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글ㆍ사진 ㅣ 정택준
어릴 적부터 꿈꾸던 것이 하나 있다면 고층 빌딩이 많은 서울 한가운데 살아보는 게 꿈이었다. 도시를 느끼고 도시의 냄새가 좋았던 걸까. 아직도 나는 이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가능한 중심부에 머무르는 것을 선호한다. 그 지역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중심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기 전 이 꿈을 하루라도 챙겨보고 싶었다. 내가 아담한옥을 찾은 이유다.
1. 서촌
경복궁역 인근 서촌은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네다. 전통 시장, 맛집, 카페 그리고 가을과 가장 어울리는 한옥이 어우러져 서촌의 가을은 늘 붐빈다.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지만, 전통 시장 뒷골목에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한옥들과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의 하루를 살아가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2. 설렘
누군가가 매일 바라고 그리던 것을 이룰 때 가장 큰 행복과 설렘을 만나게 된다. 아담한옥은 늘 꿈에 그리던 도심 속 편안한 안식처의 외관을 보여주고 있다. 입구부터 이름 그대로 작지만 아늑한 규모를 예상할 수 있지만, 복잡한 도시 속에 위치해 있기에 빛이 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사랑하는 아내와 둘이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나른한 햇살에 기댈 수 있는 작은 마당이 보인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눈을 피해, 잠시 숨은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한옥 옆쪽으로는 작은 욕조가 마련되어 있어 한옥이 갖는 기본 기능에 색다른 매력을 더해준다. 사계절 이 작은 마당에 앉아 문밖 삶의 소리를 BGM 삼아 가만히 있노라면 내가 사는 서울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울의 소리는 참 다양하지만, 현대인들은 그 소리 중 일부만 듣고 그것을 서울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서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가장 먼저 아담한옥이 떠오를 것이다.
3. 잠시 멈춤
거실과 주방이 분리된 구조로, 두 공간을 뚜렷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층 거실에는 테이블과 소파가 있고 양쪽으로 문이 있다. 문을 열면 마당과 한옥 뒤쪽에 있는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존 한옥의 적절한 조도를 선택한 것도 매력적이며, 거실 중앙에 룸스프레이, 매거진, 티 테이블 등 하루를 보내면서 쉬기만 하기 아쉬운 아이템들이 많다. 차가운 계절에도 문제없는 따듯한 온돌의 매력은, 어느 캐시미어 니트보다도 부드럽고 따듯하다.
주방은 ㄱ형 키친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작은 마당에서 보이는 키친은 누군가 날 기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공간의 온기를 더해준다. 깔끔한 동선과 커피머신, 고봉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은 식기들이 눈에 띄며, 식기세척기까지 마련되어 있어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 준다.
욕실 겸 화장실, 야외 욕조가 있지만 세면과 샤워는 이곳에서 가능하다. 넉넉한 타올과 바닥까지 따듯한 욕실은 며칠 묵어있는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하루가 간절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연속되는 대화에 답이 없는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던 나날, 모든 현대인은 나와 같지 않을까.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걱정 없이 사는 게 목표인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색다른 곳에서 하루를 보내며 위로받고 돌아간다. 아담한옥은 삶의 걱정과 무거운 어깨의 짐을 숙소에 다 버리고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우직하게 안아주고 있다. PLAY 버튼이 눌러져 있는 상태에서 2배속으로만 더 가려고 하는 세상 속, 아담한옥이 Pause를 누르고 있다.
4. 저녁이 있는 삶
침실과 TV는 복층에 있다. 식사를 하고 개운하게 씻은 저녁, 바닥에 누워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보다간 가장 소중한 오늘의 저녁이 금방 사라진다. 휴식은 휴식답게 취할 수 있도록, 1층 생활공간과 2층 침실을 분리한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TV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과 방석까지 마련되어 있으니, 오늘 저녁이 유난히 길 것 같은 느낌이다.
넓고 포근한 침실은 온돌방의 온기가 그대로 올라오며, 작은 창문을 내어 서촌의 밤공기를 자장가 삼아 잠드는 것도 가능하다. 혹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창문을 열어보면 어떨까, 하루의 시작이 꽤 상쾌할 것이다.
5. 다시 아침, 세상 속으로
에디션 덴마크에서 챙겨주는 조식 밀키트 세트와 함께 아침을 맞이했다. 어텀토스트, 드립백, 티 등을 즐기며 오늘 하루에 관해 이야기하고, 달콤했던 어제 하루 휴식을 회상하니 아침이 금방 흘러갔다.
마당에서 신발을 신고 아담한옥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왔다. 신발을 신을 때 잠시 뒤돌아보니, 아담한옥 거실에는 아내와 나의 걱정과 삶의 짐보다 행복이 배어 있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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