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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휴식을 얻는 곳 : 노모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일상에서

해방되는 기분


글ㆍ사진   김한솔


서울.

어디를 가나 붐비고 차와 빌딩과 사람들로 가득 찬 이 도시는 오늘도 그 바쁨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러한 서울에서 비움과 휴식을 얻는, 스테이폴리오 레드브릭하우스의 첫 번째 공간 'nomore' 을 소개한다.



주택가 사이를 굽이굽이 걸어 올라간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과 철문, 붉은 벽돌이 주택가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자연스럽게 어릴 적 주택가에서 뛰어놀던 어린 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항상 열려 있던 다른 집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포근한 동네 아저씨 아줌마가 건네는 미소가 있었다. 요즘도 그런 미소를 볼 수 있을까. 


아파트를 벗어나 오랜만에 보는 주택의 모습이 정겹고 낯선 모습에 눈길이 간다. 고요한 주택가 사이를 걷자니 조금은 발소리와 말소리를 줄이고 추억에 잠긴다. 



경사가 가파른 길을 오르는 동안 잠시 숨을 고른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장마철의 습도가 우리를 힘들게 할 무렵 다행히 nomore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연희동 한 동네의 꼭대기에서 서울을 내려다 보는 위치에 철문이 하나 있다. nomore로 들어가는 대문. 평범한 주택의 모습이지만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모던함이 있다. 



문을 열자마자 시원하게 반겨주는 에어컨과 화이트 무드의 인테리어, 그리고 향기. '우와' 짧은 감탄사와 함께 천천히 하루 동안의 거처를 살펴본다. 소품 하나하나, 인테리어 하나하나에 정성과 신경을 쓴 모습에 흠뻑 젖은 등자락은 잊은 지 오래.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바깥 소음들이 차단되어 고요하지만 향기, 소품, 음악의 삼박자가 가득해 아이러니하다. 기분 좋은 아이러니. 


가로로 긴 공간에 거실, 주방, 화장실, 침실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그 공간들은 신기하게 공통적이면서도 독립적이다. 정갈한 nomore의 첫인상이었다. 



방문객을 위해 미리 켜둔 따뜻한 조명의 램프와 무드 있는 음악 소리가 공간을 메운다. 새하얀 공간에 우드 계열의 선반과 의자가 놓여 있다. 시각적인 목재 소재가 후각적인 우드 계열의 향과 잘 어울린다.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공간이 주는 느낌은 매끄러우면서 깔끔하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주방 식기구. 금방이라도 친구들을 불러 모아 맛있는 음식으로 파티를 하며 밤새 수다 떨고 싶어지는 주방이다. 전체적인 nomore의 내부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 아이보리 빛깔의 식기구가 보기 좋다.  


선반에 가득한 식기구가 행여나 부족할까 싶었는지, 서랍을 열면 또 주방용품이 가득하다. 부족함 없이 탄탄한 주방이다.



바깥의 뜨거운 햇살은 블라인드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오면 감성적인 빛으로 변한다. 새하얀 이불은 금방이라도 숙면을 부를 것 같지만 잠시 참아본다. 'nomore'의 침구류는 숙면을 취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포근함과 무게를 가졌다.


보통 잠자리가 바뀌면 잘 잠들 수 없는데, 높아 보였던 베개는 머리가 닿으면 날숨에 내려가는 가슴 마냥 서서히 내려앉았다. 이불은 따뜻하며 푹신하다. 



Nomore wander의 가장 시선을 끌었던 루프탑으로 가본다. 모두 어렸을 때 한 번은 꿈꾸던 나만의 아지트 '다락방' 아닌가. 이렇게 다락방을 개방해 통유리로 연희동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니. 


이곳에서는 서울의 바쁨을 온전히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평온하다. 양옆으로 방충망과 옥상에 나갈 수 있는 문이 있기 때문에 정말 우리 집이었다면 바비큐 파티도 수월하게 가능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바베큐 파티를 여는 상상을 해본다. nomore에 머물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그림에는 둘도 있고 여러 명도 있다. 다채로운 상상을 불러오는 공간이다.



가로로 기다란 집 구조에 따라 세 개의 큰 창문이 존재감을 빛낸다. 이 풍경이 바로 굽이굽이 연희동 골목길을 열심히 올라온 결실 아닌가. 눈과 카메라 렌즈를 통해 가득 담아본다.


큰 창문 덕분에 nomore의 낮과 밤의 변화는 시시각각 볼 수 있다. 거실에서든, 부엌에서든. nomore의 어느 곳에서든지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볼 수 있으며 그 광경은 마치 누군가가 순서를 정해서 사진을 넣어 놓은 스마트 액자와도 같은 느낌이다.


해가 이동할수록 실내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와 연희동의 야경을 바로 집안에서 볼 수 있다. 따로 조명을 켜지 않아도 실내의 분위기가 변한다. 하나둘씩 주택가의 불들이 켜진다. 차들의 불빛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처음에는 서울이라는 지역 특성상, 여행의 느낌이 날까, 편하게 쉴 수 있을까 싶었다. 평생을 살아온 서울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바깥은 여전히 서울이고 바쁜 현대사회지만 공간이 분리된 기분이었다.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시선 때문인지 항상 서울에 휘둘리던 내가, 서울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웅장한 풀빌라가 아니고 평범한 주택이라 더 좋았다. 생활 자체에서 해방을 느끼는 것이 얼마 만인가.


또 한 번의 비움을 실행하고 내 삶으로 돌아가 본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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