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고서우
SNS는 가끔 무섭도록 정확하게 내 취향에 맞춘 사진들을 보여주곤 한다. 그들 중에는 음식도 있고, 누군가의 예술적 감각이 담긴 사진도 있고, 또는 내가 관심 갖던 신상 스테이의 사진도 있다. 그래서 요즘 자주 하는 말, "우리 방금 한 말 얘가 듣는 거 아니야?".
서귀포 남원에 자리한 숙소 '공사이도'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어느 날인가 스크롤을 내려가던 나의 시선, 첫 눈에 찍히듯 들어온 모습은 정말 그림 같았다.
"어느 작가가 여행을 떠난 사이, 비워진 갤러리를 향유하는 듯한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을 통해 비일상의 감각을 느껴봅시다."
'공사이도'의 소개글을 읽어감에 따라서 나는 더욱 이곳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접 내 눈으로 마주한 그 실체는 '공사이도'가 소개하던 한 줄의 느낌을 단번에 실감케 하는 모습이었다.
12월 3일, 예약 당시부터 고민했던 날짜가 다가왔다. 제주의 2023년도는 유독 흐린 날씨가 많았기에 더욱 겨울에 고심을 담아 체크인 일정을 정했다.
'공사이도'로 향하며, 나는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신기하게 남원읍은 올 때마다 늘 좋은 날씨를 보여줘!" 12월의 몇 안 되는 좋은 날씨를 나는 운 좋게 이곳에서 써볼 수 있었던 것이다.
서귀포 남원 감성 숙소 '공사이도'는 두 개의 독채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 스테이다. 나는 '스페이스 공'에 머물렀고, 뒷편에 자리한 '스페이스 도'에도 손님들이 머물고 있는 듯 보였다.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이 쌀쌀해서 옷깃을 여미며 내부로 들어갔다. 포근하게 와닿는 공기가 이곳의 첫인상이 되었고, 이내 시선은 기다란 복도 끝에 닿았다.
공간을 분리한 단차와 그 위에 놓여져 있는 귀여운 호박모양 소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낯선 방문객인 나를 맞아주었다. 복도를 걷는데, 걸음마다 발등에 닿는 빛들도 환영의 인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긴 복도에 나란히 걸린 하얀색의 캔버스들은 무언가 뜻하는 바가 있어 보였다. 이어, 눈에 들어온 것은 이곳의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위치에 놓인 팜플렛이었다.
우리는 갤러리에 가면, 먼저 입장권을 받아 든다. 그리고 동시에 관람 이해를 돕는 팜플렛을 챙긴다. 이 순간, 자연스럽게 '공사이도'가 적어놓은 한 줄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느 작가가 여행을 떠난 사이, 비워진 갤러리를 향유하는 듯한 일상적이지 않은 경험을 통해 비일상의 감각을 느껴봅시다."
예약도 없이 그저 차를 타고 가다, 궁금했던 갤러리에 도착하고 보니 관장도, 작가도 없다. 그러나 문은 열려있어 그 공간 안으로 조심히 시선을 넣어보는 것이다. 마침 모든 것이 보기 좋아, 눈에 이끌려 걸음도 들여본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갤러리 관람을 시작한다.
딱 위와 같은 느낌이었다. 더 좋은 것은, 결국 스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곳이기에 이곳의 시간을 좀 더 여유롭게 즐겨봐도 좋다는 점이었다.
'공사이도'의 내부 구조를 설명해 보자니, 어디서부터 풀고 나가면 좋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위치에서 보이는 뷰가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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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사이도의 복도를 지나면 만날 수 있는 거실을 중심으로 양 끝에 침실이 하나 씩, 총 두 개가 있다. 현관에서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침실에서는, 가운데 잔잔한 물결에 하늘을 담는 물가가 보이고 그 너머 거실이 새하얗게 눈에 들어 온다. 덕분에 포근한 침실 분위기가 고조된다.
이어, 새하얀 깨끗함에 이끌리듯 복도를 지나 거실에 닿으면, '스페이스 공'의 정원과 어우러진 먼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온다. 그곳에 앉아 쉴 수 있도록 마련된 검정색 나무의자의 위치가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을 계산한 듯한 위치!
그리고 4인은 거뜬히 앉아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을 법한 긴 식탁 위에, 풍성히 쌓아올린 귤을 까 먹으며 다음 침실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오후 햇살이 쭉 뻗어 들어와 침대 머리맡을 비추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예뻐서 사진에 담았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대던 날씨에 보기만 해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노릇한 햇살은 '공사이도'하면 떠올릴 장면 중 하나가 되었다.
내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넓은 공간이었지만, 더 넓은 '공사이도'를 보기 위해 주방 옆 문을 열고 나갔다.
바깥에는 자쿠지가 있었는데, 자쿠지 옆을 막는 높고 하얀 벽이 또 하나의 캔버스 같았다. 그 캔버스에는 시간대별로 볕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가 그늘이 지며 차가운 색을 내기도 해서 심심하지 않은 연출을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자쿠지를 둘러싼 3면의 벽 중에서 좁게 틈이 난 벽 사이로 감귤밭이 보였는데, 주렁주렁 열린 주황빛 귤들이 자연 그대로의 병풍 그림 같아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나는 '공사이도'의 정원을 걸으며 좋아하는 남원읍을 양껏 느꼈다고 기억한다. 여한 없이 주는 제주의 좋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론을 올려 그 정원을 내려다 보았을 때, 땅 아래에서 걸을 때는 미처 눈치 채지 못 했던 정갈함도 보았다. 오밀조밀 계산된 돌들의 위치나 정원 가운데 놓인 꽃밭의 길이감마저. 또 건물이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그대로 드론의 시선을 올려보았을 때 마주한 바닷가. 아름다워 몇 번이고 드론을 띄웠다 내렸다 했다.
한 번 본 아름다움은 자꾸 보고싶기 때문인지, 여러 차례 올린 드론에 나는 결국 계속 같은 풍경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햇살의 방향이 달랐고, 처음엔 못 봤던 섬을 눈치 채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가 지고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남은 시간을 보내는 데에 달콤한 무어라도 있었으면 해서 멀지 않은 스타벅스에 갔다. 녹차롤케이크를 포장하여 '공사이도'에 돌아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적잖이 놀랐다.
'이런 줄 알았으면 케이크는 안 사왔을 수도!' 했을 만큼 쥬스, 우유, 식빵, 버터와 잼까지 넉넉하게 채워져 있었다. 아마도 이것들은 조식이겠지만, 나는 쥬스를 꺼내 한 컵 가득 따라 사 온 녹차롤케이크와 함께 먹었다.
먹으며 바라본 야외 자쿠지가 아쉬웠다. 여럿이 왔으면, 저 자쿠지에 온수를 채워놓고 벽면에 빔프로젝터를 쏴서 영화라도 봤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좋았다.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각자가 어떤 요소를 어떻게, 얼마나 즐기느냐에 달려있을 뿐이니. 나는 여기 조용히 앉아서 원했던 달콤한 것을 먹으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시간을 보냈으니.
이윽고 잠에 빠지며 생각했다. 내가 만약에 다시 한 번 서귀포 남원 감성 숙소 '공사이도'를 찾게 된다면, 옆구리에 레고 상자도 하나 끼고 와야겠다고. 방해 받지 않는 고요함 속에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더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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