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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비우는 여행 : 제주스테이 비우다

바쁜 일상에도떠나야만 했던 이유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많은 것을 비우고
새롭게 채워 온
영감의 시간


글ㆍ사진   이형기


이번 제주도 여행의 숙소는 서귀포 중문에 위치한 ‘제주스테이 비우다’이다. 처음에는 이름만 보고 아늑한 독채 스테이를 생각했는데, 입구부터 꽤 규모감이 큰 소규모 호텔식 스테이였다. 총 10개의 방을 운영하고 있다. 건물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호스트 님께 물어보니 꽤 여러 곳에서 건축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고 하셨다.



드넓은 주차장. 남국의 땅에서 볼 수 있는 넓은 잎의 나무. 제주도이지만 단절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었다. 과장 한 스푼 정도 섞으면 하와이 같다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체크인을 하면 내가 예약한 방으로 안내를 해준다. 차분한 어조로 시설 곳곳을 설명해 주는 매니저님의 모습에서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제주스테이 비우다에서 내가 머문 방의 이름은 ‘새로운’ 이었다.



방에 입장을 하면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마치 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 댁의 온돌에서 올라오는 온기가 생각날 정도로 말이다. 스테이 비우다에는 몇 가지가 없다. 일단 TV가 없고, 식탁이 없다. 식탁 대신 방의 가운데에는 나무를 잘라 만든 상이 하나 놓여 있을 뿐이다. 다른 스테이에 기본적으로 있는 TV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생각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TV 대신에 방을 채우고 있는 것은 다양한 책들이다. 책들을 큐레이션한 기준을 어떻게 되나 궁금해서 제목들을 살펴보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과 에세이부터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철학 책까지 꽤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었다.


방 안에 있는 아이템들을 보는 것도 스테이의 재미. 다이슨, 발뮤다 같은 생활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아로마티카 같은 뷰티 제품들의 감도도 일정 기준 이상이었다.



내가 묵은 방은 복층이었다. 사다리 아래의 장롱에는 캐리어부터 옷을 걸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여기에 가지고 온 짐들을 최대한 넣어서 방에는 짐이 안 보이게 하였다.



복층에 올라오면 낮은 매트리스 2개가 깔려 있다. 대개 스테이에 오면 침대 프레임 위에 매트리스가 올라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대한 바닥과 가깝게 누워서 잠을 자라는 호스트의 메시지인가?' 하는 생각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니 통유리로 뚫린 창이 보인다. 밤에 누워서 창을 보면 별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비스듬한 삼각형의 천장은 누웠을 때 묘하게 안정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피라미드가 삼각형인 이유가 누웠을 때 에너지를 받기 좋은 구조라는 이야기를 어디에서인가 들었던 기억이 오버랩되었다.



복층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이런 느낌. 따뜻한 마룻바닥에 등을 대고 지지면서 귤 하나 까먹고 책을 읽으면 이만한 호사도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스테이 비우다의 매력은 발코니. 내가 묵은 방은 스테이 비우다에서도 발코니가 제일 넓은 방이었다. 발코니에는 테이블이 있었는데, 날씨만 따뜻하다면 저 테이블에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뷰를 바라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뷰는 대략 이 정도. 스테이 비우다는 앞에 넓은 마당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자연의 모습이 느껴질 정도로 규모감이 상당하다.


하늘과 맞닿은 나무 너머로는 바다가 보이기도 한다. 숲과 바다가 함께 보이는 뷰라니. 이런 조합은 처음 경험해 보는 뷰였다. 이 뷰가 겨울에는 쌀쌀한 모습이었지만, 땅에서 생기가 올라오는 봄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호스트님께서 그리는 정원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깔끔하게 정돈된 욕실과 샤워실. 어메니티는 무려 아로마티카. 감도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밤이 되었다. 주위에 다른 건물들이 없으니 어둠을 밝히는 것은 숙소에서 나온 빛과 가로등뿐이었다.



원래 계획 대로였다면 밤에 산책을 하며 제주도의 여유를 즐길 생각이었으나 매서운 겨울바람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발코니에서 뷰를 한 번 둘러보고 방으로 들어왔다. 따뜻한 마룻바닥에서 등을 지지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한껏 보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서울의 일상이었다면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을 깼겠지만, 여기에서는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을 깨게 되었다. 전날 저녁에 하지 못했던 산책을 하려고 카메라를 챙겨 아래로 내려왔다. 2층에서 봤던 것보다 가까이서 보니 더 자연에 가까운 정원을 건너면서 새해의 계획을 더 또렷하게 세울 수 있었다.



어젯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겨울 속 생명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스냅사진을 찍어도 될 정도로 자연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겨울에도 이 정도니 봄이나 여름이 되면 얼마나 더 멋진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였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왔다. 호스트님께서 직접 내려주신 좋은 원두의 커피와 함께 갓 구운 크루아상과 직접 새벽에 재배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를 먹는다.


사실 조식은 주면 주는 대로 먹는 서비스 개념이었는데 여느 브런치 카페 부럽지 않은 식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방부터 정원을 거쳐 조식까지 호스트님의 세심한 배려와 취향이 가득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TV와 식탁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것이 없음으로 인해 대체되는 영감들이 가득했던 여행이었다. 이름은 비우다이지만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는 곳이었다. 생각해보니 채우려면 먼저 비워야한다. 그렇게 채우라는 의미로 비우다라는 이름을 지은 것은 아니었을까 싶은 곳.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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