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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숲에서의 하루 : 소요소림

중산간 자연으로 초대받는 하루



가장 자연스러운, 가장 기본의 집

WHY

다음 공간을 찾는 여정


밤에도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도시. 앱만 켜면 24시간 배달 안 되는 것이 없는, 편리한 곳에 살고 있지만 그래서 더 자연이 그리워진다. 자연과 가까운 삶은 분명 불편한 것 투성이다. 수면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편의점에 나갈 수도 없고, 밤에 되면 암흑세계가 된다. 눈이 오면 모든 것과 단절되기도 하는 삶이 제주, 특히 중산간에서는 흔한 일이다. 


듣기만 해도 불편함 가득한 일을 호스트 부부는 기꺼운 마음으로 9년째 하고 있다. 불편함 속에서도 익숙함을 찾아냈고, 조금 덜 불편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거나 어느 날은 그냥 불편한 채로 두기도 한다. 도시에서 너무 많은 소리와 화려하고 빠른 것들에 지쳐버린 두 사람은 소음과 빛 공해, 빡빡한 삶을 뒤로하고 제주로 왔다. 내내 듣고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도 내려두고, 밝음에 적응했던 눈에도 휴식을 주는 시간을 선물했다. 말 그대로 내려놓아야 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소요소림은 평대 바다를 마주한 벵디 1967에 이어 두 사람의 두 번째 공간이다. 눈앞에 바다는 없지만 나무의 품에 폭 안긴 곳이다. 마당에 감귤 나무도 있고, 공들여 꾸민 정원도 있다. 통창으로 보면 계절의 흐름은 물론, 하루하루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보이는 그런 곳이다. 최대한 자연 그대로를 즐기기 위해 공간 역시 나무와 돌의 물성을 살릴 수 있는 것들은 살리고 나머지는 모두 덜어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나만의 작은 숲을 거닐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큰 창을 통해선 겹겹이 쌓인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호스트 부부는 정원을 꾸미며 그동안 몰랐던 나무와 식물들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생김새는 익숙하지만 이름은 몰랐고, 언제 어느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지는 몰랐던 식물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자연에 눈을 돌리니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새 소리, 빗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호스트는 소요소림을 통해 천천히 오감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


PEOPLE

더 나은 공간에 대한 욕심


제주에서 터를 잡고 산 지 올해로 9년 차. 2013년,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은 무모하게 제주행을 선택했다. 서울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던 두 사람은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 생활에 지쳐가고 있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제주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우연히 제주에서 정착한 사람을 만나게 됐고, 그에게서 몹시 만족스럽다는 대답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들이 고민을 한 건 제주에 머물렀던 3일, 쉽지 않았지만 빠른 결정을 내리고 서울로 올라가 회사에 퇴직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퇴사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제주로 내려와 제주에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두 사람은 워낙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좋은 공간이 주는 힘을 믿었고, 두 사람도 더 나은 집에서 살고 싶어 했다. 그렇게 만든 첫 번째 스테이가 벵디1967. 구좌읍 바다를 마주한 이 스테이를 5년 정도 가꾸고, 꾸려 나갔다.


두 번째 스테이는 5년 동안 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조금은 변화한 두 사람의 취향을 담았다. 공간 전체는 깨끗하고, 정제된 느낌으로 디자인했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고재를 활용한 의자를 만들거나 공간의 오브제 역시 좀 더 거칠고, 본연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형태와 마감을 한 것들로 골랐다. 


그림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지금껏 여행을 하며 모아온 작품들을 소요소림에 걸었다. 작은 침실의 그림은 나얼의 작품으로 종교개혁 100주년을 기념해 나얼 작가가 만든 콜라주 작품이다. 콜라주 작품을 프린트 형식으로 만들어낸 작품으로 침실과 잘 어우러진다. 현관의 큰 사진 작품은 호스트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작품. 연작 시리즈를 준비하던 중에 소요소림에 맞는 작품을 골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프린트해 걸었다. 입구의 고재 의자와 함께 소요소림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LOCATION

자발적 고립이 가능한 덕천리


제주시 동쪽의 구좌읍. 그중에서도 소요소림이 있는 덕천리는 정말 조용하다. 1km 반경에서는 카페를 찾기 어려울 정도. 소요소림에 들어서는 순간 철저하게 다른 생각은 잊고,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할 수 있는 곳이다. ‘구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당근. 호스트 부부도 구좌의 당근밭에 매력을 느껴 구좌읍에 관심이 갔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과 곳곳에 있는 개성 강한 카페와 숍들 덕분에 구좌를 더 좋아하게 됐다. 특히 중산간으로 올라갈수록 더 조용해서 선호한다. 


처음 운영했던 스테이는 바다를 마주한 해안가. 좋은 점도 많았지만 힘든 점도 있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바닷물 때문에 깨끗한 외관을 유지하는 것에 손이 많이 갔다. 하지만 지금은 새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아 한결 편안해졌다.


