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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바람이 불더라도 [제주 감성 숙소 | 스테이소도]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뜻밖의 날씨

뜻밖의 행운


글ㆍ사진  김송이



우도행을 결심했다. 보통의 회사원인 나는 여행 목적지를 고를 때에도 '이동은 짧게, 행복은 길게' 스타일이다. 주말은 소중하니까 휴일에 일찍 도착해서 길게 놀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기에 제주도로 가는 것도 고민이 된다. 그런데 왜 우도로 가느냐고 묻는다면 스테이소도를 다녀온 직장 동료의 이야기가 크게 한몫했다.


"일몰 때가 되면 스테이소도에서 바라본 바다가 온통 노을빛으로 물들어요."
"그곳에는 원시 속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평소 스테이폴리오 스테이를 자주 다니는 동료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야기하는데..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그날로 이것저것 검색하며 '스테이소도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며 다녔다. 


그리고 12월 14일, 우도로 떠났다. 



원시의 자연과 노을빛으로 물든 바다를 기대한 나에게 그날의 날씨는 참 야속했다. 성산항으로 가는 동안 비가 많이 내려서 우도로 들어가는 배가 결항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됐다. 종교도 없는 나는 합장을 하며 '제발 들어가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했고, 누구에게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차는 우도에 있는 숙소의 예약 내역만 보여주면 선적할 수 있다. 



스테이소도는 우도가 지닌 소의 형상과 섬 속의 '작은 섬'이라는 특징을 의미한다. 제주 돌집처럼 낮은 형상을 지니며 세 동이 모두 독립되어 있다. 궃은 날씨에 짐을 끌고 대문에서 바로 보이는 A동의 문을 열었다. 친구들과 나는 꽤 지쳐 있었다. 그런데 스테이 안은 이세계에 들어온 듯 무척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소파에 앉아 바다를 보니 약간의 감격스러움이 있었다.


스테이소도 예약하기


흔히 접하는 벽면과 벽면의 경계가 뚜렷한 직각의 모서리 대신 이곳의 벽면은 곡선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손으로 벽을 만져보았는데 끊김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감각이 좋았다. 쉼에 음악이 빠질 수 없어 준비된 바이닐 중 하나를 집어 들고 턴테이블 위에 올렸다. 



건너편에 A동이 보이는 이곳은 C동이다. 밝은 톤의 A동보다 우드의 명도도 낮아 묵직한 분위기가 있었다.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이 준비되어 있다. 영화만 볼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OTT 채널도 이용할 수 있다. 



안쪽에는 사우나 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어서 추운 겨울이나 여름에 수영장을 이용하고 서늘해진 몸을 따뜻하게 데우기 좋을 것 같았다. 



내가 묵었던 B동이다. B동은 큐레이션 된 책의 구절도 좋았지만 책 아래의 창이 무엇보다 훌륭했다. 다른 곳보다 시선 아래쪽에 창이 배치된 것은 누워서 밖을 보기 위함이다. 침대에서 바라본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풍경과 상반되는 이곳의 고요에 이질감이 느껴졌는데 그게 오히려 좋았다.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해 책을 읽었다. 베이스의 무거운 진동이 방과 몸을 울렸다. 내가 선곡한 음악이 유독 베이스가 돋보인 것일지, 낮은음을 잘 담아 주는 스피커였는지, 그냥 공간이 좋아서 기분 좋은 착각이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방에 있는 동안 행복이 가득했다. 



스테이소도는 어느 곳에서든 바다가 보인다. 특히 A동이 그러한데 심지어 손을 씻을 때도 앞에 바다가 펼쳐진다. 우리 집 세면대도 이런 풍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아마 수도세가 엄청나게 나올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다. 마지막 도항선이 출발하고 그때부터 우도에 고립된다.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으로 우도에 왔을 땐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마지막 배를 타고 나갔는데. 이번엔 하룻밤을 보낸다. 사실 똑같은 밤일 텐데 장소의 특수성이 주는 신기함이 있었다. "우와, 우리 진짜 우도에서 자나봐." 어두운 바다 너머로 보이는 제주도의 불빛을 시선에 두며 외지인은 정말 우리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좋은 점은 숯에 불이 잘 붙는다. 그래서 고기를 금방 구울 수 있었다. 바깥에서 먹고 싶었지만 12월 저녁은 꽤 쌀쌀했다. 마트에서 사 온 땅콩 막걸리와 먹을거리들을 올려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테이소도에는 우도와 스테이소도의 하루 플랜을 제시하는 가이드북이 준비되어 있다. 날씨가 좋지 않아 해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았지만 햇살과 함께 이곳으로 찾아온 누군가는 꼭 이 플랜을 경험해 보면 좋겠다.



커피와 차가 준비되어 있어 기호에 따라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 수동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아보려고 우리의 아침은 커피를 선택했다. 카페에서 커피만 주문하기 바빴지, 그라인더로 직접 갈아보니 쉽지 않았다. 노력해서 만든 커피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



겨울 제주의 날씨는 유독 변화무쌍하다. 바다는 바다 마음이라 당일이 되기 전까지 우도로 가는 배가 뜰지 안 뜰지도 알 수 없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여행길, 23년에 남은 운을 믿어보며 스테이소도에 도착하면 공간의 평화로움이 주는 행복한 이질감이 있다. 그게 생각보다 크다. 


앞으로의 나에게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다른 분께도 여행 가는 날에 날씨가 좋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않길. 그 과정에서 기분 좋은 감각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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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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