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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남으로 돌아오는 여행 [안동 숙소 | 산온:리트릿]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머무르는 이에게

좋은 쉼을 전하는 일


글ㆍ사진 ㅣ 전욱희


매해 겪는 겨울인데도 항상 긴장하게 되는 겨울. 얼마나 추울까. 요즘 출근하러 나서는 몸에는 긴장이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일상은 그대로이지만 유난히 몸이 무겁다. 풍경도 마음도 뿌연 서울에서 벗어나고 싶어 12월의 어느 날, 안동 감성 숙소 산온:리트릿을 찾았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잰걸음으로 향한 청량리역. 출장과는 사뭇 다른 마음으로 타는 열차가 새롭다. 김밥을 나눠 먹고, 나른하게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안동역이다. 나에게 안동은 아빠의 고향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꼬박 매해 왔던 안동. 그러나 어느새 3년 동안 오지 않았던 곳. 쉼을 위해 이곳을 찾게 된 건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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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감성 숙소 산온:리트릿이 위치한 풍산읍은 안동 시내와 거리가 있는 편이라 사실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동네였다. 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 근처에 내리니 눈앞에는 추수가 끝난 논밭, 그 논밭을 장식한 마시멜로들, 집마다 걸려있는 시래기들이 우리를 반겼다. 이 풍경을 마주하니 도시를 벗어났다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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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릿(Retreat)이라는 단어는 직접 쓰기보단 듣기만 했던 터라 의미를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사전적으로 다양한 뜻으로 정의되지만 모두 어딘가에서 떠난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마주한 문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보내는 하루. 산온:리트릿은 위치와 공간 자체가 그러한 ‘떠남’에 부합하는 숙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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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빛의 색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부드럽고 진한 빛은 공간의 구석구석을 그윽하게 비추고 있었다. 커다란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을 두르고 있던 논밭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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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는 숙소를 둘레로 걸을 수 있는 산책길과 겨울에도 이용할 수 있는 온수 풀이 있다. 담벼락으로, 내년 봄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논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공간에서 즐기는 따뜻한 수영.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이를 충분히 즐기고 싶어 얼른 물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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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을 온몸으로 즐기는 건, 몸에 깃든 긴장을 꼼꼼히 찾아내는 일. 몸의 힘을 하나둘 풀어낼 때마다, 몸은 좀 더 둥실, 떠오른다. 사뭇 차가운 도시에서 삶 속 나도 모르게 몸 구석구석 작게, 크게 깃들어 있던 긴장을 꼼꼼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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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장구도 치고, 함께 온 친구와 수다도 떠는 동안 많이 웃었다. 이렇게 나른하게 웃어본 게 언제였지. 신나게 물놀이하고 나서 허기진 배를 채우러 장터 쪽으로 나섰다. 물놀이하고 난 후, 먹는 고기와 맥주는 단연 꿀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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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어둠이 찾아온 풍경. 고요한 숙소로 다시 돌아와, 한 방에 모여 영화를 봤다. 나른해진 몸과 적당히 부른 배,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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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일어난 아침.


어제 느꼈던 따뜻한 물의 기운을 여운으로 가져가고 싶어 실내 욕조에 물을 받았다. 온수 풀에서는 움직이며 긴장을 풀고 놀았다면, 이곳에서는 몸의 형태를 만져가며 긴장이 서린 근육을 느껴 본다. 호스트분이 준비해 주신 맛있는 사과즙도 한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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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 속에 몸을 목 즈음까지 깊숙이 담그고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산온에서의 쉼이 더 진하게 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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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와서는 숙소에 준비되어 있던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둘러싸고 있던 논밭을 크게 돌았다. 저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자전거가 지나가며 내는 소리에 마당의 강아지들이 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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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토요일의 아침 햇빛을 마중 나온 고양이들과도 인사했다. 오랜만에 보내는 상쾌한 아침. 직접 커피도 멋진 기계에 내려 마시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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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감성 숙소 산온:리트릿을 떠나며 기록했던 작은 디테일을 되짚어본다. 멋스러웠던 스위치, 마당으로 놓인 고무신, 정성스레 준비된 질문지와 간식들, 숙소 곳곳에 녹아든 만든이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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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쉼을 전하는 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산온을 찾는 여정, 그리고 산온에서의 하루는 복잡함에서 벗어남으로 일상으로 돌아오는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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