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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여행 사이 : 다이얼로그

헤이리 예술마을로 떠나는 여행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누군가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글ㆍ사진   윤태훈



돌아볼 새 없이 바쁘게 채워간 몸과 마음을 비워내기 좋은 겨울 날. 흐린 날씨조차 오늘 만큼은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기길 바라는 듯하다.


2009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문화지구로 지정된 파주 탄현면에 위치한 ‘헤이리 예술마을’. 마을 전체가 하나의 예술품처럼 자연과 어울리는 멋진 건축물들과 다양한 전시와 공간들로 어우러진 곳이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왔었던 작은 추억을 안고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다이얼로그’를 찾았다.


머물기로 한 당일, 호스트로부터 전시와 공간 추천 리스트가 담긴 문자를 받았다. 그 중에서 스테이와 가깝고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는 아트센터 화이트 블럭을 먼저 찾았다.



이날 화이트 블럭에서는 ‘생생화화’ 라는 주제로 2021 경기 시각예술 성과 발표전이 진행 중이었다. 날씨가 추워 잠시 커피와 디저트로 몸을 녹이고 둘러보기로 한다. 


카페 공간도 높은 층고와 훌륭한 스피커로 쾌적하면서 멋진 분위기를 선사한다. 헤이리 마을에서 보내는 하루의 시작이 좋은 느낌.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스테이 체크를 하고 나오시는 호스트님을 우연히 만났다. 짧게 대화를 나눴는데 원래 집으로 사용하실 생각이었다는 말씀에서 스테이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인사를 마치고 건물로 들어서본다. 다층 독채 건물이지만 3층이 스테이에 해당한다.



건물 오른쪽 벽면에 있는 곡선형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오르는데 그 형태가 참 인상적이다.



3층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세워진 표기판 위에 적혀진 ‘private stay’ 문구가 왠지 마음에 든다. 단지 두 개 층을 오르는 계단인데 스테이에 대한 기대가 커져가는 경험을 했다.



계단을 다 오르고서 안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보이는 문과 현관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스테이의 모습. 이곳을 집으로 사용하실 생각이셨다는 호스트 분의 말씀이 생각났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운데 유리 곡면의 작은 정원을 기준으로 왼쪽 공간과 오른쪽 공간이 구분된다. 왼쪽은 서재 겸 작업실 공간, 오른쪽은 소파와 티비가 있는 거실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일반 가정집과 같은 구성 같지만 가운데 곡선 정원 때문인지 꽤나 독특한 인상을 준다. 이곳의 첫인상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편안한 우리 집 같으면서 낯선 여행지의 인상을 품은 곳’.



이곳을 ‘집’의 관점에서 본다면 침실 역시 중요한 부분 아닐까하며 왼쪽 작업실을 지나 복도를 따라 들어간다.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이 곡선으로 된 복도가 침실과 이 외의 공간을 확실히 구분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예사로운 침실이 아니었다. 전면이 유리로 된 과감한 창이 이곳이 침실이 맞나 하는 기분마저 든다. 비록 잎이 떨어진 겨울이지만 거대한 나무 위에 이 공간이 얹어진 기분이 드는 멋진 침실이었다.


잎이 가득한 봄, 여름, 가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리고 이곳에서 맞이하는 내일 아침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다시 복도를 따라 나와 거실과 그 뒤로 크게 마련된 부엌 공간, 모던한 분위기의 가구들로 채워져 고급스럽고 멋스럽다. 


실제 집을 둘러보듯 세세하게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있어서 놀랍다. 역시나 작은 집기류부터 주방 가전들 모두 하나하나 공들여 마련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부엌을 둘러보고 나서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이곳에서 해먹어봐야지 생각을 바꿨다.



건물 옥상 공간도 마련되어있다 해서 올라가봤다. 추운 겨울이라 활용하긴 어렵겠지만 헤이리 마을을 내려다보는 전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훗날 따뜻한 계절에 이곳을 다시 온다면 꼭 옥상에서 근사한 시간을 보내야지.



가운데 정원 공간은 무엇을 하기에 충분한 크기는 아니지만 스테이 내부 안쪽까지 들어와있으면서도, 하늘이 열려있고 끝에는 바깥을 전망할 수 있어 생각보다 개방감이 좋은 이색 공간이었다.



저녁을 간단히 해먹고 저녁 산책을 하러 나왔다. 해질녘에 은은히 불이 켜진 건물의 모습이 참 멋지다.



산책 겸 간식을 사들고 들어와 저녁 등을 켜니 한층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스테이에 마련된 차와 커피도 타고 가까운 마켓에서 사온 디저트도 꺼내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자정이 넘을 시각, 하루를 넘기기 아까워 새벽까지 이런저런 작업을 했다. 작업실 공간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든다. 큰 목재 미닫이 문으로 되어 있어 완벽히 개방된 공간이다가도 닫으면 완벽하게 몰입을 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된다.



밤 늦게까지 작업을 하다 잠이 들 무렵 냉장고에 미처 못봤던 쪽지가 보인다. 


‘차 마시고 수다 떨며 세상에 느리게 딴지 걸기’.


돌아보니 참 여유로웠다. 완벽히 낯선 공간에서 보내는 익숙한 하루였달까.



다음 날 이른 아침, 암막 커튼을 열자 환한 햇살이 쏟아진다. 역시 만족스러운 다이얼로그의 아침.



일어나자마자 안마의자에 앉아 천천히 잠을 깼다. 사실 얘기를 안했지만 안마의자가 너무 좋아 어제도 몇번을 사용했다. 아침 대용으로 사온 꿀호떡과 커피, 그리고 어제 남은 청포도를 마저 먹으며 여유를 부렸다.



작업실에 차 한 잔과 함께 앉아 책을 읽으며 오전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작업실을 이렇게 꾸며볼까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정말 아늑하게 참 잘 꾸며진 공간이다.



간단하게 정리 후 오전 작업을 마무리하고 스테이를 나섰다. 어제와 다르게 화창한 날씨. 



참 이상하다. 분명 멋진 공간에 머물렀지만 누군가의 숙소에 머물다 가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경험한 기분이다. 그래서 다른 날, 다른 계절에 다시 오고 싶어졌다.


종종 어린 나를 데리고 헤이리마을을 찾으시던 부모님이 꽤나 좋아하시던 동네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다음엔 모시고 와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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