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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가장 '후미진' 곳을 찾는 여정 : 후미진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나의 꿈을

되돌아보는 과정


글ㆍ사진 김용성


나의 몽상은 스테이를 운영하는 것이다. 나만의 생각을 온전히 집중시킨 공간, 그 공간을 공유하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정직한 쉼과 순간의 기억을 선사하고 싶다.


지금 나는 건축사진작가라는 직업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금의 직업 역시 스테이를 운영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에서 얻게 된 직업이다. 나의 공간을 위해 남의 공간을 무수히 많이 방문했다. 영감을 위해 관찰했고 아쉬웠던 점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했다. 그렇게 내가 남긴 기록들은 어느새 인정받으며 가치를 얻었다. 그게 지금의 활동명 ‘몽상’이 되었다.


몽상이란 ‘꿈속의 생각’이라는 뜻이다. 건축이란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건축주는 자신의 꿈을 건축가에게 의뢰하고 건축가는 꿈을 실현하며 나는 그 꿈을 기록한다. 그리고 내 꿈을 실현하고 기록하여 공유하는 것. 그것이 내 스테이를 위한 과정이다.


직업 특성도 그렇지만 내 경험을 위해서 많은 공간을 방문한다. 카페, 미술관, 주거, 스테이 구분할 것 없이 영감을 위한 곳이라면 무조건 방문한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스테이를 방문한다는 것은 바쁘게 걸어온 나에게 주는 작은 쉼이 된다. 그리고 이는 스테이를 가장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방문하게 된 곳은 스테이폴리오의 히든 스테이 후미진이다. 스테이폴리오만의 관점과 기준에 따라 엄선한 공간이며 멤버십 회원이 이용할 수 있다. 서촌에서도 조금은 외진 곳, 좁은 골목길을 향해 가다 보면 번잡한 서울의 모습과는 상반된 정겨운 골목길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스테이를 향해 갈수록 차는 들어오지 못할 만큼 길은 좁아졌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더욱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테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마당의 꾸며진 작은 정원이다. 작은 나무와 크고 작은 돌, 그리고 나무껍질과 조명들.


어둡지만 따듯하고 거칠지만 자연스러운 것들은 마치 서울에서의 높은 건물 숲들 사이에서 작은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시 한번 이상하게도 좁은 정원에서 마음이 넓어짐을 느꼈다.



그렇게 스테이에 들어서자마자 짐을 내려두고 바로 침대로 향했다. 어두운 공간 속 침대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외부의 빛이 너무나도 따스해 보였다. 그렇게 바로 침대에 걸터 누워 후미진의 매뉴얼과 방명록을 살펴보며 공간을 알아보며 다녀간 이들의 흔적들을 읽어보았다. 개인적인 내용이라 따로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인상 깊었는지 그 내용들이 머리에 남았다.


"난생 처음 혼자 맞이한 50대의 생일날 이곳 후미진에서 여명이 드는 창가에 멀리 보이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마주했던 모든 인연들과 행복했던 일들, 슬펐던 일들을 기억하며 마음속 가장 후미진 곳에서 자신을 마주했다"



스테이를 방문했던 지난 이들의 감상을 뒤로하고 스테이에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정원이 보이는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를 내리며 무심코 바라본 창문 밖 작은 정원은 한없이 조용했다.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만 들리고 공간은 한없이 조용해졌다. 마치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모든 것이 멈춘 후에야 주어졌다.


쉼의 본질은 멈춤에서 시작된다.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거래처에 메일을 보내는 손동작도 멈춰야 비로소 진정한 쉼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난 이 순간 비로소 쉼에 한 걸음 다가갔다.



또 후미진에는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구비되어 있다. 단순히 욕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편안함을 위해 약초를 빻아 물에 넣어 향을 같이 즐길 수 있다.



물에 들어간 모습은 아쉽게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지만 그때의 느낌만큼은 가장 깊게 남았다. 욕조에서 바깥의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그만큼 프라이빗하게 공간이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오로지 이 공간에 나만 있음을 다시 한번 인지시켜준다.


적당하게 느껴지는 따듯한 물속에서 좋은 향을 맡으며 저 멀리 풍경을 바라보니 정신을 물론 육체적인 피로도 함께 해소되었다.



11월, 어느새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졌다. 체크인은 오후 4시이므로 커피 한 잔 마시고 반신욕을 조금 하다 보니 해가 어느새 다 저물었다.


후미진은 구비된 아이패드를 통해 블라인드 컨트롤은 물론 조명의 조도를 조절할 수 있다. 나는 앞이 간신히 보일 정도로 어두운 공간을 선호한다. 그 정도는 되어야 집중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나에게 딱 맞게 조도를 세팅하고 스피커로 음악의 볼륨을 높였다.


이제 어두운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청각, 즉 음악뿐이다. 공간을 음악으로 가득 채웠고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낯선 공간에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 얼마나 이질적인 느낌인가. 내가 좋아하는 향기로 몸을 녹이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공간을 채우며 내가 원하는 밝기로 공간을 밝혔다. 바쁘게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나만을 위한 오감으로 가득 채우고 오늘을 마무리하며 잠이 들었다. 오늘은 좋은 밤이 되길 기도하지 않아도 됐다. 분명히 좋은 밤이 될 테니까.



그렇게 아침이 되어 여명의 빛 아래 눈을 떴다. 왜 그 전에 50대의 방문자가 여명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단순에 이해됐다. 은은한 파란빛이 조심스레 침실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기록하기 위해 나 역시 방명록을 남겼다. 방문하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도록 하겠다.



남은 감정들을 모두 방명록에 기록하고 후미진을 떠나기 전, 제공된 차를 달이며 많은 생각을 정리했다. 바쁜 일상에서 사는 우리는 올바른 쉼을 잊고 살고 있다. 잠깐의 멈춤은 곧 뒤처짐이 될 것 같은 조바심에 제대로 멈추지도 못하는 일상을 보낸다.



어마어마하게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레이싱 경주도 일정 거리를 주행하고 나서 멈춰 정비를 한다. 기계에도 점검이 필요한데 우리라고 다를까.


정신없는 일상 속에 올바른 쉼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쉼의 본질은 멈춤에서 나오며, 멈춰야 비로소 내 마음속 가장 후미진 곳을 바라볼 수 있다. 그 깊은 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다. 나조차 들어가지 못한다면 마음속 가장 깊은 곳부터 썩게되는 것이다. 가끔은 깊은 곳에 존재하는 나를 보며 가벼운 위로의 말을 건네며 앞으로 나아갈 다짐을 하는 것이 올바른 쉼이다.


찾지 못한 꿈이든, 위로든 다짐이든 전부 본인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모두 나를 찾는 여행을 하길 바란다.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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