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제주의 어느 마을 깊숙이, 소요소림

작은 숲 한가로운 시간

   TRAVEL ㅣ NOVEMBER 2020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작은 숲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다.


글ㆍ사진  김영광


제주의 어느 작은 마을 주변에 몇 가구 없이 조용한 동네. 골목길을 지나오면 입구부터 반겨주는 동백나무 큰 나무가 이 집을 안고 있는 것 같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집안을 들어가기 전 발걸음이 잠시 멈추게 된다. 담장 너머를 바라보면 여기가 제주라는 걸 알려주는 듯한 새파란 지붕 달린 집들과 나무들 이곳은 깊은 산속 어딘가에 위치한 집처럼 조용하고 여유롭다. 


집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처음 보이는 큰 창들 드넓은 마당 귤 나무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매번 마음속 깊이 고민하면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제주 한 달 살이인데 그중에 가장 꿈꿔오던 그런 집이 현실로 보이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과는 달리 모든 것이 천천히 여유로이 지나가는 듯 보이는 이곳 짐을 풀고 난 뒤 이곳저곳 방을 구경을 해본다 이곳은 집이 일자로 길게 뻗어있다. 집안에서 보이는 모든 큰 창들은 마당을 향하고 있어 탁 트인 뷰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찬바람이 많이 부는 늦가을이지만 주변을 막고 있는 건물들이 없어 햇빛을 한 몸에 받고 있어 그런지 집이 너무 따사로워 낮잠이 쏟아진다. 여유로움, 마치 늦잠을 자고 일어나침대 위에서 몸을 비비듯 늦장을 부리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제주도라는 이 단어 자체가나에게 여유로움을 주는 걸까. 


너무 많은 소리와 화려하고 빠른 것들에 지치고 피로한 일상 눈에도 귀에도 그리고 작은 몸 안의 감각들도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자연에 가까워지는 휴식을 위해 나무와 돌의 물성을 살려 표현할 것들은 드러내고 그렇지 않아야 할 것들은 최대한 덜어내서 그런지 휴식을 취하지 않아도 쉼을 가질 수 있다.


작은 숲을 거닐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큰 창을 통해 겹겹이 쌓인 풍경들을 바라본다 이곳의 시간은 느리고도 조용히 간다. 다시 볼지 모르는 이 순간 언젠가 마음 한편에 여유가 없이 힘듦이 찾아온다면 이곳을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저녁 늦은 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밖을 나가본다. 날이 춥지 않더라면 마당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하늘을 바라봤을 텐데 잠시 산책길을 거닐며 별을 바라보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낸다.


준비하고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여유를 한 번 더 부려본다. 이곳에 있다면 나가기 싫은 마음은 다 똑같겠지. 괜히 마당에 있는 귤 나무를 보러 나가서 마당에서 커피도 마셔보고 집 안으로 들어와 식탁에서도 티비 앞에 앉아도 보고 화장대에서도 구석구석 다시 한번 즐겨보고 싶어 조금 더 늦장을 부려본다.


제주의 어느 작은 마을 깊숙이 위치해 있는 소요소림 주변의 소음을 찾아야만 들을 수 있는 듯 조용하다. 일상과의 단절, 소란하지 않는 단 하루의 시간. 따듯한 봄, 푸르른 여름, 무르익은 가을, 빼앗긴 계절들.  계절이 모여있는 듯한 작은 숲 산책로에 나가 마스크를 벗고 누리지 못했던 계절들을 느긋하게 즐겨본다. 


거닐어 다니는 길마다 햇빛이 따라와 나에게 스며든다. 따듯했던 계절들을 이제서야 마주하는 순간. 이 순간 만을 기다린 것처럼 잠시 눈을 감고 오감을 열어 이곳을 느껴본다. 이곳이 내가 원하던 그런 집이 아니었을까. 밤에는 방불을 다 끄고 작은 등불을 챙겨 마당에 나가 별을 바라보면서 산책로를 걸어본다. 작은 마을에 위치하듯 주변 조명이 하나 없어 밤 하늘의 별이 더 밝게 빛나는 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루에도 수만 번 흔들린다. 비행기 티켓을 끊을까. 떠날 수 없는 마음을 달래러 오늘도 이 사진을 훑어본다.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소요소림 예약하기





에디토리얼 / 제휴문의 

stayfolio@stayfolio.com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의 온기를 전하다, 와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