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신혜영
국내 여행을 떠나본 것이 언제쯤이었을까 생각이 들 무렵 밀려드는 회사 일에 지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내버렸다. 그리고 떠나게 된 고성. 기억 속에는 고성은 멀었고 맑은 바다 그리고 사람이 많지 않아 왠지 모를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있었다.
말 그대로 쉬고 싶어서 간 곳이라 조용한 곳에 있는 스테이를 찾았다. 2층부터 5층까지 한 층당 하나의 객실이 있고 한쪽에 바다를 향한 창이 있어 어디서나 아야진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스테이해돋. 객실에서도 일출을 잘 볼 수 있다고 하여 가장 높은 층인 5층 EAST 객실에 머물기로 했다.
날씨 요정으로 유명한 나인데 출발하는 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일출도 기대했었지만, 그 나름의 여행도 즐거울 것이라 엄마·아빠와 함께 고성으로 향했다. 엄마와 단둘이 아닌 오랜만에 셋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그 자체만으로도 설렜다.
4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스테이해돋. 비대면 체크인으로 호스트가 문자로 보내준 안내에 따라 우리가 머물 5층에 도착해 문을 여는 순간 깨끗하고 예쁘네, 바다가 너무 잘 보인다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함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와서 흐린 날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향해 나 있는 창문들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채광 때문에 아늑하게 느껴졌다.
사람 수에 맞춰 구비되어 있는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면 창문을 통해 바로 바다가 보인다.
냉장고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추가 침구가 있고 침구를 빼면 옷을 걸어 놓을 수 있는 옷걸이가 있다.
한쪽 창으로는 푸른 바다가 다른 한쪽으로는 초록빛의 나무가 보여 마치 내가 바다와 숲으로 둘러싸인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함께 들리는 파도 소리와 새소리 덕분에 스테이해돋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욱 평화로웠다.
오기 전 좁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셋이 지내기에 꽤 넓었다. 벽을 따로 두지 않고 잘 나누어진 공간에 대부분의 물품들이 구비되어 있다. 객실을 둘러보던 아빠는 구조를 알맞게 너무 잘 빼었다고 연신 감탄했다. 아빠가 어딜 머물며 이런 말을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객실에 들어와 왼쪽에 있는 작은 복도를 따라가면 중간에 화장실이 있고 침실이 나온다. 침대 옆에서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침실 앞쪽에는 반신욕을 할 수 있는 욕조와 건식 세면대가 있다.
우리가 객실을 둘러보는 동안 엄마는 들어오자마자 창가에 앉아 고요히 바다를 바라보았다. 엄마도 쉼이 필요했나 보다.
잠시 외출하기 전 엄마를 따라 엄마가 앉았던 곳에 앉아 커피를 마셔본다.
호스트가 크레마에 반해 게스트에게 제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구비해 놓았다는 커피머신. 가이드에 적힌 그 마음 때문인지 더욱 맛있게 느껴졌던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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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 외출을 하기로 했다. 맑은 날이었으면 고민 없이 해변을 갔겠지만, 날이 흐린 관계로 바다는 숙소에서 원 없이 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곳이 능파대와 천학정. 스테이해돋에서 능파대까지는 차로 8분 남짓 걸리고 능파대와 천학정은 1분 정도 걸린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자켓 촬영지로 유명한 곳인 능파대는 크고 작은 암석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암석들에 있는 불규칙한 타포니(구멍)들을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내었다는 것만으로 감탄이 나온다.
능파대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천학정. 높지 않은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소나무 사이로 고성 8경 중 하나인 정자가 보인다. 일출 명소 중 하나라니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어떠할지 상상해 본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와 쉬고 있는데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햇빛이 들어왔다. 그럼 그렇지 여전한 날씨 요정. 짙어지는 햇빛을 따라 연 싱크대 밑 서랍 안에는 다양한 그릇과 식기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침실에도 햇빛이 가득 들어왔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엄마는 침대 위에 올라 휴식을 취한다.
날도 개었겠다. 엄마의 쉼이 방해되지 않도록 아빠의 손을 이끌어 옥상으로 향했다. 탁 트인 풍경에 나도 모르게 달려가 두 눈에 ,휴대폰에 여름 초입에 들어선 아야진의 풍경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한참을 아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보니 이내 허기가 진다. 주방 도구와 식기류가 있어 음식을 해 먹을 수도 배달 음식을 주문도 가능했지만 한참을 고민하다 외출하면서 들어오는 길에 본 동네 치킨집에서 포장을 하기로 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난 후 엄마·아빠는 객실 끝에 있는 코너 창이 마음에 들었는지 서서 창밖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역시나 스테이해돋에 함께 오길 잘했다. 더욱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 노을이 지기 시작할 무렵 함께 옥상으로 향했다.
침실 쪽 작은 창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마을과 조선소가 있는 산 뒤로 해가 저물어가고 식탁에서 보이던 붉은 등대 위로는 이내 어둠이 내려앉았다.
운전하느라 일찍 잠든 아빠를 빼고 편의점에 산 과자와 맥주로 엄마와 가진 오붓한 시간. 특별히 재밌는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신이 났었던 건지. 잠이 들기 전 영화도 한 편 보았다. 이상하게도 여행지에서 보는 영화는 더 재미있다.
호스트가 알려준 일출 시간에 맞춰 눈을 떴다. 세수를 하고 코너 창 앞에 앉아서 해가 뜨길 기다린다.
수평선이 맞닿는 하늘에 구름이 있어 그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낮게 깔린 구름 위로 해가 오르니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최근에 일출을 본 건 졸린 몸을 이끌고 바쁘게 가야 했던 출근길뿐이었는데 얼마 만에 찾아온 평화인지. 떠오르는 해로 객실 안이 온통 붉은 색으로 물이 들었을 때, 호스트가 문고리에 걸어둔 전복죽으로 남아 있던 아침잠을 깨웠다.
해변가를 향해 열려있는 창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온기를 머금은 기분 좋게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풀어놓은 짐들을 정리한다. 마음 한 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스테이해돋에서 온전히 ’쉼‘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돌아가면 일상과 떨어져 ‘쉼’만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식당의 이름을 물려받아 그 장소에서 추억이 깃든 채로 자리 잡은 스테이해돋. 한 가족이 이곳에서 바라보고 느꼈던 작은 바닷가 마을의 풍경과 여유를 부모님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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