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2024
종종 우리 동네 한국인 친구들끼리
모임을 갖는다.
그리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 지역에서
한국인 이웃들은 참 소중한 인연들이다.
너무 자주 만나지도,
또 너무 오랜만이지도 않는,
가까우면서도 느슨한 사이라
만남이 더 기대되고 재미있다.
오늘은 동네 젤 큰언니가 초대를 해줬다.
음식을 하나씩 해가지고 모이니 서로 편하다.
우리가 모인다고 하면 세심한 언니의 남편분은
앞마당, 뒷마당, 집안까지 다 청소를 해주신다.
우리가 모일 때마다 남편분이랑 언니가 힘들겠다고
하니 오히려 좋다고 하는 긍정적인 언니:)
“ 모임이 있어야 이렇게 대청소를 할 기회가 생겨!”
난 베이컨 김치볶음밥, 팬케이크,
다른 친구들은 물떡과 어묵탕, 주스, 간식
언니는 수육, 떡볶이, 초콜릿을 준비해 주었다.
오랜만에 배불리 먹고 마시며
그동안 지냈던 이야기,
집을 고치면서 있었던 일화,
우리 동네에 생기는 시설 등등
신나게 한국말로 한바탕
수다를 떨었던 시간이었다.
깔끔하고 있을 곳에 적절히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
페이스북 장터나 마켓에서 산 저렴하게 샀다고 하는
그림과 소품들이 어찌나 예쁜지.
미니멀하고 예쁜 언니집을 우린다같이
우와우와 하면서 구경한다.
매번 집구경을 하지만
이렇게 인테리어를 하는 거구나!
매번 감탄하고 배운다.
낮엔 신나게 수다를 떨었으니
저녁은 조용한 나만의 시간.
강아지랑 남편이
콜콜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책 읽는 평안한 금요일 밤이다.
예전에 한번 봤던 책이지만
또다시 보고 싶어서
다운로드한 책
‘혼자 있기 좋은 방’
역시 다시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첨 본 것처럼 새로웠다.
이 책을 통해
마르셀 리더의 그림들을 알게 됐다.
기가 막히게 아련한 공간과 색표현은
나 또한 저 아늑한 공간 안에
앉아있고 싶은 설렘을 준다.
그림 속 사색하는 인물들의
분위기는
나 또한 고요하게 몰입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마음을 관찰하고
일상을 재조직하며
삶을 재생한다.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놓치고 살아가는 것들을 떠올리고
부단히 질문하고 경청하며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일상을 일일이 되짚어 보며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침묵을 통해 행해지는 나와의 의사소통,
혼자 있기에 달콤한 시간이다.‘
우지현 <혼자 있기 좋은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