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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함을 위해 찾은 : 그 여자네 집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언제나 그 어느 때나
내 마음이 먼저 가 있던 집


글ㆍ사진   한아름


고즈넉한 평화로움이 내려앉은 마을에 예술의 온기로 가득한 갤러리가 포근히 감싸 안은 집. 계절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려주는 아담한 마당이 있는 집. 적절하게 남기고 적절하게 고쳐서 한옥의 멋과 편안한 휴식을 제공해 주는 집. 향긋한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있는 집. 겨울밤을 밝히는 따스한 불빛이 스며있는 집.



전주 한옥마을 내 향교로 향하는 선비들이 오가던 길 위에 자리한 ‘그 여자네 집’이다. 이곳의 호스트는 낮은 지붕 사이에 보이는 서까래와 기둥에 놓인 주춧돌을 바라보며 책장에 꽂혀있던 김용택 시인의 시집 ‘그 여자네 집’이 떠올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시인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그 여자의 집처럼 훗날 이곳을 찾았던 게스트에게 안온한 추억으로 남길 바라며 오래된 한옥에 현대적인 문화공간을 덧붙여 ‘그 여자네 집’을 완성하였다.



낮은 철제 대문을 열고 마당 위에 놓인 돌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마주한 손때 묻은 한옥 문살과 마루는 이곳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잠시 마루에 앉아 이곳의 옛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 순간을 눈에 담았다.



그 여자네 집 내부는 오랜 시간 지지해온 서까래를 돋보이도록 새하얀 벽과 바닥으로 구성하였고, 대부분의 인테리어 요소들을 서까래와 같은 우드톤으로 깔끔하게 정렬하였다. 그리고 집 앞 갤러리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방 안으로 이어지게끔 예술작품을 곳곳에 놓았다. 자칫 작품들로 인해 분위기가 무거워지지 않을까 곳곳에 생기 있는 식물을 놓고 침구와 수건 등에 고운 자수를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문을 향해 놓인 널찍한 유리 문은 이 집에 온기를 더하고 또한 마루를 통해 마당으로 이어져 바깥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한옥만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침실 앞 작은 마루 공간도 통창 너머로 바깥의 볕을 즐기며 차를 마시거나 사색을 즐기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간결하지만 편리성을 갖춘 주방 공간과 그곳에 정갈하게 놓인 식기류를 보니 호스트의 깔끔한 취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립 커피 키트와 웰컴 원두가 준비되어 있어서 취향에 맞게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었다. 향긋한 커피 한 잔으로 오랜만에 마주하는 한적함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욕실 문 앞에는 묵직한 대리석으로 된 세면대를 두었고 그 아래 수건과 용품들을 바구니에 정갈하게 담아 두었다. 욕실 안에는 천창과 작은 정원을 두어 개방감을 주었고 일상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욕조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 여자네 집에 들어올 때부터 가장 눈에 띄었던 공간. 아치형 문 너머엔 숙면을 위한 침대만 놓인 간결한 공간이었다. 침대 앞으로 통창이 있는 작은 마루가 이어지지만 커튼만 치면 금세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마치 어린 시절 꿈꿨던 다락방 같은 편안함이랄까. 이 공간이 마음에 들어 잠시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슬로시티 속 고즈넉한 한옥 아래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거리에는 발걸음 소리가 잦아들고 그 여자네 집의 따스한 불빛만이 남았다. 이 고요한 밤을 함께 보낼 맥주를 챙겨 그 여자네 집 한편에 있는 평상에 앉아 빔프로젝터를 켰다. 여러 콘텐츠를 둘러보던 중 평소 잊고 살았던 지난 여행의 추억을 마주했다. 새로운 추억이 될 곳에서 지난 추억을 되새겨 보는 시간. 오랫동안 기억될 특별한 순간이었다.



긴 밤의 적막이 조금은 남아있던 아침이었다. 그 여자네 집에서 제공해 주는 조식을 먹기 위해 길을 나섰다. 도보로 5분여 떨어진 호스트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에서 조식을 먹어야 했지만 걸어가는 길이 귀찮기 보다 여유로운 산책을 겸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여자네 집에 머무는 동안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과 멀찍한 거리를 두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천천히 느리게 맞이하다 보니 여유와 평온을 찾게 되었다. 앞으로 어느 여유로운 날을 생각할 때면 아마 나는 그 여자네 집이 떠오르지 않을까.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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