MAKING STORY

가장 자연스러운, 가장 기본의 집


처음 땅을 보러 다닐 때부터 생각했던 공간의 모습이 있었다. 그 공간에 반드시 필요한 외부 조건은 숲, 삼나무, 귤 나무였다. 이 세 가지가 있는 곳에 만든 우리의 집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지금의 이 스폿을 찾은 후 ‘여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원의 귤 나무는 심은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들이었고, 처음부터 정사격형으로 넓은 집이 아니라 작은 면적에 길게 뻗은 집을 생각했던 터라 지금의 구성이 나오게 됐다. 현관을 통해 소요소림에 들어서면 가운데에 거실과 주방이 있고, 양옆으로 침실과 욕실이 있는 구조. 독립적이면서도 함께 온 가족,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작은 집을 작지만 답답하지 않게 지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통창을 냈고, 통일성을 주기 위해 공간을 구분 짓는 선들은 모두 연결되게 만들었다.


소요소림을 만들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좋은 디자인의 정의.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불리는 디터람스의 말을 항상 염두에 뒀다.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지만 유용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항상 아름다움과 유용함을 함께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거실의 바닥은 다른 공간에 비해 낮게 만들었다. 작은 공간 안에서도 심심함을 덜어내기 위한 호스트의 노력이다. 덕분에 다이닝 테이블에서의 시간과는 다른 좀 더 편안하게 늘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완성됐다. 다 같이 둘러앉아 귤 까먹으며 시덥지 않은 농담 따먹기를 해도 마냥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질 정도.


설계와 시공, 많은 부분은 지랩과 함께 했다. 기능적인 형태는 기본으로 하면서 거실 바닥의 높이를 다르게 하는 등 작은 공간 안에서 변주를 주고자 노력했다. 지랩이라는 좋은 파트너 덕분에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소요소림은 앞으로 생각해야 할 집의 방향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다.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은 시공하면서 많이 바뀌기도 했다. 생각했던 것과 실제는 꽤 많이 다른 작업이었기 때문에 함께 만들어 나가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시공이 완료된 후에도 호스트가 오랜 기간 묵어보면서 게스트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공간을 이용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편리한 포인트가 제법 많다. 스테이에 가면 의외로 옷을 걸 곳이 없고, 수납할 곳이 없어서 아무렇게나 바닥에 두거나 했었는데 소요소림에는 충분한 수납공간과 옷걸이 등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호스트가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많이 엿보인다.


SPACE

느리고 조용한 제주의 집


소요소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 중 하나는 현관. 마치 “제주까지 오느라 고생했지?” 하며 말을 건네는 듯한 고재로 만든 의자가 맞이한다. 신발을 벗고 의자에 앉아서 공간 전체를 둘러본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채광과 창 너머의 신비로운 숲들을 보니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외투를 걸 곳을 찾았는데 현관에 바로 긴 수납장이 보인다. 옷걸이에 외투를 걸고 어서 내 집 같은 느낌을 받기 위해 짐 정리도 후딱 끝낸다. 


거실을 지나 왼쪽 큰 침실부터 둘러본다. 보는 것만으로 온몸이 노곤해지는 큰 욕조와 잘 분리된 샤워실과 화장실이 눈에 띈다. 널찍한 침대도 있고, 창가에는 화장대가 되어줄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이곳까지도 적당한 햇살이 스며들어 책 한 권 꺼내 읽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다시 거실을 지나 오른쪽 끝 공간으로 이동한다. 욕조는 없지만 깨끗한 욕실이 있는 작은 침실이 보인다. 하얀 벽에 걸린 그림 덕분에 갤러리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내부 구경은 이쯤으로 하고, 작은 침실과 연결된 출입문을 통해 작은 숲 구경을 떠나본다. 미니 정원을 보니 호스트가 얼마나 애정으로 가꾸었는지 알 수 있다. 식물의 색과 시간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는 정원이라 평소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주저앉아 식물 이름을 검색하며 한참 시간을 보냈다. 귤이 거의 떨어진 귤 나무와도 인사를 한다. 제주에 오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귤 나무지만 이상하게 볼 때마다 귀엽다는 느낌이 들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우리 집 마당에 감귤 나무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 하루 동안의 우리 집이지만 괜히 으쓱해진다. 


날씨 좋을 때는 야외 테이블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바리바리 싸서 피크닉을 가지 않아도 적당한 바람과 나무, 풀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나들이 나온 기분이 든다. 집으로 들어와 다이닝 공간에 서 본다. 이곳에서 보는 뷰는 차분하면서도 압도적이다. 천천히 커피 한 잔도 내려보고, 식기도 구경한다. 거실에 앉아 호스트가 정성껏 준비한 정원 가이드맵을 보는 것만으로 소요소림의 시간은 다정하고 조용히 흘러간다.



4 POINT OF VIEW

ORIGINALITY | 작은 숲을 위한 시

DESIGN | 그림 같은 자연

MIND |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PRICE | 오직 나를 위한 숲



글 ⓒ류창희

사진 | ⓒ이재곤



소요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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