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이다영
해외로 나가기엔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고, 또 일상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멀리 떠나고 싶을 때생각나는 여행지는 제주도다. 하지만 또 이런저런 이유로 가까운 만큼이나 쉽게 떠나지 못하는 여행지도 제주도다. 항상 출장이나 일이 있을 때만 와봤지 막상 여행으로 와본 적은 없었던 제주도를 드디어 여행하는 마음을 가지고 찾게 되었다. 당장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없고, 시간에 쫓기지 않는 채로 찾은 제주에서 차를 렌트해 해안가를 쭉 달렸다. 도착 예정 시간이 한없이 불어나도 상관없이 왼쪽으로는 한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반대편으로는 무성하게 자란 초록잎들을 보며 후덥지근하고 짭짤한 바닷바람을 받으며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한없이 달리다가 좋은 풍경이 나오면 잠시 멈춰서서 풍경을 구경하기도 하고, 배가 고파지면 내려서 근처의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도 좋았다. 그렇게 제주의 풍경을 실컷 구경하고 도착한 숙소는 북적북적했던 이전까지의 제주의 모습들을 완전히 초기화시키는 듯했다. 아기자기한 식당들과 카페들, 어디를 가나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자연 그 자체의 제주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우둑하니 큰 나무들과 수풀을 담장 삼아 고요히, 하지만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오히려 인적이 조금 드문 곳에 있어 사방으로, 자연으로만 둘러싸인 이 숙소에서 관광지로서의 제주가 아닌, 자연 본연의 제주를 누릴 수 있을 것만 같아 공사이도 내부로 들어가기 이전부터 설레는 마음이 올라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큰 유리창으로 길게 난 통로로 내부가 시원하게 드러나고, 큰 중정이 보인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긴 복도로 바로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좁다는 인상보다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졌다. 큰 통창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과, 내부에 있는데도 바깥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갤러리를 모티브로 삼은 공사이도의 내부는 흰 벽과 비어있는 캔버스로 가득했는데, 그 흰 캔버스 위로 일렁이는 햇볕이라든지, 나무의 그림자, 또 우리가 생활하면서 바뀌는 빛과 그림자들로 채워지는 경험이 마치 우리의 하루가 작품으로 남겨지는 기분이 들어 이 모든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 미니멀한 인테리어로 공간은 가득 채워져 있지 않고, 여백의 공간들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이고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득한 수납공간으로 생활적인 공간으로서 숙소의 기능을 온전히 다해내고 있음이 인상적이었다.
닫이식 장은 열면 책꽂이로, 빔 프로젝터 설치가 가능한 공간이자 향을 피우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고, 반대편에는 생활하는 동안 필요한 청소도구와 생필품이 각을 맞추어 정리가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필요한 것들을 찾을 수 있게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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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아일랜드식 부엌은 식사할 수 있는 곳 아래 서랍을 열면 식기가 각자의 용도대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고, 반대편에는 아침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사려 깊게 준비해 주신 식빵과 버터와 잼, 주스가 냉장고에 채워져있었고, 미니 오븐이 있어 굳이 아침 일찍부터 밖에 나가서 아침거리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무엇보다 아일랜드 위에 위치한 나무 그릇 위에 귤과 자두가 가득 담겨있었는데 여름의 빛을 가득 받은 색색의 과일이 하얀 벽을 배경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치 정물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공사이도에는 총 두 개의 방과 방마다 쓸 수 있는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고, 방과 방 사이의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 둘둘이 놀러와도 불편하지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점이 좋게 느껴졌다. 각 방에는 큰 창이 나 있어 방의 내부 침대에서도 바깥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있었고, 관광지와 동떨어진 공사이도만의 기분 좋은 고립감이 온전히 자연 안에서 지내는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각각 공간의 모든 소품이 작품처럼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있듯, 화장실 내부의 모든 생필품조차 각자의 위치에 가지런히, 마치 치밀하게 계산된 오브제처럼 놓여있어 화장실을 사용하면서도 미술관의 일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공간의 어느 한 곳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음이 여실히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마치 조각작품처럼 잘 배치된 돌과, 나무들 사이로 멀리 바다가 보였다. 아쉽게도 우리가 공사이도에서 머무는 내내 비가 내려서 바깥에서 시간을 많이 못 보낸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큰 창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과 함께 시야를 가득 메우는 제주의 자연풍경 덕분에 내내 내부에 있으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게 해주었다.
오히려 내부에서 빗방울이 나뭇잎을 두드리며 내는 작은 움직임과, 중정에 있는 작은 연못에 쉼 없이 아름다운 파동을 만들어내는 풍경을 하루 종일이고 감상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녁이 되어 잠시 빗방울이 보슬비로 바뀌었을 때 뒤쪽 자쿠지로 나가서 미리 받아놓은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며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7월 초 제주의 밤은 아직 서울의 여름밤처럼 덥지만은 않아서 아직까진 온수풀을 즐기기에 꽤 기분 좋은 온도였다. 얼굴 위로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 발을 따뜻하게 담그고 있으니 그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밤이 되면 보다 부드러운 빛의 느낌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공간, 공용 부엌 테이블에 앉아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카드 게임을 하고, 온전한 어둠이 깔릴 때쯤 구비되어 있는 미니 프로젝터를 이용해 깨끗한 벽을 스크린 삼아 영화를 보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은 날이 밝자마자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공사이도의 외부로 나와 전날의 비와 이슬이 촉촉이 내려앉은 주변을 가볍게 산책했다. 공간 자체가 크고 숙소 주변으로 무성하게 가꿔져 있는 조경 덕분에 숙소를 빙 둘러 걸었을 뿐인데 숲길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내부를 거울처럼 비추듯 공사이도의 외부 공간도 크고 작은 벽들로 나뉘어 있다.
창문과 중정의 작은 연못이 주변 풍경을 비추어 공간감을 확장시키 느낌이 들게 한다.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넘어갈 때쯤 서 있는 벽이 눈앞의 풍경과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또 다른 프레임으로 볼 수 있게 창을 내어주며 주변의 경관을 정말 작품을 감상하듯이 바라볼 기회를 선물해 주었다.
한참을 서서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았다. 단 한 순간도 멈춰있지 않은, 언제나 새로운 제주의 풍경과 삶의 모든 순간을 보다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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