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변진혁
7번 국도를 타고 동해를 내달리다 보면, 양양 즈음에서 미국 서부 배경의 로드 무비에서 본 것 같은 이국적인 모습의 휴게소를 만나게 된다. 주유소, 편의점, 카페, 식당…. 그리고 스테이가 함께 하는 휴게소. 칠 드라이브인.
7번 국도라서, 또한 쉬어간다는 의미에서의 칠(Chill)을 중의적으로 사용하신 것 같다. 여행객의 목적에 따라 휴게소처럼 잠깐 쉬어가는 공간이 될 수도, 혹은 다음 여행을 위해 길게 하룻밤을 쉬어가는 숙소로서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커다란 'IN' 사인이 반겨주는 카페는 숙소의 리셉션 역할도 하고 있었다. 커피와 차, 맥주나 와인도 준비되어 있었다. 객실을 예약한 고객은 웰컴 드링크로 커피 또는 차를 선택할 수 있었다.
카페 측면의 터프하게 뜯긴 벽 안으로 슬쩍 들어가면 SSSC라는 브랜드의 서핑 샵을 만날 수 있다. 외부로 통하는 문이 없고, 오직 카페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시크릿 한 공간이기도 하다. 서핑은 아예 모르지만, 알록달록한 서프 웨어와 보드는 구경만 해도 재미있었다.
서핑 샵 한편에는 사장님의 취향이 다분히 묻어있는 수집품이 캐비닛 안에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서핑뿐만 아니라 각종 토이, 도서 등에서 다채로운 취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감성과 취향이 모여 구체화한 공간이 칠 드라이브인이 아닐까 싶다.
자체 콘텐츠를 담은 의류도 판매 중인 것 같았다. 티셔츠에 새겨진 시니컬한 표정의 아저씨가 던지는 메시지는 칠 드라이브인이 하고자 하는,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대신 얘기해 주는 것 같았다.
칠 드라이브인 예약하기
커피를 받고 2층으로 향했다. 낮은 조도, 은은하게 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볕, 반투명한 아크릴이 돋보이는 예쁜 의자들. 가만히 앉아 커피만 마셔도, 사진만 찍고 놀아도 재미있을 것 같은 공간.
2층은 루프탑 공간으로 연결된다. 날씨가 좋아서 웰컴 드링크로 받은 커피를 루프탑 벤치에 앉아 마시기로 했다. 바디가 묵직하지 않고 깨끗한 산미가 있어서 청량한 느낌의 커피였다. 이 날씨와 이 공간의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결국 여행은 사진으로 남고, 사진으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예쁘고 멋진 사진이면 더 좋지 않겠는가. 칠 드리이브인은 이런 여행객의 바람을 공간 곳곳에서, 특히 루프탑에서 해소하고자 했다. 밝은 흰색으로 화사하게 칠해진 루프탑에는 아이코닉 한 커다란 간판과, 테니스 코트나 수영장 콘셉트의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감각 있는 여행객이라면 이 공간에서 수도 없이 예쁜 혹은 재미있는 사진을 만들어 내겠지. 파스텔톤의 푸른색 테니스 코트 옆에 가만히 앉아, 예쁘게 떨어지는 햇살만 바라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루프탑 다른 한쪽에는 수영장처럼 보이는 재미있는 공간도 있다. 찰랑찰랑한 물은 없지만,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기분. 노란색 포인트가 특히 예쁘다. 안내 문구처럼 다이빙은 절대 금지.
1층으로 다시 내려와서 객실로 이동했다. 카페와 객실 사이에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버거 전문점도 있었다. 블루리본도 받은 것 같고, 무엇보다 예뻐 보이니 맛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이미 다른 메뉴를 결심해 두어서, 아쉽지만 버거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Chill stay'라는 사인을 따라 객실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객실 공간은 비밀번호로 문을 개방해야 해서, 묵고 가는 여행객이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해 두었다.
