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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쉼을 향하는 공간 : 빈도롱이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나의 예상보다

훨씬 빛났던 하루


글ㆍ사진 ㅣ 김대연


제주에 거주한다고 해서 여행자의 마인드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말은 현실이었다. 경제 활동을 위해 일을 하면 지치고 힘듦은 어디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다.


쉼표가 있었으면 했던 2022년이 마무리되던 시점에, 빈도롱이란 숙소를 알게 되었다. 조천에 자리 잡은 스테이 빈도롱이는 조천 바다에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위치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조천 바다를 실컷 보며 밤에는 장작불에 소소한 바베큐 파티와 자쿠지에서의 따뜻한 밤을 보낼 생각에 회사에 연차를 내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모든 것이 나의 예상대로 혹은 예상보다 훨씬 빛났던 하루. 나는 아직도 그날 밤을 잊지 못해 앓는 중이다.



햇볕이 좋았던 날. 입실하자마자 햇빛이 가득 공간을 따뜻하게 메우고 있었다. 더불어 은은하게 들리는 BGM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호스트가 선별해준 BGM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귓가에 들리며 설렘을 배로 증가시켜 주었다.



햇볕이 실내 특정 부분에 내리쬐어지고 이에 대한 반영으로 실내가 따뜻하게 메워지는 장면. 항상 애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느 공간에 들어서든 이런 장면을 찾는 습관이 있는데 빈도롱이는 이런 장면이 곳곳에 잘 나타나 공간이 더 따뜻하게 표현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빈도롱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공간을 즐기고 싶어졌다. 공간을 예쁘게 담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잠시 내려놓고 볕이 좋은 공간에 앉아 멍한 시간을 보내니 드디어 제대로 된 쉼이라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내가 지치고 힘들었던 일상에서 깊이 갈구했던 바로 그 쉼 말이다.



다소 긴 멍타임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공간을 둘러보았다. 거실에는 히든 공간이 존재했다. 커튼 사이로 들어가면 폴딩 도어가 펼쳐진 공간이 나오며 이곳에는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도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숙박하는 내내 주로 야외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곳도 오랫동안 쉬며 머물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확신이 든다. 



주방은 타일로 마감한 요리 공간과 따뜻하게 들어오는 햇빛, 화이트와 우드 톤의 조화가 편안한 시선을 만들어 주었다. 최대한 카메라의 컷 수를 줄이리라 다짐했건만 이 장면을 보고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따뜻한 장면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일몰이 다가온 시간. 빈도롱이에서 내다보이는 바다의 유혹에 이기지 못해 잠깐 올레길을 걸었다. 조천에서 가장 일몰을 보기 좋은 조천 수산까지 대략 10여 분이 걸렸다. 멀지 않은 곳에 이토록 좋은 산책길이 있다는 점에서 빈도롱이를 더욱 애정하게 되었다. 혹 이곳에서 머물게 된다면 꼭, 두 번 꼭 올레길을 따라, 해안길을 따라 조천수산까지만이라도 산책해 보심을 적극 추천드린다. 후회 없는 선택임을 장담한다.



잠깐의 산책을 마친 후, 퇴근을 마친 와이프와 근처 마트에서 고기를 사 와 소소한 파티를 시작했다. 장작불에 지글지글 굽는 고기와 그 기름을 이용해 볶는 김치와 버섯.


평소에도 이런 맛과 감성을 좋아해 캠핑을 즐기지만 불편함이 있어 최근에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빈도롱이에서는 편하게 캠핑 느낌을 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불멍과 구이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빈도롱이의 야외 공간이 매력적인 이유다.



제법 바깥 공기가 차가워지는 제주의 밤 날씨와 어울리는 자쿠지에서의 와인 타임도 놓칠 수 없었다. 자쿠지 한쪽에도 불멍을 할 수 있는 화목 난로가 설치되어 있었고, 야외 어디서든 불멍을 할 수 있어 마니아인 나로서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따뜻하게 장작불이 타고 따뜻한 물로 몸을 지지는 일. 어떤 단어로도 이 황홀함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렇게 빈도롱이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갔다.



호스트의 의도대로 온전하게 쉬었던 터라 평소보다 늦은 기상 시간과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애석하게도, 구름이 잔뜩 낀 날씨로 통창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거실 창가에서 다도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분위기였다.


차를 마실까 커피를 마실까 고민 끝에 모닝 카페인을 참지 못하고, 호스트가 준비해 준 드립 커피를 한잔 내려 다도 공간에서 조천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 시간을 즐겼다.



모든 것이 쉼을 위해 꾸며진 공간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퇴실을 앞둔 시간.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요소로 꽉 채운 이 시간을 추억 속에 오래 간직하기 위해 소장용 사진을 와이프와 함께 찍어두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을인 조천리. 본래 좋아했지만 빈도롱이에서의 하루 덕분에 이곳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따뜻한 공간을 어느 지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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