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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그려보는 쉼 : 심상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자연의 소리와

가까운 곳


글ㆍ사진   한아름


사람들은 저마다 여행하는 방식들이 다르다. 목적, 취향, 성향에 따라 각양각색.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면 일상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여행지에서의 안온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을 찾아 마음에 새기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다시 일상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가을빛이 완연했던 날. 익숙한 곳을 잠시 떠나 새로운 곳으로 향했다. 알록달록 가을을 품은 산을 지나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니 강릉에 도착한 것이었다. 해안 도로를 잠시 달리다가 사천 해변쯤 도착했을 때 바다를 등지고 숲을 향해 달렸다. 일상의 소리는 점점 줄어들고 자연의 소리에 가까워질 때쯤 그때 눈앞에 ‘심상’이 나타났다.



지평선을 따라 평온한 바다가 보이고 이웃처럼 숲이 자리하고 있는 곳. ‘심상’의 호스트는 온전히 숨과 쉼에 집중하여 진정한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이곳을 꾸렸다. 하루만 머물러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변화를 선물해 주고 싶다는 호스트의 마음을 한껏 느껴보기로 했다.



심상에 들어서니 다정하게 서 있는 두 채의 집이 보였다. 두 명만을 위한 ‘이웃’집과 가족을 위한 ‘사촌’집이다. 그리고 적절한 거리 두기를 유지한 호스트의 전용 공간과 문화 공간 ‘심상재’가 그 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숲이 맞닿아 있는 널찍한 정원에는 계절을 알리는 나무와 꽃, 풀이 이웃 사촌처럼 자리해 있었다. 잔디 정원 위로 정갈하게 놓인 돌길을 따라 내가 머물 ‘이웃’집으로 향했다.



이웃집의 첫인상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자칫 좁고 답답할 수 있는 현관에 천창과 통유리로 엄청난 개방감을 주었다. 그리고 현관 왼쪽에 나란히 서 있는 커다란 식물들로 마치 온실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내부는 스튜디오룸이지만 안에 평상과 낮은 가벽을 두어 답답하지 않게 주방과 침실의 공간을 분리했다. 주방에는 간단하게 조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꾸려져 있었고, 두 명을 위한 다정한 테이블 위에는 웰컴 다과와 커피 캡슐, 티가 준비되어 있었다.



큰 창은 숲을 향해 있었고 햇볕을 한껏 품은 평상 위에는 하얗고 포근한 침대가 있었다. 그 옆으로 좌탁 소반이 있어 마당을 바라보며 차 한 잔 마시기 좋았다. 어느 날 주어진 빈 오후를 가득 채우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현관 옆으로 개방감을 주었던 공간은 바로 욕실이었다. 하얀 세면대와 욕조, 묘한 초록빛을 띄는 샤워 공간의 타일이 인상적이었다. 문을 열면 현관, 욕실, 방 모두가 하나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어서 자칫 민망할 수 있는 변기는 세면대 뒤쪽으로 센스 있게 숨겨 두었다. 욕실 통창 넘어 마당 밖으로는 오죽이 촘촘히 심어져 있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자연을 누리기에 좋은 욕실이었다. 나른해진 몸을 잠시 뉘우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 어느덧 심상에 밤이 찾아왔다. 곳곳의 조명들로 더욱 따뜻해진 이웃집의 밤. 밤 풍경을 즐기러 정원으로 나섰다. 



곳곳의 조명으로 따스해진 심상. 그중 박공지붕으로 눈길을 끄는 ‘문화공간 심상재’에 올라가 보았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책들과 다정한 대화가 오고 갈 커다란 테이블, 따사롭게 이 안에 공기를 데워줄 벽난로가 있었다. 그리고 심상재에 천천히 스며오는 클래식 음악이 밤과 제법 잘 어울렸다. 잠시 머물렀던 심상재는 호스트의 취향과 사랑이 드리워진 공간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이곳을 찾기 며칠 전 ‘심상심공’이라는 건축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앞으로 ‘문화공간’이라는 이름처럼 다채로운 문화 콘텐츠로 이곳이 채워질 것이다. 사람들의 다정한 말소리로 가득해질 심상재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 근처 숲속 길을 가볍게 산책하며 몸을 깨웠다. 심상에서 가장 높은 곳, 심상재에 다시 올라가 저 멀리 펼쳐진 바다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온화해지고 편안해졌다. 숲과 바다, 정말 자연은 무엇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위로해 주는 특별한 힘을 가진 것 같다. 



평소에 잘 챙겨 먹지 않는 아침밥도 챙겨 먹기로 했다. 전자레인지에 조리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과 빵을 준비했다. 향긋한 커피 한 잔과 상큼한 천혜향 주스도 준비했다. 얼마 만의 아침 식사인지… 아침을 먹으며 이웃집에서의 마지막 여유를 부렸다. 



가을로 물든 색상, 푸른 숲의 향기, 사르르 오죽에 부대끼는 바람소리.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들숨과 날숨에만 의식하며 진정한 쉼을 느껴보았다. 앞으로는 ‘쉼’을 떠올리면 내 마음속에 ‘심상’이 그려질 것 같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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