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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과 닫힘, 그리고 자연 : 포도호텔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제주의 자연을 담은

공간 속으로


글ㆍ사진  이자성&박세은



포도호텔이라는 이름만 듣고 보면 왠지 모르게 귀여운 상상을 하게 된다. 과일 이름이 붙는 곳에는 순수함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는 종종 포도, 사과, 딸기 등 과일 이름으로 반을 나눈다. “나는 포도반이야! 나는 딸기반이야!”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이 목소리가 떠오른다.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재일 한국인 이타미 준(유동룡)이 오랜 시간 제주에 머물며 고안해낸 이 건축물은 처음부터 포도호텔이라는 이름은 아니었다고 한다. 설계하고 나서 보니 지붕의 모양이 포도를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순수함이 엿보이는 ‘포도호텔’이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들었다.



포도호텔의 외관이 오름과 초가집의 모습이라면 내부는 제주의 한 부락을 표현하고 있다. 입구는 마을의 어귀이다. 마을 어귀에는 학교나 시장이 들어서는데 이곳에서는 왼쪽에 레스토랑, 오른쪽에는 안내 데스크가 있다. 안쪽으로 객실이 위치하여 초입에는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이지만 내부는 객실에 머무는 손님만이 들어올 수 있다. 복도의 높은 천장은 리듬감 있게 시선이 열리며 복도가 끝나는 곳에서 시선이 닫힌다. 열림과 닫힘의 구조는 시선과 공간 속에서 계속해서 찾아볼 수 있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오면 철평석으로 된 바닥이 케스케이드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해 어둠을 밝혀준다.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바닥은 자연적인 조명 역할을 해준다. 케스케이드는 작은 폭포라는 뜻으로, 제주도 백록담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중앙에 위치해 자연의 사계절을 내부에서도 느낄 수 있다. 벽에 걸려있는 거대한 작품은 이왈종 화백이 그린 그림으로 이 빛이 바닥에 반사되는 공간의 모습을 알록달록하게 표현했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방으로 이동한다.



건축물을 이렇게 자세히 하나하나 뜯어 보기는 처음이다. 벽에 걸린 그림들 너머 보이는 자연과 그 자연을 담은 창문틀, 건축물에 쓰인 자재까지 모든 걸 세세히 감상할 수 있다. 건축가의 시선에서 건물을 바라본다. 관심이 있다면 투숙객을 위한 [건축가이드 프로그램]과 원하는 시간에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QR 음성가이드]를 활용해 좀 더 깊이 있는 관람을 할 수 있다.



한실과 양실 중 한실에 머물게 되었다. 제주의 흙으로 빚은 문패. 문패의 그을음도 모두 제각각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림 같은 나만의 정원이 펼쳐진다. 방안은 장판이 따뜻하게 데워져 있다. 한지를 여러 번 겹쳐 만든 전통 방식의 장판이다. 평소에 보던 쩍쩍 붙는 장판과 달리 부드럽고 따스한 감촉이다. 



해가 지기 전에 오름에 오르고 싶어 서둘러 밖에 나왔다. 포도호텔에서 갈 수 있는 마보기오름은 아주 가벼운 오름이었다. 눈부신 억새밭을 지나 정상에 오르자 탁 트인 시야로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강한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다. 들고 있던 핸드폰이 날아갈 것 같은 강한 제주의 바람. 몸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으로 바람이 통과되는 시원한 기분이다.



제주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고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다. 300년 이상 된 최고급 기소 히노키 욕조에서 즐기는 우윳빛 아라고나이트 온천욕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객실에서 바로 즐기는 프라이빗한 온천욕은 포도호텔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나 싶다. 욕실로 향하는 길은 현관 쪽의 문과 큰 미닫이문 총 두 개의 문으로 통한다. 침실과 욕실, 그 사이 미닫이문을 열면 드레스룸이 있고 그곳에 가운이 걸려있다.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노곤해진 몸을 폭삭한 이불 속으로 옮긴다. 



푹 잘 자서인지 일찍 일어났다. 몸이 가벼워 포도 올레길을 달렸다. 포도 올레길에서는 핀크스 골프장을 둘러볼 수 있는데,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준비하는 직원분들을 보았다. 달리기엔 조금 아쉬운 코스지만 아침 산책하기는 괜찮았다. 포도 조찬과 아메리칸 조식. 정갈한 반상 차림의 포도 조찬은 계절을 담아 매일 바뀌는 국과 생선구이로 구성된, 대표적인 포도호텔의 조식이다. 아메리칸 조식은 가벼운 식단의 미국식 조찬으로 핀크스 베이커리에서 구운 빵과 차, 계란요리가 메인으로 제공된다. 가볍게 먹기 좋은 아침 메뉴였다. 



돌아가는 길에는 방주교회를 가 보았다. 수조의 물이 바람에 넘실넘실하는 것이 파도가 치는 제주 바다를 보는 듯했다. 여기도 정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예술 작품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동화되는 시간이었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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