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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사색으로의 초대 : 사적인

스테이폴리오 '트래블'은 작가와 함께 폭넓은 스테이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입니다.



시간의 그라데이션을

경험하다


글ㆍ사진 ㅣ 길보경



K-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 깊이 깨달은 바가 있다면, 의도적인 휴식이 생활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잘’ 쉬어야만 건강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와 자극이 넘치는 환경 속에서 긴장을 풀고 편히 휴식하는 순간이 희귀하게 느껴지는 요즘, 어떻게 쉴 것인가는 내게 대단히 중요한 화두이다.



누군가는 ‘편안하고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에서 쉴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라고 말한다. 어쩌면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이란 나의 마음에 안정과 행복을 주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나만의 습관을 다지며 휴식법을 알아차리는 여정 속에서 한 스테이를 만났다.



서울 인사동 인근 골목길에 자리한 스테이 사적인은 1929년에 지은 한옥으로, ‘자신을 회복하다’라는 기획 의도에 맞게 설계한 숙소이다. 음악, 영화, 독서, 사색 그리고 대화를 통해 내면을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 호스트가 다섯 가지 테마에 맞추어 각 공간을 꾸렸다. 또한 90여 년이 넘는 세월이 깃든 고재부터 최근 보강한 목재까지 다양한 색감으로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표현했다. 안채와 사랑채, 마당 등 한옥의 구조로 이뤄진 공간마다 다양한 시대를 상징하는 빈티지 가구와 오브제를 두어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대화’의 콘셉트로 구성한 다이닝룸과 부엌은 우드 앤 화이트의 조합으로 고전적이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테이블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기능하고자 커피 머신과 각종 차 도구를 갖췄다. 루이스폴센의 PH 5 펜던트 조명과 닐스 오 묄러가 디자인한 빈티지 다이닝 체어 Model.77 그리고 1960년대에 덴마크에서 제작한 작자 미상의 원목 테이블 등 타임 리스한 디자인을 상징하는 가구와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작품 등 시간의 흐름 속 변화하지 않는 한옥의 가치를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사랑채의 서재와 침실은 ‘독서와 사색’을 주제로 연출했다. 이곳에는 가볍게 읽기 좋은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는데, 도서관 특유의 냄새를 향으로 표현한 프레그런스 제품을 함께 배치해 호스트의 섬려한 안목을 느낄 수 있었다. 포근한 녹색 소파에 앉아 ‘독서의 시간’을 향유하다가 잠이 쏟아지면 바로 침실로 향해 낮잠을 청하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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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고아한 정취를 품은 대청에서는 음악과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가리모쿠 60 K-체어와 어울리는 나무 소재의 미니 테이블을 넉넉히 놓아 최적의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우리 가족은 네임 뮤조 2 벤틀리 스피커나 빔프로젝터를 활용해 낮에는 재즈를, 밤에는 영화를 보며 사적인 시간을 누렸다.



이곳의 백미는 단연 안채의 욕실. 기존 안방이었던 곳을 개조해 창 너머의 한옥 풍경을 바라보며 목욕을 즐기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해가 잘 들어오는 공간의 이점을 살려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온전한 쉼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했다. 


탁 트인 공간에 욕조를 배치하고, 매끄러운 석재와 목재 등 천연 재료로 마감해 아늑하면서도 온기를 품은 욕실을 완성했다. 반신욕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곳을 마주하자마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무려 차경을 드리운 욕실이라니. 공간을 둘러본 후에 당장 차를 내리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가지고 와서 목욕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은 자연스레 저마다 취향껏 원하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버지는 침실에서, 어머니는 다이닝룸에서, 언니는 대청에서. 나는 언니와 음악을 들으며 수다를 떨고, 욕실에서 반신욕을 했다. 고대하던 저녁 시간. 베트남 음식과 치킨, 과일을 주문해 간단히 상을 차렸다. 숙소가 안국역 인근에 자리한 덕분에 배달 음식의 옵션이 매우 폭넓었다. 편의점도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과자나 간단한 와인 안주를 사 오기에도 편리했다.



가족 모두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을 식사와 함께 곁들이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한바탕 기나긴 대화가 오간 뒤, 또 다시 각자의 오아시스를 찾아 이동했다. 나는 다이닝룸과 서재에서 책을 읽고, 밀린 일기를 썼다. 평소 퇴근 후에 지친 몸으로 쓰러지기 바빠 제대로 쉬지 못했던 나날을 보상받듯 온전한 쉼을 만끽할 수 있었다.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안타깝게도 나는 출근을 해야 했다. 보통의 날이라면 정신없이 준비하고 나갔겠지만, 오늘만큼은 여느 때와 다르게 보내고 싶어 일찍 눈을 떴다. 정성스레 씻고, 마당에서 향을 피운 후 잠시 사색하다가, 아침 식사를 느긋하게 차려 먹었다. 아침의 1분은 10분이라던데, 정말 1시간이 반나절처럼 느껴졌다. 온전히 나를 위해 오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자 활력이 샘솟았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하루를 힘차고 기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느 날과 다른 특별한 낮과 밤을 맞이하며 잠시 놓치고 있던 나만의 시간을 깊이 누렸다. 목욕, 다도, 독서 등 휴식의 순간으로 매끄럽게 연결해 주는 사적인 덕분에 제대로 쉬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일상의 의무가 삶을 압도할 때마다 나를 지켜주는 행위들을 잊지 않고 꾸준히 실천 해야겠다. 사적인에서 회사로 출근한 날 아침에 느꼈던 가뿐한 행복을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 글과 사진은 저작권이 있으므로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복제 및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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