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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은 오래 그곳에 남아 [강릉 감성 숙소 | 청유]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감각의 여백이 

주는 호사


글ㆍ사진 ㅣ 길보경


긴 유럽 일주를 마치고 일상의 제자리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무렵, 강릉으로 떠나게 되었다. 생활자의 버튼을 잠시 끄고 다시 여행자로 돌아가려니 산뜻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전의 여행과 다른 지점이 하나 있다면 휴식에 초점을 두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이를 위해 짐 가방도 최대한 가볍게 하나로 꾸리고 카메라와 수첩 그리고 연필 한 자루만 챙겼다. 지난 세 달간 매일같이 바깥 세계를 탐험하면서 좋은 영감도 때로는 어떤 자극처럼 다가오기도 했기에, 강릉에서만큼은 숙소에서 깊은 쉼을 통해 내면을 회복하는 여정을 만들어 가고 싶었다. 



강릉의 정겹고 소담한 동네, 명주동에 자리한 청유에는 청량한 여름빛이 완연했다. 초록 대문을 지나자 다양한 수목이 연연히 푸르러 어느 각도에서든 신록으로 눈부셨다. 너른 평상에 앉아 체리 나무를 올려다보고 정원 지도를 참고하며 석류나무, 목수국, 설유화 등을 감상했다. 본채와 별채의 모습도 차례로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본채로 들어서자, 청유의 하이라이트 공간인 '청유수'를 곧장 마주하게 되었다. 얕은 냇가처럼 펼쳐진 수공간과 작은 대나무 숲을 끌어안은 평상의 조화가 몹시 아름다웠다. 호스트님이 환대를 위해 준비해 주신 음악 그리고 향이 풍경과 어우러지며 더욱 싱그럽고 평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거실과 침실을 연결하는 복도에는 우드 소재로 미니멀하게 연출한 주방과 커피 바가 있었다. 스테이폴리오의 숙소를 여행할 때마다 요리를 빼놓지 않았던 지난 여행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과감히 생략하고, 바닷가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서는 간단히 2차를 즐기기로 했다. 고로 간결한 주방이 오히려 반갑게 여겨진 것! 와인 잔부터 맥주, 위스키, 커피, 차 등 각기 다른 음료 타입에 꼭 맞는 잔이 잘 갖춰져 있었다. 4인 가족이 상을 차릴 때에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크기의 그릇도 구비되어 있었다.



침실도 휴식에 최적화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정원 쪽으로 창이 나 있어 바깥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목도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쉼을 안겨주는, 평화로운 장면이었다. 무엇보다도 청유는 단출한 여행자에게 참으로 이상적인 숙소였다. 가볍고 포근한 소재의 잠옷뿐만 아니라 투숙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웰컴 와인과 피크닉 매트 등을 담은 바구니, 이곳의 푸르름을 닮은 동화책과 와인에 관한 에세이, 강릉 로컬 매거진 등 향유할 거리가 풍성했다.



가장 놀라운 지점은 이곳의 스마트홈 시스템! 미래 주거의 표본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각 공간의 온도부터 조명, 블라인드, 스피커 등을 모두 아이패드로 조절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환경을 설정해 두면 그에 맞춰 일정 주기로 자동 조정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호스트님이 마련해 두신 청유의 낮, 완연한 밤, 편안한 밤 등의 옵션을 때에 맞게 활용하니 매우 편리했다. 호스트님의 세심한 배려 덕에 머무는 내내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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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너른 평상에 부모님과 둘러앉아 작은 소풍을 즐겼다. 멀리 가지 않고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즐기는 피크닉이라니. 청유에서는 이 계절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과 피크닉 매트가 기본 제공된다. 정성스레 가꾼 정원을 여유롭게 즐기며, 경험의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 화이트 와인과 참외, 토마토 등을 곁들이니 입안에 여름이 머무는 듯했다. 



사실 88일간의 유럽 일주 이후 부모님과 길게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는데, 이때 여행의 소회를 나누며 스스로 지난 순간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소중한 사람들과 시공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만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별채로 향할 차례! 나무 오두막을 닮은 별채는 수면 공간과 작은 서재, 샤워실을 겸비한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내외에서 활용 가능한 포터블 램프와 노트, 색연필 등이 있어 창틀을 책상 삼아 창작 활동을 하기에도 좋았다. 



본채와 마찬가지로 잠옷이 두 벌씩 마련되어 있었고, 태블릿으로 실내 환경 및 조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폭신하고 향긋한 침구에 파묻혀 발아래의 호젓한 풍경을 감상할 때의 행복감이란! 낯선 환경이 일순간 편안해지며, 여유롭고 느긋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청유에서 택시로 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경포 해변에서 식사를 마치고, 어둠이 깔린 뒤에 다시 돌아왔다. 집 근방의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 들고 청유수의 평상으로 모였다. 부모님과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빔프로젝트에 띄워 번갈아 들으며 밤이 무르익을 때까지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께서는 청유의 마당이나 평상의 느낌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킨다는 말씀을 하시며, 시골 생활의 낭만을 한참 읊어 주셨다. 평생 도시 키즈로 자란 내게 시골집 같은 정다운 공간은 없었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그리고 청유를 만든 호스트님이 남긴 공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피며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다. 누구에게나 추억할 시절은 있을 것이고, 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가 곁에 있다면 그것이 얼마나 축복할 만한 일일지.  



청유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요소인 스파를 즐기기 위해 이른 아침 눈을 떴다. 스파룸에 마련된 입욕제를 활용해 반신욕을 즐겼다. 스파룸에도 샤워룸과 동일한 리스테이의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가 놓여 있었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욕실용 스툴을 활용해 음료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환상적인 휴식을 취했다. 제대로 피로를 풀고 나니 온몸에 활력이 도는 것이 느껴졌다.



커피바에서 신선한 원두로 드립 커피를 내리고, 남은 과일로 소박한 아침상을 차렸다. 커피 향을 음미하고, 재즈를 들으며, 와인에 관한 에세이집을 읽으니 상쾌한 아침의 향기가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청유의 이웃 중에서는 유명한 그릭 요거트 전문점과 와인바, 향토음식점 등으로 즐비하다. (다만, 월요일 휴무인 곳이 많으니 사전에 유의하길 바란다.) 도보로 15분 거리에 강릉 중앙시장이 있어 주변으로 산책을 나가기에도 매우 좋은 위치였다. 이번에 숙소에서 주방으로 향하는 일을 최대한 줄이고, 바깥에서 식사를 해결하니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여정의 목적을 달성한 끝에 느낀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채운만큼 비워내고, 또 비운만큼 새로이 채우고. 이런 순간이 모여 인생을 이루는 게 아닐까 싶다. 앞으로도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부지런히 오가며, 우선시 여겨야 할 요소를 꼭 움켜쥐고 살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의 풍요로움을 감각하며 사는 것이 불완전한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글의 제목은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차용해 변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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