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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건네는 일상의 위로 : 숲과생활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한옥이

아닐지라도


글ㆍ사진   하지현



"한옥이야?" 


전주 여행을 함께하기로 한 어머니께서 설렘 반 기대 반의 목소리로 물었어요. 그래요.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전주, 전주여행은 이런 거겠죠. 한옥, 한옥 마을, 비빔밥, 한복, 한옥 스테이. 먹고, 마시고, 경험하는 것에 어느 하나 전통적이지 않은 것이 없는 여행이요.


만약 전주가 사람이라면 곱게 차려입은 한복에 머리를 땋은 소녀일 거에요. 아니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전주 스테이, 숲과생활을 다녀오기 전까지는요. 



전주역에서 출발해 전주 한옥마을을 지나 어느 한갓진 동네에 도착했어요. 길 왼편으로 전주천이 흐르고, 오른편으로 낮은 키의 주택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동네부터 마음에 들었어요. 그 집들 중 마치 새 옷을 입은 듯 깨끗한 흰색 담과 하늘색의 문을 가진 한 집이 눈에 띄었고, 단번에 알아봤죠. 여기가 오늘의 여행지이자 목적지 숲과생활이라는 것을요. 



숲과생활은 '숲'동과 '생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왼편은 '숲' 오른편은 '생활'동으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벽하게 분리된 형태예요. 



제가 오늘 머물 곳은 '숲'.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원이 등장했어요. 애정 어린 손길을 받아 잘 가꾸어진 느낌이에요. 월동 중인 다양한 식물들이 앞뜰은 물론 뒤뜰까지 가득. 싱그러운 여름에 왔으면 더욱 생동감 있는 느낌이었겠죠.



가지런히 신발을 벗어두고 방안으로 들어서니, 오른편에 주방이 가장 먼저 보여요.



다가간 순간, 와 탄성이 절로 나왔어요. 내가 꿈꾸던 주방이 여기 있었거든요. 따뜻한 색채의 우드톤 주방, 널찍한 창으로 매일 아침 햇살이 쏟아질 것만 같아요. 이런 주방이라면 감성적인 요리 유튜브쯤은 단번에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도자기 요거트 볼부터 에스프레소 잔까지 전부 집에 가져가고 싶을 만큼 하나하나 마음에 쏙 들어요. 인위적이지 않고 다정한 분위기. 여행을 가면 조식은 꼭 만들어 먹는 편이라, 이곳에 담길 오밀조밀하고 귀여운 아침이 기대될 수 밖에 없었어요.



안쪽으로 들어서면 작은 침실이 나와요. 아기자기한 공간 안에 감도는 따뜻한 기운. 곳곳에 놓인 아트북과 식물, 블루투스 스피커, 간접 조명, 러그. 포근히 하루를 보내기에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었죠. 허투루 가져다 놓은 것이 없어요. 어둑해진 밤, 온기를 채워줄 한 권의 책을 골라 밤을 지새고 싶은 침실이에요. 매트리스도 참 폭신해 보이지 않나요. 



침실 옆 야외로 통하는 장소로 나가면, 또 다른 '숲'이 나타나요. 뒤뜰이죠. 



그나저나 여기 동화 속 아니죠. 우리만의 피크닉 공간이 펼쳐져 있어요. 지금이 봄이었다면 좋았을 걸. 아침 햇살이 비치는 피크닉 테이블 위로 요거트 볼과 계란과 베이컨, 갓 구운 빵을 차려놓은 아침이 절로 상상이 되더라고요. 피크닉의 계절이 되면 꼭 다시 방문하리라. 다짐 또 다짐.



'숲'의 하이라이트를 하나만 꼽자면 여기, 바로 욕실이에요. 양치를 할 때도, 목욕을 할때도 창밖 '숲' 뷰를 보면서 할 수 있거든요. 만점짜리 욕실에서 아쉬웠던 단 한 가지. 제가 배스 밤을 챙기는 것을 깜박했다는 거예요.  



여기는 '생활'동. 운이 좋게도 다정하신 이 집의 호스트를 만나 옆 동도 엿볼 수 있었어요. 두 집은 닮았지만, 조금 다르기도 해요.  



두 집 모두 구옥을 매만져 만들었지만 '숲'이 현대적인 집의 구조라면, '생활'은 우리네 시골집 같은 구조예요. 안뜰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긴 마루가 있고, 마루 안쪽으로 방이 있는 그런 집이요.



마루 안쪽으로 들어서면 바깥의 예스러운 구조와는 사뭇 다른 세련됨과 아늑한 그 사이 어느 지점의 분위기를 지닌 거실 공간이 나타나요. 세련됨은 현대적인 아치형 천장에서, 아늑함은 본래 구옥이 풍기는 정겨움에서 피어난 분위기가 더해졌기 때문일까요. 



확실한 건 이 집 역시 군데군데 식물을 두어 눈을 두는 곳곳마다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거예요. 찬찬히 두 집을 둘러보니 어렴풋이 짐작이 갔어요. '숲'과 '생활'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지은 게 아니에요. 


어느 공간에 있어도 정원을 바라볼 수 있게 창을 내어 머무는 이로 하여금 안에 있어도 마치 숲 속인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죠. 그 의도는 머무는 이에게 말해요. '식물이 주는 편안함과 위로' 이게 '숲'만의 언어로 정의한 쉼이고, 순간의 반짝이는 여행보다는 편안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 집이라고.


이제 분명히 알았어요. '숲'과 '생활'의 의미를요.



머무름 자체로 여행이 되는 숙소. 식물을 좋아하는 제 취향과 꼭 맞아떨어지는 이런 장소라면 지역의 이미지가 어떠한 들 큰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전 이제 전주하면 한옥마을이 아닌 숲과 생활을 떠올릴 테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소녀가 아닌 이 공간에서 일상의 쉼을 누린 '나'를 기억할 테니까요.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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