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y cozy Oct 25. 2023

 저녁, 소파, 재즈, 책

 각자의 방식으로 지친 몸과 맘의 숨을 고르는 시간

오늘저녁은 오랜만에 소시지 야채볶음을 해 먹었다.

나가는 날이 아니면  삼시 세 끼는 꼬박꼬박 집밥을 먹는 우린 세끼를 각각 다른 메뉴를 먹는 걸 좋아한다.

그 대신  반찬은 잘 안 먹고  밥이랑 메인메뉴 하나만 주로 먹는다.

혼자 살 때는 시도하지 않았을  엘에이 갈비나 꼬리곰탕 같은 것도  미식가 남편 덕분에 집에서 만들어 보게 되었다.

 시간이 좀 걸려서 만든 집밥이 음식점 보다 맛있다고 남편이 얘기해 줄 때 뿌듯함을 느낀다.


저녁을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가스레인지 위 기름들을 닦아내고 주방 바닥을 걸레질해 준다.

행주는 전자레인지에 1분간 돌리고 수세미와 싱크대는  뜨거운 물로 소독한다.

저녁에 주방을 청소해 놓으면  다음날 산뜻한 기분으로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어제 썼던 바짝 마른 접시들은 정리해 주고  오늘은 또 다른 접시와 컵을 써보는 것도 기분전환이 된다.

저녁 청소를 마친 주방을 마감하고 물을 끓인다.

보리차나 허브티백을 넣은 컵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피어오르는 김이 마치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때에 피어나는 굴뚝의  연기 같다.


일을 마친 남편은 씻으러 들어가고

등받이를 젖혀 높이를 낮춘 소파에 반쯤 누워서 나는

배경음악으로 잔잔한 재즈를 틀고 아이패드로 ebook이나 브런치 스토리의 글들을 읽는다.

산책을 마치고 옆에 누운 강아지의 작은 숨소리가 들리고

뒷마당으론  선선한 저녁 바람과  풀벌레들 소리가  들려오는 이 평온한 시간이 좋아서 이 순간을 찍어놓는다.  사건사고들이 일어나는  세상 속에서 오늘도 무탈하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음에  이 감사함을 기록해 놓고 싶었다.

 어둡고 고요한 밤이 오기 전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이 시간.

 각자 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생명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친 몸과 맘의  숨을  고르는 시간.

누군가는 퇴근 후 친구들과 혹은 혼자 술잔을 기울일 수도,

누군가는 운동이나 명상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낼 수도,

누군가는 개운하게 씻고 넷플릭스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그런 시간.


최근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던 배우의 약물복용 뉴스에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식과 아내, 부와 명예를 다 가진  사람이 왜 그런 쾌락을 좇게 되었을지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쾌락은 잠시 잠깐 오직 자신만이 즐거운 사이,   내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고통과 파멸로 이끈다.

가장  참담한 부분은  그러한 쾌락을 느낀 사람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되는 점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갈수록  더 큰 쾌락을 추구하게 되고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처럼  제어가 불가능한 쾌락의 괴물이 되어버리는 약물의 말로는 공포스럽다.

혼란한 뉴스를 뒤로하고  난 다시금 조용히 일상 속 항상 존재하는 작은 행복들과 감사함을 되새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홈메이드 무화과 케이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