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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기억될 우리의 시간 : 시기공추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시간은 기억으로 새겨지고

공간은 추억으로 남겨진다


글ㆍ사진  이자성&박세은



기억은 점점 잊히기 마련이다. 지나간 시간을 모두 기억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잊어가는 것은 어쩐지 서글프다. 사람들마다 각자의 기억법이 있겠지만 나에게 공간은 옛 기억을 떠올리기 좋은 소재다. 공간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그곳에서 있었던 추억이 생각난다. 시기공추는 '시간은 기억으로 새겨지고 공간은 추억으로 남겨진다'라는 의미를 지닌 곳이다. 



시기공추의 뜻처럼 이곳에서 보낸 시간만큼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이름도 이름이지만 시기공추를 찾아가는 길이 기억에 남았다. 고속도로를 타고 진천에 들어서면 굽이굽이 좁은 시골길을 따라 논밭을 지나고 소들이 쉬고 있는 농장을 지났다. 여기가 맞나 싶을 때쯤, 시기공추 팻말이 나타나 “여기가 맞아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시골길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낯설었지만 친절한 팻말이 있어 안심할 수 있었다.



시기공추는 대칭으로 나뉜 [시기, 공추] 두 공간으로 구성된다. 그중 우리는 공추에 머무르게 되었다. 두 공간이 동일하게 생겨 어느 곳을 예약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공간. 들어서면 주방에 안내 책자와 웰컴 와인&스낵이 있다. 안내 책자에는 숙소를 이용하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기에 대해 그림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기기 사용에 대해 궁금할 때마다 안내서를 한 손에 쥐고 다니는 것이 재미있었다.



침실의 따뜻한 나무 바닥은 적당한 온기가 있어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직사각형의 복도식 구조로 공간이 물 흐르듯 이어져 있다. 주방-침실-욕실-수영장 그리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올 수 있다. 또 수영한 후 욕실에 물을 뚝뚝 흘리며 걸어 들어왔는데 금방 바닥이 말라 신기했다.



대망의 수영장! 둘만의 프라이빗한 수영장이다.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돼 수영하기 적당한 온도가 유지된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다. 욕조에서 수영장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어서,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두고 수영 후 바로 몸을 담그기 좋았다. 



야외에는 가스 화로와 전기 그릴 테이블이 있다. 산속이라 밤이 되면서 날씨가 쌀쌀해졌는데, 화로를 켜놓으니 따뜻한 온기가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숯이나 장작을 태우면 불씨가 튀거나 연기 냄새가 온몸에 배곤 하는데, 가스 화로는 그럴 걱정이 없었다. 화로를 켜두고 고기를 구워 먹었다. 전기 그릴이라 불이 약할 줄 알았는데 고기는 아주 잘 익었다. 두께가 적당히 있는 삼겹살의 겉면을 바싹하게 속은 촉촉하게 익혀 먹었다. 


고기를 먹었음에도 뒷정리는 아주 깔끔했다. 그 이유는 바로 주방에 있는 식기세척기 덕분! 사용법은 책자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밤 동안 촉촉한 공기가 내려앉아 안개가 가득한 새벽이 되었다. 마치 특수효과로 스모그를 만들어 낸 것처럼 묘한 분위기가 신비롭다. 



아침을 깨우는 따뜻한 차 한 잔. 달콤한 꿀 무화과를 한입 베어 물고 가을을 맛본다. 차를 타고 안개 속을 빠져나왔다. 안개 때문일까? 시기공추에서의 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평온하고 아늑했던 기억을 곱씹으며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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