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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세심한 환대를 전하는 : 굿올데이즈 호텔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준비된 부산을

만나기만 하면 된다


글ㆍ사진  변진혁



국내여행을 준비할 때의 마음가짐이 해외여행과 가장 다른 점은 숙소에 있다. 상대적으로 조금 덜 바삐 움직이고, 조금 더 여유롭게 즐기려고 하다 보니 숙소 결정에 심사숙고가 꽤 필요한 편이다.


중앙역에 내려서 1분 이내에 만날 수 있는 부산 굿올데이즈 호텔.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은 없지만, 시선에 건물을 담는 순간 굿올데이즈임을 알 수 있었다. 1층 카페 공간 한편에 호텔 리셉션이 있다. 체크인을 마치면 카페에서 웰컴 드링크로 커피를 마실 수도 있었다. 



굿올데이즈는 2층까지는 카페, 3층부터가 객실 층이고, 총 9개 객실이 있는 것 같았다. 5층의 룸 03에서 숙박했다. 코너에 위치한 룸 01, 룸 03이 좀 더 크고 채광이 좋아 보인다. 룸 02는 그보다 조금 작은 대신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화장실, 욕실과 침실은 중문으로 분리되어 있다. 괜히 두근거리는 마음에 쉽게 문을 열지 못한다. 준비된 슬리퍼로 갈아 신고, 가방을 내려놓고, 한결 가벼운 몸과 마음가짐으로 문을 밀어본다.



어두운 톤의 목재를 사용한 가구와 바닥을 베이스로 하고, 역시나 차분하고 너무 튀지 않는 소품으로 객실 곳곳을 채워 놓았다. 조명을 밝게 켜두지 않았음에도 채광이 좋아서 어둡게 느껴지진 않는다.



시티 호텔의 코너 스위트룸과 같은 느낌이다. 공간은 여유롭고, 답답하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왼쪽으로는 긴 책상이, 우측으로는 퀸 사이즈 침대와 소파, 테이블이 있다.



작은 티 테이블과 함께 접이식의 큰 테이블도 따로 배치되어 있었다. 아담한 소파는 의외로 편하고 푹신하다. 객실 입구부터 시작해 창끝까지 길게 이어지는 책상은 간단히 업무를 보거나 1층에서 사 온 엽서에 글을 몇 자 적어도 괜찮겠다.



큰 창이 여러 개고, 그 가운데에 침대가 있다. 해가 지기 전까지는 조명 없이 침대에서 뒹굴뒹굴해도 포근하고 따뜻하게 자연광이 들어온다. 호텔 특유의 낯설고 딱딱한 느낌보다는 차분하고 따뜻한 느낌이 객실 전체에 감돈다. 좋은 인테리어와 채광 덕분이겠다.



객실 안에는 놀거리가 꽤 많다. 책도 몇 권 놓여 있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에 이끌려 한번 펼쳐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챕터가 바로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그게 바로 쉼이다.' 꼭 내 마음을 텍스트로 옮겨둔 것 같다.



과감한 디자인의 예쁜 조명 아래에 각종 스테이셔너리가 보인다. 묵직한 서랍을 열어보면 모두 꺼내서 써볼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잠깐 만지작거려 보고, 팔락거려 보고 이내 다시 제자리에 두었다.


객실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소품, 스테이셔너리, 책 등은 굿올데이즈 1층 카페 또는 근처의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다양한 가게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이런 지점이 무척 의미 있게 느껴진다. '유명한 브랜드의 무엇'으로 채워도 멋은 나겠지만, '이 멋'과는 방향이 다를 것 같다. 자연스럽게 객실 내 모든 포인트를 인지하며 관심을 갖게 되고, 굿올데이즈와 함께하는 부산의 멋진 가게들도 궁금해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 역시 그렇게 되었다.



굿올데이즈 호텔만의 독특한 점일 수도 있겠는데, 간식거리가 많다. 커피도 있고, 컵라면도 있고, 과자도 있고, 심지어 냉장고에는 고릴라 브루잉의 크래프트 맥주와 어묵, 치즈도 있었다. 모두 객실 요금에 포함되어 있어서 미니바처럼 별도 비용이 청구되지는 않는다. 이번 부산 일정에 고릴라 브루잉 펍을 넣지 않았는데 굿올데이즈 덕분에 한 캔 마셔보고 간다.



객실에 준비된 커피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코케 허니. 근처에 위치한 마크커피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커피 갈아 마실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분쇄도를 지금 미리 잡아볼까 하다가, 바로 한 잔 마실 것 같아 일단 참아본다.


바이닐도 세 장 준비되어 있었다. 객실마다 모두 같을지는 모르겠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혼네, 시가렛츠 애프터 섹스. 자극적이지 않은 BGM으로 좋을 선곡이다. 굳이 블루투스를 연결할 필요 없이, 순서대로 늦은 밤까지 차분하게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약간의 수고로움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웰컴 기프트도 있는지 몰랐다. 작은 환대가 담긴 손글씨 엽서와 함께, 종이봉투에는 몇 가지 스테이셔너리가 담겨있었다. 엽서와 우표를 함께 넣어준 센스가 마음에 든다. 이러한 센스 덕분에 엽서를 쓸 마음이 들지 않을까.



