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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위로가 필요한 당신에게 : 여느날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도심에서 누리는

쉼의 공간


글ㆍ사진  길보경



당신은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은가? 아늑한 집도 중요하지만 그 집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사람마다 생활의 반경에 필요로 하는 공간은 다르겠으나 나의 경우 도시에서 잠시 단절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의 공간을 필수로 여긴다. 프랜차이즈 상권보다는 로컬 브랜드가 모인 골목길을, 개인이 운영하는 아담하고 사랑스러운 가게를 기대하기도 한다.


누군가 내게 서울에서 살고 싶은 동네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서촌이라 말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지역이면서 여타의 동네와 확연히 다른, 고유의 개성을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복궁 돌담길과 인왕산 자락길, 오래된 한옥 마을이 자아내는 풍경이 그 남다름을 만든다. 골목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로컬의 숍들도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매력적인 동네인 서촌에서 잠시 살아 보는 경험을 하기로 했다. 오늘의 숙소는 골목길 한편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는 한옥 스테이, 여느 날이다. 서촌의 랜드마크인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경복궁 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면 닿을 수 있어 매우 접근성이 좋다. 뚜벅이 여행자나 외국인 여행자에게 권하고 싶은 첫 번째 이유이다. 음식문화거리를 따라서 걷다가 빌라와 한옥이 한데 어우러진 골목길을 마주하게 된다. 활기찬 거리가 바로 앞이라곤 믿기지 않게, 여느날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적요를 느낄 수 있다.



아늑하고 포근한 한옥의 정서가 깃든 여느날에는 현대적인 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자리한다. 시간의 켜를 담은 서까래, 보, 창문 등이 공간의 구조를 이루는 가운데 소나무 분재와 크리스털 샹들리에, 화이트 타일의 주방 등이 모던함을 자아낸다. 거실과 연결된 공간에는 메인 침대가 있고, 바로 옆에 독립적인 침실이 있어 6인까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주방에는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차 도구부터 각기 다른 크기의 식기가 잘 구비되어 있어 요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숙박객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어떤 종류의 요리와도 어울릴 만한 각양각색의 그릇이 있었다. 11자 형태의 구조라 여러 사람이 인덕션과 세면대를 오가며 음식을 조리하기에 편리했다. 주변의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 오거나 간단한 밀 키트를 준비해 요리해서 먹어도 좋을 만한 공간이었다.



중앙의 우드 슬랩 식탁에는 넷플릭스 시청이 가능한 빔 프로젝터와 CD 플레이어 등이 있어 홈씨어터를 조성하기에 손색없었다. 처음에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 왔을 때 빔 프로젝터에서 잔잔한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연스레 주방에 있던 차도구로 티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차분히 시간을 보내니 진정한 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깊은 휴식을 위해 호스트님께서 준비해주신 핑크 솔트로 족욕을 했다. 여느날의 하이라이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족욕탕에서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족욕을 할 수도 있고, 테이블 위에서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기에도 제격이었다. 한동안 족욕을 즐긴 후에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갈 채비를 마쳤다.



근처 골목길을 산책하다가 '제분소'라는 식당에서 오리 스테이크와 우니 파스타를 먹고, 프랑스산 내추럴 와인을 곁들였다. 요리의 맛과 접객이 훌륭했기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쳤다. 2차를 위해 경복궁역 7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내자동 바 골목으로 향했다.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가 거처 없이 떠돌면서도 절대 포기 못했던 그 위스키 한 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지나쳐 '텐더바'로 갔다. 하드 쉐이킹 바인 텐더바는 한옥을 개조해 우아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공간이다. 단정하게 제복을 차려입은 바텐더, 낮게 깔린 음악, 차분하게 어두운 조명 등 영화 속에서 보던 풍경이 현실에 펼쳐진 듯 신비로운 기분에 휩싸여 술잔을 기울였다.


숙소로 돌아와 라면과 맥주로 야식 한상을 차리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감상하며 밤을 보냈다. 평소에도 방문할 수 있는 동네이지만 이렇게 숙소에 머물며 하루를 꽉 채워 보내니 어딘가 새롭게 다가왔다. 큰 준비 없이 가볍게 떠나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하고, 편안하고 깊은 쉼을 누리니 이보다 더 완벽한 휴가가 있을까 싶었다. 



다음 날 아침, 개운한 몸을 이끌고 수성동 계곡과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조깅을 했다. 30분 안팎으로 가볍게 달리기 좋은 코스라 가을날의 선선한 공기를 맡으며 얼마간 운동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스콘 맛집으로 유명한 '스코프'에 들러 갓 나온 빵과 오렌지 주스를 구매했다. 먹고 갈 수 있는 자리가 있었지만 숙소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아갔다. 


서촌에서의 1박 2일의 휴가는 내게 '쉼의 방법'을 넌지시 일깨워 주었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서서히 지쳐 가던 몸과 마음을 다시금 회복하기 위한 기회이기도 했다. 따스한 온기가 서린 공간에서 깊은 휴식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 혹은 평소와 다름없는 여느날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이라면 이곳을 찾길 바란다. 지방에 사는 내국인 여행자나 해외에서 여행 온 관광객에게도 여느날을 권하고 싶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즐비한 동네면서도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한옥 숙소라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될 것이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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