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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만나는 료칸 [제주 서귀포 숙소|아노록사계]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우리만의

반짝이는 아늑함


글ㆍ사진  고서우


'파도를 베개 삼을 수 있다면, 자려고 누운 고요한 밤에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걸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형제섬이 보이는 곳, 그 바다가 도보로 1분 거리인 '아노록, 사계'에서 하루를 머물며, 밤이 찾아왔을 때 문득 위와 같은 생각을 했다. 이곳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가장 먼저 스윔팬츠부터 캐리어에 넣었다. 친구에게도 전화하여 "수영할 거지? 여벌 옷 꼭 챙겨야 해!" 신신당부했고, 바다 수영을 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사계리. 내리쬐는 햇살과 파란 하늘이 완벽했지만, 바닷가로 눈을 돌리면 군데군데 해무가 피어오르는 걸 볼 수 있었다.



놀기에는 이런 날씨가 오히려 좋다며, 드론을 띄워 올렸다. '아노록, 사계'는 이전에 입점 촬영을 하면서 와 봤던 곳이기에, 그때 보았던 장면이 똑같이 보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바닷물의 물결이 다르고, 산방산의 색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 흐르는 시간 딱 그 만큼만의 달라짐이라도 보고 싶었다. 지나치는 자동차의 모양이나 색깔만으로도 사진의 분위기는 달라지니까. 습하고 무더운 공기를 수직으로 가르며 드론이 올라가고, 내 시선은 이내 모니터에 꽂혔다.



"언제 봐도 너무 예쁜 바다다."

산방산과 바다를 두르고 있는 '아노록, 사계'의 모습은 이렇게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 만한 아름다움이었다. 띄워 올린 김에 궁금했던 형제섬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형제섬 근처에서 조업하는 배들이, 그 거리만큼이나 느리게 느껴졌고, 덕분에 원하던 장면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오늘 날씨에 감사하면서, 체크인 시간이 된 '아노록, 사계'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여름에 가장 만나고 싶은 온도로 나를 반겨주는 내부! 시원하니 더욱 상쾌해진 기분으로 방 곳곳을 둘러봤다.

전에 왔을 때와는 무엇이 달라져 있는지, 그때 좋았던 것들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잠깐 안면이 있다고 이렇게나 편안할 수가 있구나 싶게 '아노록, 사계'의 분위기는 안락함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일본의 료칸 숙소를 제주에 그대로 재현한 곳인데, 그래서 일본 여행을 떠올려 가며 경험할 것들이 많다. 외부부터 시작되어 내부로 이어지기까지 전반적인 디자인도 그렇지만, 각 공간을 이용하며 와닿는 기분은 유독 그 향기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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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여기까지 오는 길 흘렸을 땀을 씻으려고 샤워를 했다. 욕실엔 조적 욕조가 있고, 그 곁엔 좌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샤워기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조적 욕조에 뜨거운 물을 퍼서, 몸에 끼얹을 수 있는 히노끼 원목 바가지가 놓여 있는 것이 인상 깊다. 



'아노록, 사계'에는 자쿠지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만, 취향에 따라서는 이곳에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여 들어와, 반신욕을 즐겨도 좋을 구성이다. 



개운하게 씻고 나오면, 일본풍의 로브를 걸친다. 그 상태로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차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나오는데, 시간대에 따라 바깥에서 들어오는 볕을 타고 강한 초록의 색을 통과시키는 소나무를 마주하기도 한다. 볕이 강하게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는 소나무의 단아함이 마음을 편안히 먹도록 해 주니, 아주 비가 쏟아져도 괜찮을 공간이다. 차로 따뜻해진 몸을 이내 자쿠지 물 안에 뉜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자쿠지에 물 받는 일이니, 오늘도 이 과정에 차질이 없도록 했음에 스스로를 칭찬하며 친구와 웃기도 한다.



우리가 걸어 들어온 바깥길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이대로 밖으로 나가, 다시 가볍게 샤워한 뒤 바닷물에 들어가면 완벽할 타이밍이다. 여름이니까, 해가 길어서 가능한 일이다. 정말 싫은 여름을 이렇게라도 사랑해 보자며, 학수고대했던 바닷가 물놀이를 해 본다. 사진을 찍으면 윤슬이 정말 예쁘게 나온다는 사계 바닷가. 작정하여 사진 찍으러 왔던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다음엔 꼭 찍어봐야지 싶은 마음도 들도록 아름답다.


슬슬 친구의 입에서 저녁 메뉴를 고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배고파?" 물으니, "응! 밥 먹자!"고 하여, 뭘 먹을까 고민하다 정한 식당이 '아노록, 사계' 마당에서 뒤통수를 보이는 오리고깃집이 됐다. 음식 냄새가 군침 돌게 만든다고, 정체가 궁금했는데, 무작정 찾아가고 보니 오리고깃집이라니! 바닷가가 가깝다는 이점에 더해, 정말 로컬 맛집이 가까이 있다는 것까지 매우 칭찬할 만했다. 아저씨들이 이른 저녁부터 벌게진 얼굴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집이니, 의심할 것 없이 맛집이었다.



차 마시고, 목욕하고, 물놀이도 즐겼고!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게 아주 오랜만에 친구와 술을 나눠 마셨다. 왜 취하지 않는가에 매우 아쉬워하며 이 즐거운 기분을 그대로 숙소에서 2차를 하자고 밖으로 나왔을 땐, 보슬비가 내린 지 꽤 되어 보였다.



일단은 숙소로 빠른 걸음을 했다. 숙소가 가까워서 너무 좋다고, 비가 와도 싱글벙글. 계속 밖으로 나가, 손바닥을 하늘에 보이며 "이 정도면 괜찮나?"를 말했다. 편의점까지 5분 정도 거리였는데, 둘이 사이좋게 다녀왔다. 밤은 깊어가는데, 여행 온 기분은 아직 대낮처럼 뜨거웠다. 간단한 안줏거리와 맥주 몇 캔을 사고 돌아왔다. 낮은 조도의 조명과 곳곳의 나무색이 한 번 더 마음에 들던 시간이었다.



거실에 준비된 TV로 프로그램 하나 정해놓고, 우리끼리 시간을 더 보냈다. 새벽이 온 줄도 모르고 한참을.



"야! 새벽 두 시가 넘었어."

여행을 즐겨도 너무 즐겼다고 웃으면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방에 잠깐 누워보니, 매트리스가 내 몸에 딱이었지만, 료칸 풍의 숙소를 즐기려고 맞은편 온돌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친구에게 잘 자라고 인사하며, 온돌마루에 이부자리를 깔아 누울 곳을 만들었다.



두툼하여 제법 무게감이 느껴지는 담요를 내려 펼칠 땐, 어렸을 적 시골에 놀러 갔을 때의 기분도 잠시 났다.

친구는 연신 나를 부르며 "온돌방 괜찮아?"라고 물어봤지만, 나는 이 경험적 요소가 마음에 들었다.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녀오며, 때마다 내 선물을 잊지 않고 손에 챙겨 돌아오는 친구에게, 노느라 조금 피곤했을진 몰라도 제주의 일본을 선물해 줄 수 있었던 날인 것 같아 기뻤다.



"아, 다음에 우리 다 같이 일본 갈까?" 이곳에서의 여행 계획은, 바로 다가올 겨울쯤에 정말 실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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