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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떠나기 좋은 한옥 스테이 : 종로하루

조용히 작업하며 하루를 보내기 좋은 공간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을 쓰러

떠나는 여행


글ㆍ사진   이형기


코로나 시국의 여행의 재정의. 예전에는 어디로 가느냐가 여행이었다면 이제는 집을 떠나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된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호텔이라든가 스테이까지만 가더라도 여행 온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된 것도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얻게 된 인사이트.


나처럼 매일 글을 매일 쓰는 입장에서는 장거리 여행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 동안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인데, 서울에서 숙박을 하게 되면 이동 시간이 짧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 시내나 근교 정도로 짧은 여행을 꽤 많이 떠났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리프레시가 되었다.


나 같은 경우는 숙소에 가서도 간단한 글은 1~2개 정도 쓰는 편이다. 매일 쓰는 글이지만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글을 쓰다 보면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런 긍정적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한 번 정도는 아예 글을 쓰러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나 같은 사람이나 재택근무를 오래 한 사람들이 일과 여행을 합쳐 떠나는 것을 워케이션이라고 한다. 사실 이 개념을 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는 옛날부터 여행지에서 글을 쓰고 했으니 워케이션을 꽤 오래전부터 한 셈이다. 이 개념이 나왔다는 것은 나처럼 여행지에서 작업하는 시간들이 대중화되었다는 이야기로 해석이 된다.


요즘 글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아예 집중하는 마음으로 떠나보자고 한 곳이 '종로하루' 라는 스테이이다. 이름처럼 종로에 위치를 하고 있는데 개인 작업하기 아주 좋은 지리적 위치와 분위기를 지닌 곳이었다.



종로하루가 위치한 곳은 세계문화유산 종묘가 있는 창경궁 근처. 택시를 타고 종로하루를 목적지로 설정했지만, 골목 안쪽에 있어서 문 앞까지 택시가 들어가지 못하였다. 큰 길 근처에서 택시를 내리고 네이버 지도에서 얘기한 대로 도보로 이동을 하였다. 어렸을 때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예스러운 골목길. 마치 오징어 게임에서 나왔던 어린 시절 동네처럼 정감 있고 조용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에 종로하루는 위치하고 있었다.



골목길을 지나 종로하루에 도착. 종로하루는 100년 된 일식 주택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한 스테이다. 호스트 분께서 전달해 주신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정면에는 루이스 폴센 PH5 조명이 달린 원형 테이블이 나온다. 직감적으로 오늘 나는 여기에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스폿이었다. 테이블 옆에는 통유리가 있어서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는 구조였는데, 이날은 비가 오는 날이라 빛이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종로 하루에 들어오자마자 눈에 들어왔던 것이 원형 테이블이었다면 귀로 들렸던 것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었다. 빈티지한 디자인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어떨 때는 경음악이 나오다가 어떨 때는 재즈가 나왔다가 어떨 때는 클래식이 나오는데 자세히 보니 라디오의 음악 채널을 틀어놓은 것이었다.


내가 듣는 노동요 플레이리스트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노래들을 들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호스트님이 선택한 라디오 음악들이 공간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라서 몇 곡 들어보자고 했던 마음이 결국 체크아웃 때까지 그 음악들을 듣게 되었다. 사진을 보정하고 후기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음악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종로하루는 복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층마다 침대가 있어서 총 4인까지 이용이 가능했다. 나는 혼자 왔으니까 이번에는 1층만 이용을 했다.



방 안에 있는 화장대. 화장대의 의자도 나무의 나이테가 그대로 남아있는 의자였던 것이 인상적인 디테일이었다.



방 안에 있는 욕실. 어메니티는 무려 이솝. 호스트 분께서 쓰는 아이템들의 브랜드를 보면 어떤 감도를 지닌 분인이 예측이 가능한데, 꽤 훌륭한 취향을 가진 분인 것 같다는 생각. 이런 호스트의 취향을 경험하는 것도 스테이를 즐기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누려본다.



그리고 주방. 넓지도 좁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정수기, 커피 머신, 토스터, 인덕션 등 개인 작업을 할 때 필요한 아이템들뿐만 아니라 테라로사의 커피 드립 백까지 세심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깔끔한 화이트톤의 테이블웨어.



이제는 2층으로. 나무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면 이렇게 2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가 나온다.



침대에 누워서 정면을 바라보면 원으로 뚫어놓은 벽에 화분이 하나 놓여있고, 그 벽 너머에는 건너편 건물의 지붕이 보인다. 건너편 지붕은 공사를 하는지 천을 덮어놨는데, 저 천이 걷어지면 좀 더 멋진 뷰가 나오지 않을까.



종로하루의 구경을 마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시간. 집 근처의 폴앤폴리나에서 사 온 치아바타 샌드위치와 빵오쇼콜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면서 써야 하는 원고들을 정리하였다. 집이나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쓸 때와 다른 생각들이 텍스트로 옮겨지고,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은 키보드 타이핑에 적당한 리듬감을 주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물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내가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 의미를 오랫동안 꾸준하게 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의 대답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합니다'였다. 일단 글을 쓰려면 의자에 진득하니 앉아서 키보드 타이핑을 다다다 다다다 해야지 글이 써진다. 그리고 그 시간이 1시간이 되면 1개의 글이 써지는 것이고 2시간이 되면 2개의 글이 써지는 것이다. 글쓰기만큼이나 세상 정직한 결과물이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의 엉덩이를 무겁게 해줄 수 있는 환경이다. 그것이 공간이든 의자이든 테이블이든 키보드이든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글을 만들어내는데, 종로하루는 테이블, 음악, 공간 모두 좋은 조건들이었다. 그 결과 꽤 오랜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침대로 돌아왔다. 침대로 돌아와 그동안 보고 싶었던 넷플릭스 영상을 보면서 워케이션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 바라봤던 천장. 인테리어가 모던하게 리모델링 되어 세월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는데 천장에 있는 서까래가 오래된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종로 하루가 위치하지 않았다면 찾지 않았을 구석진 골목에도 이렇게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한 공간으로 찾아왔지만, 이곳에서 오래된 세월과 미래의 내 공간에 대한 영감까지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트렌드보다 나의 확고한 취향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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