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고서우
2박 3일간의 제주도 여정, 이번엔 동쪽이었다. 서쪽과 무슨 끈끈한 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계획을 쓰다 보면 늘 서쪽에 머무는 여정이 되었었기에 이번엔 일부러 서쪽은 모두 배제한 상태였다. 우리는 먼저 제주공항 근처에서 고기국수를 나눠 먹었다. ‘제주도의 맛’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아닌가. 돔베고기도 같이 주문해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식당 문밖을 나오니, 제주도민인 나조차도 여행을 시작했을 때의 설렘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제, 마지막 목적지 ‘소요소림’에 도착하기 전까지 정해놓은 코스를 따라 움직이면 되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친구의 니즈에 맞춰서 그동안에 내가 다녀보며 좋았던 곳들을 한 곳, 한 곳 가보기로 했다. 제주의 동쪽 끝에는 성산일출봉이 있다. 바다를 가까이하며 웅장한 자연을 만끽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걷기 좋은 곳에서 탁 트인 자연을 보고 싶어. 바다라던가, 산이라던가.”
‘시인 이생진 시비거리’
이 친구가 원하는 것을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장소다. 걸으며 오른편에는 성산일출봉과 드넓은 바다, 멀리 우도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삼다도(三多道)의 거센 맞바람까지 함께라면, 탁 트인 자연을 보고 싶다는 욕구는 일순간에 채워질 것이었다. 우리는 그곳을 걷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해녀 할머니들의 물질을 구경하기도 했다. 잘 잡히지 않는지, 계속 얕은 물 한 곳만 맴돌던 할머니는 “몰라요, 몰라!”라는 대답을 하셨고, 퉁명스러움에 괜스레 웃어댔던 기억까지.
그렇게 길 따라 자연을 보며 카페를 몇 군데나 돌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였다. 이제 슬슬 ‘소요소림’을 향해 갈 때였다. 먼저, 마트에 들러서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샀다. 좀 많은가 싶을 만큼의 회도 사고, 초밥도 샀다. 묵직한 장바구니를 차에 실으니, 얼른 숙소에 닿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좁은 길 따라서 계속 올라갔다. 바닷가에서 숲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제주는 조금만 달리면 바다, 조금만 달리면 숲이라더니 오늘 우리의 여행길에 빗대어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얼마쯤 달려가 도착한 마을 길, 그곳에서 각 지붕을 살폈다. 숙소를 찾아갈 땐 그 마을에서 가장 예쁜 지붕을 따라가는 게 내비게이션보다 정확할 때가 있다.
“저긴가 보다!”
가장 높고 예쁜 지붕 하나를 찾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착하고 보니, ‘소요소림’이라는 작은 간판이 대문에 걸려있었다. 차를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숲속 작은집의 분위기를 하고 있어서, 우리 둘 마음에 쏙 들었다.
내내 맑기만 했던 날씨는 조금 흐렸다가 다시 맑았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소요소림’ 안으로 들어갈 때는 구름이 드리워져 볕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두른 초록이 여름의 싱그러움을 가득히 보여주고 있어서, “예쁘다”는 감탄의 연속일 뿐이었다. 입구에서부터 키가 작고 큰 풀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넓은 통창으로 바라다보이는 내부 너머의 정원까지 이곳은 기대 이상의 첫인상이었다. “와, 진짜 예뻐!” 그 외에 다른 표현은 나오지도 않았다.
널찍한 현관을 지나면, 바로 주방과 거실을 만나게 된다. 주방과 거실은 두 계단 정도의 단차를 두고 있었는데, 공간의 용도를 분리함과 동시에 공간감을 함께 쓰고 있어, 넓다는 인상을 주었다.
거실과 주방을 가운데 두고, 끝과 끝에 침실이 하나씩 있다. 우리는 먼저, 거실과 가까운 침실로 들어가 구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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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도 엄청 예쁘다. 바깥 정원이 이렇게 보이니까 좋네. 욕조에서 목욕하면 기분 나겠다!”
방과 연결된 욕실의 규모가 컸고, 규모에 어울리는 크기의 통창이 있다. 그 통창을 두고 몸을 담글 수 있게 새하얀 욕조가 자리 잡았다. 굳이 욕조를 쓰지 않더라도, 이 안에 서서 양치하며 바라만 보기에도 저 드넓은 정원은 매우 아름다웠다.
