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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더 좋은 날이 될 거예요 : 게스트하우스 시호일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나의 오늘


글ㆍ사진   한아름


“오늘 나의 하루는 어떨까?” 


오늘 아침은 조용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울리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도 없고 출근 준비로 분주한 종종걸음 소리도 없었다. 평소 아침엔 앉지 않는 소파에 한참을 앉아 오늘 나설 길을 검색해 보고 모닝커피로 몸을 데웠다. 따뜻해진 몸 위로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바깥으로 나서니 겨울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오늘은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며 좋은 날로 기억될 하루를 만들어보려 했다.


강릉역에서 걸어서 10여 분, 오랜 세월 곧게 자란 가로수가 늘어선 강릉 교동 언덕 중턱 즈음 게스트하우스 시호일이 있었다. 시호일로 향하던 언덕을 따라 한걸음 한걸을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좁은 골목길, 낡은 담벼락, 빛바랜 지붕… 시호일이 위치한 곳은 묵묵히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지지해 주며 오랜 세월을 함께한 정겨운 동네였다.



골목골목의 매력을 느끼며 도착한 시호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의 형태이지만 단정하게 옷을 입은 듯 깔끔한 외관이었다. 동네에서 단연 돋보일 정도. 다섯 계단 정도를 올라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시호일의 따스함에 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리고 스며들듯 흘러나오던 음악과 향기는 호스트의 다정한 환영 인사처럼 온화했다.



내부는 새하얀 벽에 우드로 포인트를 더하여 기존에 남겨진 세월의 흔적들과 조화를 이뤘다. 특히 예전엔 촌스럽게만 보였던 루버 천정도 이곳에선 감각 있는 빈티지 오브제로 느껴졌다.



 3층으로 향하던 계단에서 나던 삐거덕삐거덕 소리도 오랜만에 들으니 시끄럽기는커녕 정겹게 들렸다.




게스트하우스 시호일에는 다양한 타입의 객실이 있었다. 홀로 여행을 떠나온 여행객의 아늑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는 도미토리룸과 각각의 개성이 담긴 더블룸 3개가 있었다. 각 층마다 공용 화장실이 있었고, 객실이 위치한 층엔 공용 샤워실과 파우더룸이 있었다.



이번에 내가 머물렀던 곳은 3층에 위치한 우디 더블룸이었다. 높은 천정고와 넓은 창으로 탁 트인 개방감을 가진 방이었다.



우디 박스 안에 쏙 들어가듯 그 안에 침대가 있었고 주변으로 의자와 탁자, 선반과 거울 그리고 옷걸이까지 두 명의 여행객이 쉬어가기엔 적당한 공간이었다. 거기에 감각 있는 호스트의 취향이 더해져 감각 있으면서도 편안한 방이었다. 



우디 더블룸 앞으로 3층의 작은 거실이 이어지는데 책 한 권 덜렁 들고 앉아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잠시 앉아 책 속에서 추천받은 메뉴로 저녁식사 장소를 정했고 오면서 보지 못한 주변을 더 둘러보러 다시 길을 나섰다. 게스트하우스 시호일은 조용한 주택가이면서도 번화가와 가까웠다. 그리고 번화가와 이어지는 숙소 주변 길가엔 그냥 걷기만 해도 즐겁고 유쾌한 시간으로 채워줄 공간들이 가득했다.





강릉의 개성을 담아 맥주로 만든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 맛있는 맥주와 함께 피자로 속을 든든히 채웠어도 무언가 아쉬움에 병맥주를 사들고 다시 게스트하우스 시호일로 돌아왔다. 공용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며 오늘의 한걸음 한걸음을 되짚어보았다. 그렇게 강릉에서의 늦은 밤을 마무리했다.



넓은 창 너머 따스하게 스며드는 햇살이 나를 깨웠다. 오늘도 휴대전화 알람 소리보단 시호일의 음악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오늘도 어제만큼 여유로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체크인 시 미리 약속했던 시간에 2층 공용공간으로 내려왔다. 여느 게스트하우스와는 달리 호스트가 직접 맞이하며 “식사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정성이 소복이 담긴 음식과 향긋한 커피를 내어주었다. 맛도 맛이지만 예상치 못한 정성에 더 배가 불렀다.



든든히 속을 채우고 차를 한 잔 더 챙겨 이번엔 3층 테라스로 나갔다. 겨울이라고 하기엔 햇살과 바람이 몹시 부드러웠다.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 어제와는 또 다른 시야에서 한적한 동네를 구경하며 남은 여행 일정을 정리해 보았다.



문득 시호일 리셉션 앞에서 본 작은 일력이 떠올랐다.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그 사이에 어떤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갔을까. 다양한 추억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가 느꼈던 것처럼 다정한 시호일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지 않았을까. 그 덕분에 강릉에서의 하루가 더 즐겁고 유쾌하지 않았을까.



삼백육십오일 중 하루는 자발적 ‘좋은 날’을 만들기 바란다. 여기 시호일에서.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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