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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Nov 13. 2023

그냥 작게 시작해 보는 일상 루틴들

작지만 꾸준한 루틴이 쌓인 힘은 세다

 날씨가 맑고 좀 쌀쌀한 11월의 일요일이었다.

강아지가 소화가 안됬는지 새벽부터 배에게 꾸르륵 소리가 나서 아침 6시에 일어나 잠옷을 갈아입고 같이

집 앞 공원으로 향했다. 속이 안 좋은 강아지들의 의식인  풀 뜯어먹기를 마친 후 응가를 한 후  좀 기분이 나아 보였다.

강아지가 풀을 넘 많이 뜯어먹는 것 같아 말리고  집으로 들어와  씻기고 뒷마당 문을 여니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의 기운이  기분 좋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침 달리기

어젯밤 좀 일찍 자서 그런지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어도 그다지 졸리지 않아서 이 기세를 몰아 아침 30분 러닝을 나갔다. 매일 하는 러닝이지만 나가기 전엔 매번 새로운 핑계로 운동을 건너뛸까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휴일이니 운동하지 말고 오롯이 쉬어줄까? 오늘아침에 마당 청소를 좀 오래 했으니 운동은 건너뛸까? 오전에 좀 쉬고 오후에 뛰는 게 나을까? 난  오전 러닝을 할 때 몸이 훨씬 가볍고 붓기도 더 잘빠진다. 그리고 아침공기를 마시며 뛸 때 더 기분이 상쾌하다. 그 상쾌한 기분을 느껴보았기에 게으름을 이기고 운동화를 신었다.


러닝을 하며 들은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서 방송인 정선희 씨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거창한 일기 말고 딱 이 세 가지만 써보세요.

오늘 엄청 열받고 속상했던 일,

오늘 참 감사하고 고마웠던 일,

마지막으로 내일 내가 해야 할 일.


처음에 고마웠던 일을 써도 괜찮지만,

먼저 열받고 화났던 일을 쓰고 그다음으로 감사한 일을 쓰면 감사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는 마인드를 가지게 되고요,

마지막으로 내일 할 일 중에 비록 파 한 단 사기 같은 작은 목표를 정해놓을지라고 그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0분만  뛰고 들어왔다.

운동 후 반신욕도 해주고 스킨케어도 챱챱 해주고 나면 오늘 해야 할 큰 임무를 마친느낌에 나름 뿌듯하다.

영어공부

잠시 영어공부를 하려고 소파에 앉아 좋아하는 미국 블로거의 글들을 찾아보았다.

주제 : 일상에서 감사한 마음을 기르는  5가지 방법.

1. 감사일기 쓰기

2. 명상

3. 걷기 명상

4. 감사 항아리 만들기

5. 감사에 대한 대화나누기


몇 번 소리 내서 읽어보고 종이에 필사를 하듯 글들을 천천히 써 내려갔다.

첨 보는 몇 가지 단어들을 종이에 써서 외워보고 핸드폰 배경화면에 저장했다. 이러면 폰을 켤 때 한 번씩 단어를 볼 수 있어 외우는데 도움이 된다.

거창하게 오래 하는 공부는 아니어도 하루 딱 한 개 정도 좋아하는 주제의 영어  블로그 포스팅을 읽고 써보며 5-6개의 새로운 단어를 외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적은 양이지만 매일 꾸준히 하는 걸 목표로 해보고 있다.

책 읽는 시간

평소 유튜브 채널 돌리듯 이 책  저 책 읽다  할 때가 많지만 내 입맛에 맞는 책을 찾으면 두세 번 읽는다.

요즘 재밌게 읽은 에세이들은  잠, 일상, 내향인에 대한 글들이었다. 내가 표현하지 못한 어렴풋한 일상의 감정들을  작가들의  정밀하고  세련된 문장들 속에 찾았을 때는 가려운 곳을 딱 긁어준 거 같은 후련함과 나만 이렇게 느낀 게 아니었구나 하는 동질감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이렇게 맘에 확 와닿는 문장들은 작은 노트에 펜으로 꾹꾹 눌러 또박또박 써놓는다. 가끔  맘이 갈팡질팡 할 때 읽으면  다시 한번 감동하기도 하고, 내가 이때 이 문장에 꽂혔었구나 하며 그때 내가 처했던 상황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책 읽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도 괜찮다. 나에겐 매일 적게나마 책 읽는 시간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

뇌과학자가 말했다. 유튜브나 숏츠 같은 영상으로 인한 도파민중독을 고치는 길은 독서라고.

화면이 보여주는 데로 따라가는 수동적인 뇌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선 능동적 사고와 자신만의 속도대로 읽어나갈 수 있는 독서가 좋은 방법이라고.

글쓰기

그리고 저녁,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 작은 글쓰기를  실천해 보고자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중이다.


아는 사람이 생각났다.

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기구를 여러 대 사놓고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시작을 하려면 완벽하게  모든 걸 갖추고  오랜 시간을 들여해야 된단 고정관념이 많아서 아직 운동기구에 올라타지도 못하는 듯 보였다.

 사실  뭔가를 시도할 때 거창하고 잘해야 된단 생각에 아무것도 못할 때가 많다. 운동이던 공부던 그냥 처음엔  ’ 5분만 하자‘란 맘으로  시작하는 게  좋은 거 같다. 잘하겠다는 기대치도 낮추고 , 힘을 빼고 시작하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냥 함 해보자라는 정신으로. 너무 힘들지 않게 재밌게 즐기는 만큼만.

실제 작년부터 시작한 하루 딱 30분 러닝으로 체중이 줄었고, 어설프게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하며 브런치 작가가 됐고, 며칠 전 본 영어테스트에서 점수가 좀 더 오르는 성취가 있었으니 작지만 꾸준한 루틴들이 쌓인 힘은 그리 작지만은 않은 듯하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에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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