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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cozy Jun 04. 2024

내가 농사를 좋아할 줄이야

 설레는 첫 비트 수확의 기록

 어제 아침  뒷마당에서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빨갛게 여문 비트를 캐어냈다.

씨를 뿌릴 때 한 곳에 많은 씨를 뿌리는 바람에   비트들끼리 서로 비좁게 옥신각신 자라고 있어서

  큰 것들은 뽑아주고  작은 것은 좀 더 간격을 둬서  다시 심어주었다.

처음 심어본  비트를  수확하는 기쁨은  꽤 컸다.

땅이 짜잔 하고  마법을 보여주는 것같아  새삼 신기하기도 했다.



커피를 잘 못 마시는 나도  스타벅스에 자주 간다.  

바로 내리고 남은 커피비료를 무료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마다  커피비료를 기존의 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주기도 하고

어느 곳은 대용량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주기도 하는데

들고 나올 땐 마치 산타클로스의 선물꾸러미를 통째로 받은 기분이다.

커피를  흙들과 섞어주면 땅이 비옥해짐과 동시에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이 참 좋다.


 작년 마당 콘크리트 공사를 하며 채소를 기를수 있는 밭을 몇군데 남겨두었다.

   채소 키우기에 큰 관심이 없던 나에게   엄마와 동생이 먼저 뒷마당 농사를 추천했다.

그러다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에 삽니다'를 쓴 이혜림 작가가 베란다에서  아기자기한 채소를 기르며

 쌈을 싸 먹는 블로그를  보았다.

농약도 안친 야들야들한 채소를 바로 따먹는 모습에 무언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던 나는

 그 길로  씨앗 몇 개를 사 와  흙 두둑을  만들고 내 맘대로 간격으로 씨들을 심게 되었던 것이다.



비트 몇 개를 수확해 본  왕초보의 농사 예찬론은  

다음과 같다.


하나, 작물들에 대한  작은 지식들이 쌓인다.


일단 씨마다  심는 시기를 알아야 하고 물 주는 양, 수확하는 시기도 공부하게 된다.

(비트는 봄에 심고 6월쯤 수확, 7월에 다시 심을 수 있고 파는 너무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고 하는 것들)

어떤 작물이 벌레가 많이 꼬이는지도 알게 된다.

( 부추는 벌레가 안 꼬이며 키우기가 꽤 쉽고 상추는 벌레가  많이 생긴다는 사실같은것)

작물들의  특성과 키우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된다.


둘,  식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씨앗은 모종보다 저렴하고 한 팩만  심어도 옆집에 나눠줄 정도로 작물이 쑥쑥 자란다.

농약을 치지 않고 무한대로 자라는 유기농  채소들은 건강에도 좋고 식비 절약에도 좋다.

말 그대로 시드머니를 몇 배로 불려주는 투자의 기쁨도 느낄 수 있다는 것.


셋, 농작물들이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며

기다림을 배운다.


씨앗을 심고 나서 언제 자라려나 하던 걱정과 다르게 파, 방울토마토, 비트는 싹이 나고부터 가속도가 붙은 것처럼 쑥쑥 자랐고 파슬리랑 당근은 천천히 자라나고 있다. 작물들의 속도를 기다려주며   주변 잡초를 뽑고 비료를 챙겨주고  이파리가 타지 않게 해가 없는 시간에 물을 준다. 아무렇게나 심었는데도 흙을 뚫고 뽕뽕 올라오는 모습은 대견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과정들이 나 아닌 다른 존재를 돌보는 마음을 좀 더 길러 주는 듯하다.


넷, 흙을 만지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흙을 만지면 흙속 미생물이 면역계를 강화해 준다고 한다. 또 집중력을 강화해 주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억제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말랑 말랑한 슬라임 놀이가 인기가 있던 것처럼

흙을 주무르는  자체가 큰 치유의 효과가 있고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엄마와 동생에게 비트 자란 걸 자랑하니

화장실 갈 때 놀라지 말라는 중요한 주의사항을 받았다. 헤헤^^

농사를 주제로 가족끼리 할수있는 대화들이

늘어나는것 또한 즐거운 일이란걸 느끼며

  맛있는 비트요리 레시피를  검색해본다.

그리고

 7,8월에 심을수 있는 작물은 뭐가 있는지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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