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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아름다움이 깃든 : 스테이 나음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꿈의 집을

상상하다


글ㆍ사진  고서우



하늘이 찍으라 놀이터를 내어준 듯했다. 이날 제주의 날씨는 최상이었고, 마당으로 내리쬐는 볕은 방향과 색감 그 무엇 하나 허투루 된 것이 없었다.



'스테이 나음'


대문을 열기 전, 제법 높은 담 너머로 마당을 먼저 확인했다. 비밀번호를 눌러 정원 디딤석을 내려다보자마자

시간 따라서 볕이 곧 떠나버릴 것이 무서워져 땅바닥에 냅다 짐들을 풀어버리며 둘러봤다.



언제부턴가 우스개 감성으로 '여름이었다'라는 문구가 종종 눈에 들어오곤 했다. 나는 여름이라는 계절에 좋은 감정이 없는 덕분에 그 우스개 감성 문구를 써볼 일도 없었는데, 스테이 나음에서 '가을이었다'를 수없이 생각했다.



스테이 나음의 저쪽 구석, 오후 해를 받으며 그림자까지 예쁘게 그려내는 감나무 한 그루에는 이름 모를 녹색 새 한 마리가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다니며 큰 감들을 다 제 것인 양 욕심부리면서 바쁘게도 쪼아먹고 있었다. 그 한구석에서 보이던 모든 색이 가을이었으며 그곳에 서 있는 내 몸에 불어와 닿는 온도도 가을이었다.



서성이다, 땅바닥에 놓아두었던 짐들을 들어 올리고는 그제야 진정 체크인을 위해 도어락을 풀었다. 아마도 새어 나오는 노랫소리를 따라 들어갔던 것 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스피커를 통해 방방 흐르는 BGM과 딱 어울리는 향기, 창을 통과해 들어오는 볕까지 앙상블이 정말 최고였다.



그리고 아까부터 따라오는 고양이 한 마리.



준비해 주신 웰컴 디저트 까눌레와 생전 처음 내려보아 더 귀했던 핸드드립 커피를 들고, 지금 이 시간 볕이 가장 좋은 곳을 찾아 거실 한 켠에 다리를 뻗고 앉았다. 그러자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위치를 파악이라도 하고 있는 듯 나를 쫓아와 부르고, 쳐다본다.



'사장님이 고양이를 좋아하셨나? 챙겨주고 계신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콧잔등도 만져주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몽글몽글 노릇노릇한 시간이었다.



고양이를 저 자쿠지 대나무 쪽으로 보내면서 그 뒤에 나도 따라갔다. 이왕이면 파란 물빛 올라오게 채워놓고 들어가고 싶다! 이런 거 마다하지 않을 사람을 한 명 골라, 또 와야지.



다시 안쪽으로 들어와서 주방을 살핀다. 주방에서 보이는 거실이 더 눈에 띈다. 빔 프로젝터를 쏘아, 시시한 편의점 윙봉에 맥주 한 잔! 이조차 몹시 행복일 수 있도록 준비된 모습이다. 아까부터 자꾸 울리는 스피커는 또 어떻고?



스피커 소리를 들으며 이번엔 방 구경이다. 스테이 나음에는 방이 두 개, 욕실이 두 개다. 먼저, 안방의 모습을 한 큰방은 뷰가 무척 아름답다. 아까 들어오며 보았던 정원의 모든 예쁨이 다 보인다.



큰방에 머물던 나는 작은방의 아늑함에 욕심이 생겨 결국 새벽에는 작은방으로 가, 방 두 개를 다 써보기도 했다. 작은방에 대해 아늑함이라 표현했지만서도, 낮에 마주하는 작은방은 빛과 그림자가 이루는 특별함으로 인해 의자 하나를 두고 사색에 집중하기 좋을 공간이었다. 



밤에는 '나의 행복은 어디서 충전 받는가'에 답도 얻었다. 나의 행복은 '조적 욕조'에서 온다. 으어, 뜨거워 소리를 내면서 스믈스믈 물에 빠져서는 누구 들으란 소린지 "난 돈 벌어서 조적 욕조 꼭 할 거야!" 소리 내어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스트레스 취약체, 예민보스 그 자체인 나에게 최근 이런 물음이 들어온 적이 있다. "너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뭐야?" 본인이 궁금해 답을 얻고자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안쓰럽다며 한 번 떠올리게끔 몇 명이나 물어왔다. "몰라, 없는 것 같은데? 레고조립? 그건 돈 많이 들더라." 나는 뛰는 것도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나조차 궁금했었다.



문자를 보냈다. "나, 행복해지는 법 찾은 것 같아! 탕 목욕이야!" 우리 집 이사 올 때 욕조를 빼는 게 하필 트랜드였다니! 둥둥 뜬 물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숙소를 찾아 종종 와보자고 생각했다. 밤늦게 이래저래 이 방부터 저 방까지 또는 그사이를 돌아다니면서도 꿈의 집 상상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마주한, 예전부터 꿈의 베이스였던 '단차를 둔 거실'. 언젠가 나도 이런 단차를 두어 살아야지. 오래전부터 원해왔던 취향에 아직 변함이 없구나.



그리고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한 것 또한 얻어왔다. 스테이 나음과 콜라보 중이라는 테일러센츠의 향! 당장 무슨 향인가 메모해 두고, 바지 주머니에 넣어뒀다.



새벽에 아름다웠던 하늘은 금세 구름으로 뒤덮이고, 약간은 우중충한 하늘을 맞이하는 것으로 체크아웃.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며 '동네 참 조용하다.' 그랬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2길 6, 스테이 나음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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