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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이 가득 담긴 공간  : 이리루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가을비와 함께

더 운치 있는 하루


글ㆍ사진   신혜영



처서, 무더웠던 여름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로 넘어가는 때. 가을이 시작될 무렵 조금씩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은평한옥마을의 작은 길목에 들어섰다. 골목을 돌고 돌아 걸어 들어가다 보면 북한산이 맞닿을 정도의 한옥마을 깊은곳에서 이리루가 나타난다. 하룻밤을 머물다 갈 이리루의 대문을 살며시 열어본다. 정면으로는 하심채가, 오른쪽으로는 운유루가 보인다.



맑은 날을 바랐던 마음과는 다르게 이른 가을비가 밉기도 했지만, 한옥이 가진 특별함 때문인지 조금씩 내리는 비 덕분에 오히려 운치 있는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운유루에 들어서면 구석구석 눈길이 닿는 곳마다 호스트가 얼마나 공간을 사랑하고 아끼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누구나 가장 먼저 시선이 갈 누마루는 그 애정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공간의 반을 차지하는 크기의 누마루를 서울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다니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가.



뿐만 아니라 창과 창살, 공간에 놓인 하나하나의 소품들, 그리고 편백탕까지. 머무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가 가득했다.



호스트의 사전 연락을 통해 선택한 웰컴 드링크를 마시며 짐을 풀고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다 보니 어느새 이리루에서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도 체험이 시작되었다. 체험은 누마루에서 진행된다. 비로 인해 습기를 머금은 공기 때문인지 은은하게 퍼지는 소나무향과 차향은 지치고 무거웠던 마음을 달래주었다.



한옥을 꽤 좋아하는지라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옥 숙소에 머물곤 했다. 그동안 한옥 숙소에서 경험한 다도 체험이란 다기를 제공해 게스트가 직접 차를 내려 먹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리루에서는 달랐다. 호스트가 직접 차를 내려주고, 도구의 명칭과 차에 대한 여러 상식을 나누어주는 시간은 마치 다원에서 차를 마시는 경험과 같았다. 이리루에서는 취사와 음주를 목적으로 한 모임은 불가하지만, 자체적으로 마련된 콘텐츠가 다채로워 충분히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도가 끝나고 이어진 명상은 생소했지만, 호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따라 눈을 감고 호흡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집에 온 손님을 정성 다해 극진히 대접하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싶다는 호스트의 마음. 그리고 이 마음이 느껴지는 이리루의 선물. 웰컴 드링크와 마찬가지로 사전에 선택이 가능했던 와인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비 온 뒤에 맞이한 싱그러운 아침, 번화가와 떨어진 곳이다 보니 풀벌레 소리와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새소리에 눈을 떴다.



여름의 마지막 싱그러움을 가득 담아낸 날. 친환경 소재로 지어진 곳이라 그런지,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한옥에서 나는 특유의 시큼한 접착제 냄새가 없어 좋았다.



비가 오는 바람에, 조식 먹으러 가는 길에 잠시 하심채를 둘러봤다. 누마루가 있는 운유루와 다르게 툇마루가 자리해 있으며 작은 주방이 마련되어 있었다. 주방은 조리를 위한 공간이기보다 차실을 겸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내부에서는 테이크아웃 배달 음식까지 가능하다. 또한 화장실에는 습식 사우나가 구성되어 있다.



운유루와 하심채 지하에 위치한 곳에서 조식을 먹는다. 식사가 시작되기 전, 호스트가 하나하나 모았을 다양한 찻잔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다. 취향에 맞게 고른 잔에 커피를 따라준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양의 조식 메뉴가 하나씩 나왔다. 후식까지 천천히 즐기다 보니 어느새 출근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출퇴근 때문에 짧게나마 누렸던 여유였지만 크게 아쉽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이리루에 도착하기 전 사전 연락부터 체험하는 시간과 조식을 먹는 시간까지, 머무는 내내 호스트의 정성이 담긴 '대접'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치, 지인을 집으로 초대한 것과 같은 편안하고 따스한 환대였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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