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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런 집에서 살아 보자 : 봄달리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비일상의 경험으로

일상의 원료를 채우다


글ㆍ사진 ㅣ 김대연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싶어 이주하게 된 제주에서도 회사에 다니는 일상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업무와 할 일들에 치여 바다와 산을 곁에 두고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일상의 연속. 그렇다면 비일상을 특별하게 보내 일상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채워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름이면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다이빙을 즐기는 밤. 노오란 물결로 하늘이 물드는 김녕, 그곳에 위치한 ‘봄달리’ 에서 특별한 비일상을 보내기로 했다. 봄달리는 ‘봄’과 ‘달리’ 각각 독채로 운영되고 호스트 부부의 두 아이 태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지내기에도 건강하게 친환경 건축 자재를 이용해 지어졌다고 하니 두 부부가 얼마나 진심으로 스테이를 운영해 갈지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도착하니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집 두 채가 나타났다. 우리 부부는 ‘봄’에서의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문을 열고 첫발을 내디딜 무렵, 잔잔하게 들려오는 폴 킴의 노래로 우리의 비일상이 시작되었다. 날이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몸을 잔뜩 웅크리고 다녔는데 따뜻한 온기가 닿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 따뜻함에 몸이 녹아 의자에 앉아 게으름을 피우다 1층부터 천천히 스테이를 둘러보았다.



통창 방향의 테이블에 앉아 호스트가 준비해준 셀프 조식을 살펴보았는데 그 디테일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김녕에서 맛있는 커피로 유명한 카페의 드립백, 근처 동네인 함덕에서 유명한 제과점의 식빵, 제주 유정란, 요즘 계절에 빠질 수 없는 한라봉 등 이 지역이 아니라면 경험할 수 없는 세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주방에선 창밖으로 흩날리는 야자수를 볼 수 있다. ‘그래, 나 지금 제주에 있지’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멋진 풍경을 따뜻한 실내에서 편안히 바라볼 수 있어 나의 비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졌다.



침실 공간과 화장대가 있는 방의 공간은 제 역할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화려함보다는 덜어내기로, 그리고 편안하기로 의도된 공간.



다락의 방은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작은 영화관으로 꾸며져 있다. 저녁을 먹고 각자 좋아하는 술을 들고 이 자리에 앉아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로 하고 머릿속에 보고싶은 영화리스트를 떠올렸다. 오직 둘만의 영화관이라니, 낭만에 낭만을 더하는 영화한편은 우리가 생각하는 비일상의 필수요소였다.



1층과 다락의 공간을 세세히 살피다 소파에 앉아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매일 저녁을 해 먹던 일상에서 벗어나 비일상의 하루인 만큼 치킨을 먹기로 하고 포장한 치킨을 가지러 나가다 밤에도 따뜻함이 전달되는 봄달리의 외관을 담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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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치킨과 맥주, 그리고 느끼함을 달래줄 라면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다. 티비가 없는 식사가 오랜만이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온전히 저녁 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덕분에 천천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비일상의 저녁 시간은 우리 부부의 소소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잔잔한 밤이었다.



식사 후 자쿠지에서 따뜻하게 몸을 데울 예정이다. 물을 받는 데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여 물을 틀어 놓고 다락의 방으로 이동하여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모든 시선이 차단되고 온전히 스크린에 집중되는 시간. 이런 둘만의 영화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로망을 잠시나마 실현하고 다시금 열심히 일상을 살아보자는 동기부여를 받는 경험의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술과 좋아하는 영화. 그리고 우리 둘. 완벽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 



물이 채워지고 우리 부부가 가장 기대했던 자쿠지에서의 시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중목욕탕을 이용하지 않았던 우리 부부는 이 시간을 가장 기대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며 차가운 술을 마시는 황홀한 기분. 고급 료칸 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늘어지는 시간을 보내며 손이 쭈글쭈글해지는 것도 잊은 채 오랫동안 온수욕을 즐겼다. 일상의 독을 풀고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우니 스르르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은 셀프 조식으로 호스트가 준비해준 재료들을 이용해 먹기로 했다. 평소에도 ‘빵식’ 이라면 스스로 나서는 와이프가 맛있고 예쁜 한 상을 준비해 주었다.



식빵을 발뮤다 토스터에 굽고 준비해준 무염버터와 잼을 발라 커피와 함께 느린 아침을 즐겼다. 일상이라면 사과 한 쪽 먹고 후다닥 출근해버리는 짧디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아침의 과정이 너무나 만족스럽고 행복감이 느껴져 일상에도 차츰 적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을 먹으며 이곳에서의 하루를 되뇌고 천천히 퇴실 준비를 했다.



퇴실을 하고 차에 앉아 ‘우리 이런 집에서 살아 보자’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처럼 우리의 로망 같았던 집에서의 하루. 글을 쓰는 지금, 사진을 다시 살펴보는 지금, 일상에서 꺼내보는 비일상의 흔적들에 큰 위로가 되고 열심히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에 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힘에 부친다. 번아웃이 와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기 전에 이처럼 특별한 비일상의 경험으로 일상의 원료를 채워 넣기를 바란다.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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