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간에 대한 설렘을 선물하는 ’정리‘
어젯밤에 문득 집에 있는 커피와 차들을 한 곳에 정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왜그랬는지 어떤 건 전기 포트 밑 케비넷에, 어떤 건 팬트리로 다 흩어져 있어서 차를 준비할 때마다 동선이 너무 길고 어수선 했던걸 이제서야 내가 깨달은것 같다.
우선 차와 커피들을 한 곳에 모아둘 공간은 전기 포트 바로아래에 있는 케비넷으로 정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믹스 커피랑 꿀만 있는 선반에서 오래되고 거의 바닥난 꿀은 버려주고 편집숍에서 무료로 줬던 예쁜 신문지를 깔았다.
그 위에 이번에 동생이 시애틀에 갔다가 사 와준 라벤더 꿀과 과일향 원두를 올려놓았다.
선물 받은 고마운 음식들은 아끼다가 오히려 유통기한이 지나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요즘엔 그 고마운 음식들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신선하고 맛있을 때 바로 다 먹으려고 한다.
그리곤 남편이 사랑하고 제일 자주 마시는 믹스커피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차 가루, 그 앞으로 휘스크를 놓아두었다.
요즘 설탕 대체제로 스테비아를 사보았는데 마치 밀가루 같이 흩날리고 꽤나 달달하다. 스테비아도 모아두었던 유리병에 차르르 덜어 자리에 놓았다.
어정쩡하게 컵들 사이에 놓여있던 드립커피망도 이젠 이 공간으로 데려 올 수 있었다. 흩어져 있던 차와 커피에 관련된 소품 들을 한 곳에 모아 보니 우리 집에 꽤 많은 티백들과 커피원두들이 있었단 걸 알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오며 남편 친구에게 기념으로 사 온 걸 전달하지 못했고 , 레스토랑 리뷰가 뽑혀서 받은 원두백도 다 마시질 못했다. 아쉽지만 마당에 모종을 심을 때 거름으로 줘야 할 듯하다.
컵 서랍장 한구석에 붙어있던 컵 받침대도 꺼내오고 때마침 도착한 커피아트를 위한 아크릴 스텐실들도 걸어 주었다, 물건들이 꺼내져 있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수납장에 정리를 했는데 아무래도 밑쪽 선반이라 어두워서 충전식 램프를 하나 달아주었다.
물건들을 다 모아놓고 나니 홈카페 공간에 맞는 소품으로 작은 이젤과 메뉴보드 같은 걸 만들어 놓고 싶었다.
집에 있던 나무젓가락을 이젤모양으로 만들어서 어두운 나무 색을 칠해주고 그 위에 블랙보드처럼 만든 종이를 올려 주었다, 맘에 드는 문구도 써서! 글루가 제멋대로 붙어 있었지만 그냥 물감으로 덮어 버리니 짧은 시간 안에 나름 귀여운 이젤을 만들 수 있었다!
좀 뿌듯했다…
나름 홈카페 공간을 만들어 놓으니 왔다 갔다 하며 찾으러 다니지 않아서 좋고 , 평소 내 취향이 아닌데 가지고 있던 티백도 시원하게 비워주는 용기도 샘솟았던 하루였다.
한 번씩 이렇게 설렁설렁 공간을 정리하다 보면 내 맘의 묵은 기운은 덜어지고 새로워진 공간에 대한 설렘이 채워진다. 정리가 주는 행복이다.
또한 다 먹지 못하고 퇴비로 줘야 하는 원두들을 보며 내가 꽤나 풍족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여러 이유로 남겨진 아까운 원두들을 비료로 써버리는 일이 또 없도록 지금 있는 커피와 티들을 알차게 다 마시고 났을때 다른 종류의 차나 커피들을 사야지란 작은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