욕실과 바로 연결된 침실.
‘소요소림’의 욕실은 모두 두 개였고, 두 욕실 모두 침실과 바로 연결돼 있다. 두 쌍의 커플이 여행을 왔다고 가정한다면, 꼭 이곳을 추천해 줄만 하다는 생각이 여기에서 들었다.
대체로는 두 개의 욕실이 침실과 거실로 나누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침실을 사용하게 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소요소림’은 그 점이 하나의 장점이었다. 친구끼리 여행을 오더라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침실에 누워 보았다. 거실과 가까운 침실에서는 통창을 통해 작은 입구 정원을 볼 수 있었고, 반대편 침실에는 작은 창이 나 있어서, 좀 더 프라이빗한 분위기였다.
다만, 반대편 침실을 통해서 곧장 정원으로 나갈 수 있었는데, 그래서 산책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 이 방에 머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요소림’에는 보기 드물게 산책길이 있다.
작은 종이 리플렛에 친절한 설명으로 우리는 이 정보를 알 수 있었는데, 아침과 오후, 늦오후부터 이른 저녁, 늦은 밤으로 나누어 즐길 수 있는 ‘타임코스’가 세세하게 소개돼 있었다. 물론 우리는 연박을 하는 투숙객이 아니어서, 아침, 오후의 볕은 실제로 볼 수 없었지만, 늦오후부터 시작된 코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길 수 있을 만큼 즐거웠다.
먼저, 내가 대문에서 보았다던 작은 정원은 ‘이끼 정원’이었다. 돌담과 대문 뒤에 숨겨진, 오직 ‘소요소림’의 숙박객에게만 공개되는 공간. 이 습지 식물들은 위에서 언급한 침실에 누워서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허브 정원’인데, 아침 산책 코스로 선택하면 좋을, 산책로의 시작을 알리는 정원인 것 같다. 우리는 늦은 오후부터 산책을 시작하면서 커피 한 잔 들고 이 ‘허브 정원’을 걸었는데, 평소 좋아하는 허브향을 찾아 맡는 재미가 아직 기억에 남는다.
또, 친구가 “저 나무는 무슨 나무야?” 했을 때, 모르고 싶어도 제주도민이라면 대번에 알아차리게 되는 ‘귤나무’가 보였는데, 바로 ‘귤 정원’이었다. 원래 ‘소요소림’의 자리가 귤밭이었나 보다. 그 과수원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모티브 공간이라고 하니, 사이사이로 산책하며 귤나무를 직접 보고 느끼기에 관광객들에겐 큰 메리트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이어지는 곳이 ‘그늘 정원’.
여름철 ‘소요소림’을 찾는 사람들이 이 코스를 걸을 때, 딱 원하는 타이밍에 나타나는 정원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곳은 일 년 내내 그늘이 들어서는 곳이라고. 게다가 제주 곶자왈에서 볼 수 있는 식물들로 꾸며진 공간이니, 안 그래도 삼다수 이야기에 곶자왈 이야기를 하며 왔던 우리에겐 더없이 반가운 곳이 되어주었다.
나머지 ‘잔디 정원 & 그라스 정원’과 ‘작은 숲’ 그리고 ‘애기동백 나무’까지.
우리의 경험을 ‘소요소림’ 안에서 모두 쌓아 올려도 심심하지 않았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정원이 매우 알찼다.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저녁에는 “여기, 비가 와도 좋을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정원 쪽으로 블라인드를 치지 않아도, 오롯이 우리만의 공간이었기에 자연과 공존하는 프라이빗함이 ‘소요소림’만의 장점으로 기억 된다.
해가 모두 진 밤,
우린 조금 늦은 저녁을 차렸다. 가지고 있는 것들로 이것저것 만들어서 한 끼를 뚝딱하고 나니, 모든 것이 충만한 이때,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새삼스레 발을 동동거리며 “집에 가기 싫어!”를 외쳤다.
혹시 이 글을 미리 읽고 가는 투숙객이 있다면, ‘소요소림’에 들어가기 전에 조식으로 먹을 빵이나 주스를 챙겨가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피크닉 바구니가 준비되어 있는 곳에서, 사방에 아름다운 정원을 두르고 꼭 조식을 차려 먹고 나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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