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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가 머무르는 곳 [제주 감성 숙소 | 스테이온기]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바깥의 소란함이 

사그라드는 공간


글ㆍ사진  고서우



익숙한 길을 달려가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는 어귀에 잠시 멈춰 섰다. 좌회전 깜빡이 신호를 넣고, 이내 차 머리를 회전하여 들어간 골목은 생각보다 좁았다. 빈 유모차를 끈 할머니들이 나란히 동네 산책을 하는, 정겨운 마을 애월읍 상가리다.



이윽고 이곳에 자리한 감성 숙소 '스테이 온기'를 만났을 때, '온기'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구름이 걷힌 사이로 내려온 햇살이 나무 대문에 닿으며, 따뜻한 색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좌측에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현관문이 있지만, 내 눈에 먼저 들어온 마당이 예뻐서 걸음은 마당을 맴돌았다. "짐을 내려놓고, 다시 나와 가볍게 걸어봐야지!"



짐을 들이려 '스테이 온기'의 현관문을 열자 긴 복도 끝 틈으로 주방과 식탁이 보였다. 이끌리듯 복도를 걸어 들어가면 마당이 한 눈에 보이는 넓은 창문이 있고, 그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또한 이 애월 감성 숙소만의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한다. 짐을 빨리 내려놓고 마당부터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뒤로 미루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구석 평상 자리에는 방명록 한 권과 연필이 놓여 있었는데, 볼펜 대신 연필 몇 자루와 연필깎이가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방명록에 아이가 쓰고 그린 듯 보이는 '가족'이라는 글씨와 '메롱'하는 그림이 귀여워 어린 조카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가족들이랑 함께 머물렀었나 보네. 글씨를 쓸 줄 아는 나이라면, 이 여행의 기억을 잊지 않겠구나."



방명록을 내려다 보던 허리를 세워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에는, 1인 소파가 햇살을 가득 받고 있는 게 보기 좋아 잠시 앉아보기도 했다. 걸으려 했던 마당은 여기서 바라보기에도 흡족했기에 내부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소파에 앉아 걸어 들어온 자리를 쳐다보다 몇 번이고 사진을 찍어댔다. 물론 비가 내리는 날에 더 잘 어울리는 공간들이 분명 있지만, '온기'라는 이름에 맞는 날씨를 만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함이 가득한 공간 안에 하얀색과 나무색이 단정하게 자리한 모습은 차디찬 겨울이라는 계절감마저 머릿속에서 상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4인 식탁을 붙인 주방은, 따뜻한 밥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도마 위에 칼질하는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했다. 아이들은 의자에 앉아 짧은 다리를 앞뒤로 내두르며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시끄럽게 떠들어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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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 온기'의 침실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다. 침실은 두 개였고, 각 방의 크기는 비슷하다고 여겨졌다. 툭툭 털어, 정갈하게 주름을 펴고 손님맞이를 마쳤을 침대가 두 곳 모두 만족스러워서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잘까 몇 번이나 왔다갔다 살펴댔다.


침실에 좁고 길게 난 창문 밖으로는 숙소의 뒷 골목이 보이는데, 세월이 느껴지는 돌담이 제주스러웠다. 제주도민이 아닌 사람들 눈에는 이 작은 틈의 운치마저 여행 기분을 내게 하는 요소로 보일 것 같다.



침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서, 야외 자쿠지로 통하는 문과 눈이 마주쳤다. 야외 자쿠지 주변에는 붉은 송이가 깔려 있었고, 나는 이 송이를 밟는 소리가 좋아서 디딤돌을 일부러 빗겨 걸었다. 그리고 자쿠지에 물을 틀어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쿠지 바로 옆에는 간이 샤워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자쿠지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히 몸을 씻어내리기 좋아보였다.



나는 이렇게 자쿠지 옆에 샤워할 수 있도록 시설이 마련된 곳을 선호한다. 아무래도 자쿠지를 사용하기 전과 후 모두 몸씻기는 필수적이기에 따로 샤워할 수 있는 공간이 가까이 없는 곳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동선이 똑똑한 곳을 만나야, 머무는 내내 편안하다.



자쿠지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넓은 마당으로 돌아 나왔다. 시간이 지나가며 점차 오후 바람이 쌀쌀해졌지만, 그래도 날이 좋아서 가벼운 차림에 걷기 좋았던 기억이다.



불멍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는 벤치형으로 넓었는데, 다인(多人)가족이 와서 놀기 좋아 보여서, 기억해 두었다가 주변에 추천해 줘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마당 한 가운데 나무는 겨울을 닮아 나뭇잎을 모두 벗은 모습이었는데, 그 아래를 두르고 있는 붉은 송이와 돌, 이끼, 풀들이 풍성하여 쓸쓸해 보이지가 않았다.


마당 구석에도 집이 하나 있었고, 나는 숙소를 꼭 닮은 예쁜 외관에 속아 별채인 줄 착각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다, 문을 열어볼까 할 때 쯤이나 되어서야 스태프 온리 구역임을 알아챘다. 대부분 이런 공간은 누가 봐도 출입 할 일 없는 외관을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미관상의 매력이구나. 찍은 사진을 곧바로 삭제하며 돌아나오게 됐다. 



반의 반도 안 되게 채워진 자쿠지 물을 우선 잠그고, 저녁을 맞이할 때까지 두었다. 나머지는 뜨거운 물을 받아 적당한 온도를 만들 생각이었다.



저녁식사는 해 먹기로 결정했다. 근처에 하나로마트가 있길래 그곳에서 햇반과 함께 조리해 먹을 수 있을 만한 몇 가지 식품들을 사 왔다. 해 봐야 카레와 햄, 김치 정도지만.



위의 것들을 가지고 주방에서 따뜻한 밥 기운을 내니 재밌기도 했다. 집에서 해 먹을 땐 좀체 재미라는 건 모르겠는 요리도, 밖에서 하니 간단해서 외려 아쉬울 지경이었다.



걸으며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하다 밥 때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음식이 완성되어 갈수록 배고픔도 극심했다.

얼른 한 상을 차려 먹으면서 고작 싱겁게 뱉은 말은 "다음부턴 김치를 큰 팩으로 사야겠어!"였는데, 이 말 속에는 결국 "다음에도 숙소에선 되도록 이렇게 해 먹어보자!"라는 즐거움이 담겨있었던 거다. 



이렇듯 제주 애월 감성 숙소 '스테이 온기' 안에서는 유독 소꿉놀이 감성이 짙게 들었다. 집을 구경할 때부터 시작해서, 마당을 걷다 지는 해를 눈치 채고 마트로 달려가 반찬거리를 살 때도, 숙소로 돌아와 저녁식사 준비를 해서 밥을 입에 넣을 때에도. 그리고 자쿠지에 한 발, 두 발 내려가서 몸을 녹이면서 비록 별 하나 뜨지 않은 밤하늘을 아쉬워 할 때 마저도 몽글몽글한 기분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 기분 그대로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이며 편안함을 느꼈다. 이렇게 새로운 숙소를 만나 침대에 누워본 밤, 나는 편안함을 느끼면 매트리스와 침구류에서 브랜드 택을 찾게 되곤 하는데, '스테이 온기'에서도 꽤나 궁금해했다. 사실 베개 밑을 몇 번 뒤적거리다, 그냥 너무 편안해 찾기를 관두고 얼른 자는 쪽을 선택했지만 말이다.



나에게 이곳은 따뜻함과 안락함, 소꿉놀이 같은 편안함이라는 공간기억으로 새겨질 것이다. 제주 애월 감성 숙소 '스테이 온기'.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런 곳이었다고 표현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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