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창 너머 펼쳐진 오늘을 마주하며 : 제주스테이 비우다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비로소 '비우다'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글ㆍ사진   고서우



제주의 여름, 유달리 오후가 예쁜 곳이라면 서쪽일 것이다. 물론 그 계절이 겨울이라도 말이다. 오후엔 해가 지고, 해가 지며 차츰 더 익어가는 곳이니까. 이는 계절의 변화에도 변함이 없는 당연함이다. 


색달해변을 가까이 하고 있는 이곳 역시 그랬다. 시끄러운 도로에서 조금은 굽이진 안쪽 길로 들어오면, 꼭대기가 맨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나타난다. 특히나 초록이 참 울창하다는 첫인상을 느끼며,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일 것이라는 안도감에 지친 몸을 쉽게 안주할 수 있었다. 



'제주스테이 비우다' 


비운다는 단어가 스테이에 붙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어쩌면 내가 매일을 살고 있는 우리 집보다 늘 다양한 것들로 채워질 것 같은 스테이에 어떻게 쓰일 수 있었을까. 


이런 점들이 궁금해서 더 찾아보게 된 공간이니, 바깥에서부터 찬찬히 둘러보는 것으로 제주스테이 비우다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막 비우다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해가 이쪽으로 완전히 넘어오기 전이었는데, 높은 건물 덕분에 살짝 드리워진 그늘이 잔디밭에 닿은 색감이 인상 깊었다.


아주 무더워 몸에 붙는 티셔츠도 귀찮아질 즈음에 만난 시원한 그늘이어서였을까. 매력적이게까지 느껴져 잰걸음으로 그 자리에 가서 서 보았다. 그 자리에서 왔던 길을 뒤돌아 보며 턱을 위로 했을 때 다시 보인 건물. 


마침 그새 해가 이쪽으로 넘어올 시각이 되었는지, 건물에 볕이 닿으며 그림자 방향이 자유로워지니 더욱 멋있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하루를 꼬박 머무르며 제주스테이 비우다는 시간이 갈수록 빛과 색감이 더 좋아지는 공간임을 실감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에도 계속 공간을 사진에 담다 보면, 종종 공간의 주인 되시는 분께서 슬쩍 뒤로 오셔서는 ‘밤에 불이 켜지면 더 예쁘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주시곤 한다. 


스테이 비우다에서도 같은 말로 인사를 받았다. 사실 그런 인사가 가져다주는 기대에 크게 충족되는 공간은 아직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그저 ‘이따가 눈 여겨는 봐야지.’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해의 위치가 바뀌어 갈수록 그 기대가 커질 만큼 건물은 웅장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보기에 좋아지고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기분 좋은 정적을 귀로 느끼며 창 너머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이곳만의 특징을 발견했다. 나는 집에서 TV를 잘 켜지 않아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으나 이곳에는 TV가 없었던 것이다.


곳곳을 둘러보던 중, 문득 눈에 들어오는 책 몇 권에 호스트의 고민과 배려가 있는 것 같아 특이하게 여겼었다. '책을 단지 보기 좋으라고 준비했다기에는 여러 권에, 내용도 고려해서 두신 것 같네.' 그러다가 낯선 곳에 백색소음을 만들어볼까? 싶을 때에서야 TV가 없음을 깨달았다. 



사실 평소에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자연스러울 테지만, 언제나 가까이 두고 봐야만 했던 어떤 이들에게는 낯선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색다르고 또 좋은 머무름을 선사한다. 


큰 창문 밖으로는 시시각각 변해가는 ‘오늘’이 있는데, 늘 피하기만 하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곱씹어보게 됐다. 일부러라도 익숙하지 않은 고요함에 어디 한 번 푹 빠져보고자 마음먹으니 모든 시간이 참 좋았다. 



멍하니 밖을 보다가 노을빛이 딱 마침 예쁠 때 즈음에 시계를 보고, 나는 ‘몇 시’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기도 했다. 또 좀처럼 사놓고 읽을 틈이 없다며 미뤄뒀던 책 한 권을 천천히 짚어 나갈 수 있었다. 손에 들고 온 그대로 돌아 나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까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다이닝 역시 이곳을 오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제주스테이 비우다 내부에는 카페 겸 식사 공간으로 운영되는 채우다가 자리한다. 이탈리아 스타일의 다이닝을 제공하며 한라산의 맑은 물을 담은 티와 커피, 편안한 구성으로 마련한 와인을 음미할 수 있다. 



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주어진 오늘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공간. 비로소 ‘비우다’의 뜻을 머리로 이해할 수 있었던 방 안에서의 시간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찍었던 사진과 그늘에 잠시 서서 찍은 사진, 안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가벼워진 몸에 여유를 부리다 잠옷 차림으로 나와서 또 찍어보았던 사진, 다시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 건물 벽체에 닿은 빛이 또 예뻐, 이걸 밖에서 보면 어떨까 궁금해 카메라를 들고 나가 여러 번째 찍은 사진. 


마지막에는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뒤, 문득 문을 열고 나서다 호스트께서 건네주셨던 인사 속 기대를 눈에 충족시켜 주는 분위기에 삼각대를 꺼내어 찍은 사진까지. 


제주스테이 비우다의 사진을 집에 돌아와 화면에 크게 띄우고 바라보자니 여행의 추억이 하나둘 떠오른다. 모두 시간이 갈수록 점차 좋아지는 사진이 될 것 같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제주스테이 비우다 예약하기




에디토리얼 / 제휴문의

media@stayfolio.com



매거진의 이전글 오래도록 추억에 남을 바다 : 아비오호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