드라이브인은 'Drive-INN'처럼 들리기도 한다. 국도를 지나가는 것이 아닌, 국도에서 잠을 잔다는 낯선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로드무비에서 보던 모텔에서의 하룻밤이 어떤 느낌일지 체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선택한 객실은 705호. 숫자만 보면 엄청 많은 객실이 있을 것 같지만, 1층에 701호부터 705호까지 다섯 개의 객실이 준비되어 있다. 객실마다 콘셉트도 조금씩 다르고, 숙박할 수 있는 인원수도 다르다. 705호는 킹사이즈와 슈퍼싱글침대가 있어서 최대 3명이 묵을 수 있었다.
흰색 벽에 흰색 조명이 은은하게 떨어진다. 천장 가까이에 가로로 길게 낸 창을 통해서 햇볕도 은은히 새어 들어온다. 창이 작지만 답답하거나 어둡진 않고,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 팝한 칠 드라이브인 외부 공간과 대비되는 편안하고 차분한, 쉼에 온전히 포커스를 맞춘 공간으로 느껴진다.
적당한 크기의 TV는 스마트 기능을 지원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기도 좋다. 세면대는 욕실이 아닌 객실 안쪽에 있어서 쓰임이 좋았다. 세면대와 욕실에 준비된 어메니티는 자극적이지 않고 내추럴한 느낌. 객실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욕실이 꽤 컸다. 향초를 미리 피워두셨고, 불을 붙이지 않은 인센스 스틱도 준비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쉼에 있어서 향이 차지하는 부분이 큰 편인데, 세심한 준비 덕분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기본 세팅된 어메니티 외에, '동구밭'이라는 여행용 키트를 별도로 제공한다. 하조대 등 해변이 가깝기도 하고, 서퍼나 여행객의 다음 여정을 위한 칠 드라이브인 소소한 배려 같다.
귀여운 오렌지 컬러의 의자와 작은 라운드 테이블이 있어서 간단한 다과나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와인 잔이나 오프너는 비치되어 있지 않지만, 요청하니 금방 준비해 주셨다. 숙소를 채운 기물이나 가구의 컬러가 튀지 않는다. 밝은 우드톤 정도여서 시선을 뺏지 않는다. 객실에 의도하는 목적이 또렷하게 반영된 것 같았다.
침대 옆에는 공기청정기, 냉장고, 에어컨이 있다. 냉장고에는 생수 몇 병이 칠링 되어 있었다. 국도 중간에 위치한 숙소다 보니 장 보러 나가기가 여간 불편하겠다 싶었는데, 바로 옆에 편의점이 있어서 간단한 먹거리나 생활용품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다만,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은 아니므로 늦은 시간에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미리 장을 보는 편이 좋겠다.
짐을 푼 후, 바람을 쐬러 바깥으로 나왔다. 날씨가 여전히 좋았다. 카페에서 PBR을 한 병 샀다. 2층에 앉아 마시면서 노을과 함께 사진을 찍고 놀았다. 해가 지는 시간에 휴게소에서 국도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상황이 조금 이상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다음 날 아침. 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싸서 나오면서 마주한 복도의 풍경도 꽤 이국적이다. 제네바 스피커로 은은하게 음악을 깔아두었고, 특별한 장식이 없는 벽에는 서프 아티스트의 작품을 걸어두었다. 이 작은 공간에도 사장님의 취향이 올곧이 녹아있었다.
조금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국도에 올라 양양을 지나 속초로 향했다. 국도 중간에서 다시 시작하는 여행이 낯설면서도 또 한 번 재미있었다.
칠 드라이브인이 제공하는 독특한 경험은 시간마다 달라지는 것 같다. 한낮의 여유로운 햇살과 예쁜 장소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 노을과 함께 국도를 바라보며 맥주나 와인 따위를 마시면서 보내는 늦은 오후, 국도 위에서 긴 밤을 보낸 후 다시 국도에서 시작하는 다음 날의 아침까지. 여행에 있어서,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또 다른 '재미'로 접근할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다시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푸른 동해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쏟아지는 햇볕과 넘실대는 바다 사이에서 칠 드라이브인이 제 역할을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여름의 향기가 진해질수록 칠 드라이브인이 더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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