀어오르며 도망간적이 몇 번 있는데 이 나무에 둥지를 틀었던 거였다.


낙엽이 많이 떨어지는 나무라 난 매번 쓸기가 귀찮아 이번기회에 빡빡머리처럼 잘라버리려 했는데 빽빽한 잎들이 오히려 새들에겐 안전한  보금자리가 되준 모양이다.

아직 날씨가 많이 더우니 자르지 않은 둥지의 윗쪽 나뭇가지들을 남겨두고 의자에서 내려왔다.

나무를 자르다 말았더니  마치 바람에 날리는  못난이 인형 머리 같아졌지만 그보다 둥지속 알들이 나때문에위험에 노출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잘린 나뭇가지로 다시 둥지 주변을 덮어줬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도 집 앞을 산책하다 너무 귀여운 새둥지를 발견한 적이 있다.

길에 떨어져 있던 작고 귀여운 둥지

실이랑 얇은 나뭇가지부터 사람 머리카락까지 그 작은 입으로 모아모아서 어쩜 이렇게 촘촘하고 섬세한

 둥지를 만들었을까! 난  쭈그리고 앉아 한동안 작은 아티스트의 솜씨에  감탄했다.

새들은 둥지를 만들기 위해 몇천 번을 왔다 갔다  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고된 노동이었을까?

'조경하시는 아저씨들이 베어버린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걸까? '

'둥지가 제 할 일을 다하고 땅에 떨어진 거면 좋으련만.. '

난 사연을 알수없이 길에 떨어져 있던  빈둥지를 보며 생각했다.



오늘도 집 앞으로 나가 천천히 나무를 살펴봤다. 알이 잘 있는지 조심히 나무 안을 들여다보려는 순간  나를 응시하며 조용히 알을 품고 있는 작고 동그란 두 눈과 딱 마주쳤다. 동물들은 새끼를 키우다 위험을 느끼면  새끼를 포기하고 도망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난 얼른 자리를 피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어미새의 인상착의(?)를 기억해 보며 구글링을 했다.


애도비둘기(mourning dove)

애도하는 듯 슬픈 울음소리를 낸다고 해서 미국에서 애도비둘기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이름이 넘 구슬픈데..)

수컷이 마른 나뭇가지를 물어오면  암컷은 둥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쉴 틈 없이 가지를 물어오고 며칠을 계속해 둥근 둥지를 만든다.

대부분 2개 정도의 알을 낳고 먹지도 않고 아무런 움직임 없이 오로지 알만 품고 있다가 오후가 되면

수컷이 그 자리를 대신해 알을 품는다. 그렇게 2주를 교대로 알을 품기 시작한다.

새끼가 태어나면 비둘기들은 먹이를 먹고 토해내서 입안 작은 주머니에 보관하고 새끼에게 먹인다.

피죤 밀크라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암컷 수컷 둘 다 나온다.

2주가 되어 새끼가 어느 정도 크면 어미는 걷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  새끼를 혼자 두고 미련 없이 날아가 버린다. 이별의 아쉬움도 작별의 껴안음도 없이 담백하게 떠나간다.

<비둘기 부부의 감동적인 육아-김상대>


 이 글을 보니 비둘기가 담담하게 생을 대하는 태도가 왠지  맘에 멋져보이기도 했다.


나란 어린 중생은 속세에 미련이 많아 그런지 어떤 밤은 한해 한 해가 갈수록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서, 더 나아가 머언훗날 남편과 이별하는날이 오는것이 두려워  쉽게 잠못드는 때가많은데,

추운 날도 더운 날도 알을 품고 새끼를 부화시키고  자립을 하는 걸 조용히 지켜보다가  담백하게 이별하는 이 작은 비둘기의 모습은 마치  오은영 박사가 말한 부모의 역할처럼 자립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담담하고 미련 없이  자연의 순리를 따라 떠나는  순례자의 모습 같기도 해서.


저 나무속 중간쯤  어미새가 알을 품고 있는중



몇 주 후면 알에서 새끼가 부화를 하고 또 몇 주 후 새끼가 다 성장을 하면  부모새들은 미련 없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겠지.

그 과정이 다 할 때까지 부디 다른 큰 새들이나 길고양이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아 새끼들도 훨훨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


만약 마음 아픈  사고가 일어난다 해도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사슬임을 부모새들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또다시  부지런히 가지들을 모아 둥지를 만들고  다시 작은 알들을  품어 키울테지만...


 난 작게나마 한 번씩  나무 주변을 살펴주는 새알지킴이가 되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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