클립쉬 블루투스 스피커, 오디오테크니카 자동 턴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내친김에 오랜만에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를 올려보았다. 한낮을 조금 지난 시간의 여유로움과 노랗고 따뜻한 채광에 잘 어울리는 소리가 객실 가득 채워진다. 여행이고 뭐고 낮잠이나 한숨 잘까 하는 기분이 살짝 든다.



좋은 향도 나고, 편안한 무드의 음악도 흐르니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게 된다. 기프트로 받은 볼펜을 이리저리 쥐어보고, 메모지를 뒤적거려본다. 몇 마디 적어볼까 하다가 펜을 다시 내려놓았다. 커튼을 걷지 않은 덕분에 햇살도 은은하게 들어오고, 따뜻한 느낌도 받고, 쉬폰 커튼 흔들림에 맞춰 기분도 살랑거리는 것 같고.


굿올데이즈 호텔이 만들어내는 무드는 무게감 있게 멋지다. 따뜻한 자연광, 은은하고 과하지 않은 스폿 조명,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은 디퓨저, 간질간질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음악, 톤 다운된 우드 인테리어 조합의 시너지가 좋다. 보기에도 좋고, 즐기기에도 좋다.



숙박 고객은 루프탑을 이용할 수 있다. 소박하지만 예쁘게 잘 꾸며놓은 공간이다. 테이블도 넉넉하고 비좁지 않다. 이날도 저녁에는 몇몇 테이블이 와인과 맥주로 채워졌던 것을 기억한다. 전경이나 야경이 강점인 곳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거리에 용두산 전망대도 보인다. 날이 맑을 때는 객실이 아니라 여기서도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는 선택지가 하나 더 있어 좋았다.



입욕제를 살까 했는데 깜박했다. 그런데 객실에 입욕제도 구비되어 있었다. 역시 근처에 위치한 온리원솝이라는 공방의 제품이라고 한다. 화려한 탄산 거품이 피어나진 않지만, 소박하고 은은한 입욕제라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다.



욕실과 화장실은 각각 분리되어 있고, 건식 세면대 역시 따로 분리되어 있다. 건식 세면대 옆에는 다이슨 슈퍼소닉이 준비되어 있다. 욕실 어메니티는 멀린앤게츠.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 욕조에 물을 받았다. 꽤 많이 움직여 피곤하기도 했고, 욕조가 있으면 어쨌든 한 번은 몸을 담가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준비된 입욕제를 넣고, 물을 받고, 와인을 마시고, 밀린 넷플릭스도 잠깐 봤다. 커다란 트레이 덕분에 욕조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러면 안 된다.)



밤이 되었고, 따뜻하게 떨어지던 자연광 역시 사라졌다. 조명을 모두 켰다. 커튼 너머로 네온사인 불빛이 슬며시 넘어온다. 자기 전에는 암막 커튼을 모두 치는 편이 좋겠다.



전포동에 놀러 갔다가 커다란 와인 매장을 만났다. 긴 밤을 위해 화이트 와인을 하나 집어 왔다. 안주는 굳이 사지 않았다. 객실 안에 미리 준비된 간식거리가 넘쳐난다. 부산에서 태어난 어묵과 치즈를 먹으면서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를 마저 봤다. 부산과 함께하는 즐거운 밤이었다.



조금 늦게 눈을 뜬 아침. 문 앞에 이미 조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조식 역시 추가 비용은 없다. 조식을 들여놓고 커피를 내렸다. 도구는 낯설지만 커피는 커피다. 원두가 좋다 보니 어설피 내려도 맛이 좋다. 말린 과일, 와인이 떠오르는 단맛이 좋은 훌륭한 커피였다.


조식도 구성이 든든하다. 달걀, 스콘, 약간의 과일, 그래놀라가 준비되었다. 스콘은 아침에 바로 구우신 것 같았다. 따뜻하고 버터의 풍미가 정말 좋았다. 냉장고에 있던 주스, 우유 등을 함께 꺼내 놓으니 꽤 풍성하다.



여유롭게 객실에서 조식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일정을 준비한다. 소파에 길게 누워 휴대폰을 보다가 스콘을 먹고,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과일도 집어 먹고. 커피를 모두 비우니 어느새 객실을 비울 시간이다.



스테이에 대한 취향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겠다. 모두의 취향을 맞추기란 결코 쉽지 않음에도 굿올데이즈라면 언제나 무난하게 정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정돈되어 있고, 잘 준비되어 있고,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저 객실을 예약하고, 준비된 부산을 만나기만 하면 된다. 차분하고 꼼꼼하고 세심한 환대를 받았다. 단지 숙박이 아닌, 부산 여행지의 하나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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